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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업체 직원 사칭 배합기 받고 ‘먹튀’

■ 현장에선 / “중고 사료배합기 비싸게 팔아드려요” 신종 사기 주의보

이일호 기자  2014.02.19 10: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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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농가 현혹 제품 받은뒤 잔금 송금 미루거나 잠적
동일인에 피해입은 한우농가만 전국에 10여명
생산업체 “중고판매 종용안해…일단 의심해야”

 

사료배합기를 가진 양축농가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농기계업체의 직원을 사칭하는 일부 브로커(중개상인)에게 중고 사료배합기를 넘겼다가 돈을 받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의 한우농가 A씨는 2012년 여름 농장을 찾아온 B씨로부터 “사용하고 있는 사료배합기를 120만원에 팔라”는 제안을 받았다.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해당 사료배합기를 만든 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하는 B씨의 말에 선수금 30만원을 받고 제품을 넘겨주게 됐다.
하지만 이것이 큰 실수였다는 것을 A씨가 깨닫기 까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초 약속과는 달리 잔금을 송금하지 않은채 계속 미루기만 하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고발하겠다”고 하자 추가로 보내온 20만원이 끝이었다. A씨는 2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나머지 7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지금도 전화를 하면 잔금을 보내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라면서 “알고 보니 우리지역에서 나와같은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더 있더라. 이들과 함께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A씨와 마찬가지로 예천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C씨의 경우 이보다 1년전 동일인물인 B씨에게 사료배합기를 넘겼지만 아예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C씨는 “축사 증축작업과정에서 잠시 사용치 않던 사료배합기를 제값에 팔아주겠다는 말만 믿었다”면서 “그러나 다음날 받기로 했던 돈이 입금되지 않아 B씨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불통이었고, 몇 달후 전화번호까지 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기당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들외에 지금까지 B씨에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 한우농가만 전국에 10여명에 달하고 있다. 사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사료배합기가 양축현장에 보편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제품교체를 고려하거나 잠시 사용을 중단하는 농가들이 B씨와 같은 브로커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농장을 직접 방문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중고배합기 판매를 알선, 농가를 현혹하고 있다. 더구나 사료배합기 제품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가 찍힌 스티커 까지 부착하는 대범함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해당 중고사료배합기를 구입한 농가들의 경우 구입내역이 없다보니 고장이 나더라도 생산업체로부터 A/S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
배합사료기 전문생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생산업체들은 중고 판매를 종용하지 않는다”고 전제, “생산업체 직원이라며 중고배합기의 거래를 권할 경우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곧바로 생산업체에 연락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어 제품을 생산한 업체에게 직접 연락하면 보다 더 수월하게 중고사료배합기를 판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