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를 잘 키우는 사람들<14>
경기 가평 청홍목장(대표 정규연)은 보증씨수소 KPN906을 생산해 소 한 마리로 1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려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개량은 끝이 없다”고 잘라 말하는 정규연 대표는 요즘 40년 한우사육 노하우를 녹여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번식전용우사를 만드는 일에 흠뻑 빠져 있다. 40년 가까이 소를 키워오던 우사는 비육우 전용으로 막내아들에게 물려주고 번식우 만을 위한 우사를 신축한 것이다.
우군족보 만들어 혈통관리
근친·체형 최대한 고려 개량
암소 유전정보 습득 심혈
번식우전용 우사 최적화 신축
청홍목장의 정규연 대표가 한우개량을 처음 접한 것은 1992년. 그동안 개량에 대한 개념 없이 소를 키우던 중 가평 북면에 한우개량단지가 생기면서 개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샤로레를 보면서 한우도 좋은 소를 만들 수 있겠다는 것은 머릿속에 있었다. 그러다가 개량이라는 말을 알게 됐다. 혈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정 대표는 이 때부터 소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개량방법이나 개념을 명확하게 알진 못했지만 어떤 아비와 어미를 가진 소가 좋은지, 한 마디로 혈통을 알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정규연식 우군족보.
“당시 공식도 없이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다. 수기로 우군족보를 만들고 한 마리 한 마리 개체기록을 해왔다.”
그 당시 손으로 직접 그린 혈통 가계도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 92년 시작한 개량단지 기초등록우부터 시작된 우군족보는 물론 2013년 현재까지 청홍목장에서 태어나고 길러진 모든 한우는 기록으로 그대로 살아있다. 도태시킨 소의 기록도 보관 중이다.
“개량의 본격적인 시작은 육종농가사업에 참여한 후 부터이다. 육종농가가 되면서 암소의 유전능력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게 됐다. 계절번식 때 한우개량사업소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액을 구해주더라. 그 때부터 개량속도가 빨라졌다.”
청홍목장의 개량원칙은 근친과 체형을 최대한 고려하는 것이다. 정액은 기본적으로 근내지방도를 따지기보다 1+만 나와도 씨수소의 체형과 체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것으로 선택하고 있다. ‘0’을 기본베이스로 한다면 ‘-’가 없는 것 최대한 ‘+’에 가까운 정액을 선택한다. 일반농가들이 근내지방도로 정액을 선택한다면, 한 등급 떨어져도 경제적인 가치가 높은 소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정액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근내지방도 보다 등심단면적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홍목장의 개량성과는 2006년 생산된 수송아지 2두가 2007년 4월 후보씨수소(KPN762 KPN763)에 선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2009년에는 후보씨수소 1두(KPN906)를 더 배출했고, 2011년에는 ‘KPN763’이 보증씨수소로 선발됐다. KPN906도 2013년 보증씨수소가 됐다.
모두가 인정하는 씨수소를 만들어낸 정 대표의 개량 외길은 비육우를 대상으로 한 경진대회의 수상실적으로도 증명됐다. 정 대표는 2008년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데 이어 2012년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는 음성공판장에 출하한 거세우 2두가 1++A 등급으로 국무총리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요즘 정 대표는 우사짓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소가 늘면서 좁았던 기존의 우사(500평)는 비육우사로 쓰고, 100m 정도 떨어진 최적의 부지를 사들여 600평짜리 번식전문우사를 만들었다. 2010년 2천평을 매입해 2011년 공사를 시작한 신축우사는 2012년 8월 준공됐지만 아직도 정 대표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 대표가 40년 동안 한우를 키우면서 쌓은 노하우를 녹여 번식우에게 가장 적합한 우사를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설계해 짓기 때문이다.
우사를 내부에서 보면 양쪽을 다시 둘로 나눠 우방을 만들고 번식우는 바깥쪽 우방에, 새끼는 안쪽 우방에 넣는 방식이다. 우방이 나눠지는 쪽에는 송아지들이 자신들의 우방과 어미소의 우방을 들락거릴 수 있는 문이 만들어져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송아지는 어미 팔아 재미난다는 얘기가 있다. 새끼들은 낮 시간에는 주로 자기들끼리 있다가 자신들이 원할 때 마다 어미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우방 사이의 문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여닫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바닥은 분뇨량을 계산해 어미소들의 우방이 15㎝ 더 낮게 설계됐다.
현재 청홍목장은 정규연 정웅진 부자가 경영한다. 아들은 비육전문, 아버지는 번식전문으로 구분해 놓았지만 일손이 필요한 곳에선 구분 없이 서로 힘을 합치고, 개체관리나 기록관리도 함께하며 신바람 농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