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탁 사무국장( 한우자조금 관리위원회)
올봄 한우산업을 춘래불사춘(春來不事春)이라는 말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우가격은 2년 이상 바닥을 기는데 설상가상으로 한·캐나다FTA, 한·호주FTA, 한·중FTA가 타결되었거나 협상중이라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치솟을 대로 치솟았던 사료 값은 가격인하요인이 생겼는데도 인하율은 속 시원하지 못해 한우농가는 답답하기만 하다.
답답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앞으로 한우를 길러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아 엉거주춤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를 스스로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것은 수출의 역할이 컸다. 또한 수출의 반대급부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농업, 특히 한우산업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축산물등급제, 쇠고기이력제, 원산지표시제, 송아지생산안정제 등 각종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고, 이는 한우산업이 붕괴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오게 된 주요정책이 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생산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명쾌한 지표가 없다는 것이다.
지표는 장기적인 것과 단기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장기적 지표는 현재의 수준에서 관세가 완전히 없어졌을 때 경쟁력 있는 생산비는 어느 정도 될 것인가를 제시하고, 농가가 감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하여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를 내 놓아야 한다.
단기적 지표로는 향후 3년간의 정확한 사육정보를 제시해 농가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지표를 설정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적정 수급량을 예측하는 것이다. 문제는 적정 수급량을 어떻게 정확히 산출하느냐와 산출된 공급량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있다.
수요량은 경기와 가격에 많은 영향을 받기마련이다.
경기가 같은 조건인 경우 한우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는 증가하게 되고 그 증가된 만큼 한우소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나 이는 공급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리고 비육되는 한우의 라이프사이클이 3년이나 되기 때문에 시황이 좋지 않다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우 사육에 대한 3~5년간의 성별, 출생월령별 사육두수가 공표되어 생산자가 단기적 지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암소를 통한 수급상황에 맞는 사육두수를 조절하는 장기적 지표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은 쇠고기 이력에 의해 등록된 자료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광우병으로 세계인의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4년 2월 일본의 이력추적제도의 추진 실태 조사를 시작으로 4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 12월부터 법에 의해 의무 시행되고 있다.
의무시행 후 5년 이상이 된 동 제도는 이제 연간 80억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중요 축산정책의 하나로 정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