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게바농장’ 황인섭 대표
군대를 제대하고 송아지 2마리를 시작한 황인섭 대표는 ‘그냥 한우’가 좋아서 키웠지만 지금은 30년 이상 키워온 ‘내 한우’가 좋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그냥 한우’와 ‘내 한우’의 차이는 개량의 차이다. 한우를 키우기 시작할 때는 잘 크고 잘 먹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키우는 것은 같지만 개량을 통해 내가 만들어낸 한우라는 점이다. 황 대표는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만 일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오는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개량’의 핵심이다”고 말한다.
결과 예측가능이 개량 핵심
30년 노하우로 육성률 100%
기본 충실한 사양관리가 비결
고급육 선도…육종농가 우뚝
젊은 시절 황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우를 키웠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새벽에 출근하기 전 일어나 한우를 돌보고 퇴근 후에는 밤새는 줄 모르고 농장 일을 했다.
이러한 황 대표의 노력으로 게바농장을 익산을 대표하는 개량농가로 우뚝 섰지만 “한우를 제대로 알려면 아직 멀었다”라고 겸손한 모습이었다.
한우가 몇 마리 안 될 때 항상 축사를 깨끗이 해줬기 때문에 송아지를 실패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축사를 새로 짓고 사육두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한 두 마리 설사로 인해 폐사를 하기 시작했고 어느 해 인가는 태어난 송아지의 절반이나 폐사되기도 했다.
어려움을 겪고나서야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축사는 매일 소독하고 분만 후에는 어미소에게 영양제도 주사했으며 송아지에게는 면역증강제와 배꼽 소독을 철저히 했다.
이 같은 노력을 3∼4년 하다보니 덕분에 송아지 폐사는 줄어들었고 이후에는 100% 육성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0년 이후 2011년 FMD백신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몇 마리가 유사산되기 전까지 단 한 마리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는 황 대표.
게바농장은 2002년 이후 100% 인공수정을 실시하고 출하 성적을 놓고 도태 여부를 결정했다. 우량 송아지 위주로 육성했다. 농장 기록도 이 때부터 시작했다.
암소 개체번호를 적고 수정은 언제 했는지 어떤 정액을 썼는지 분만 예정일은 언제인지부터 사소한 것 하나하나 기록을 해 나갔다.
농장일기도 썼다. 하루 하루 농장에서 있었던 일을 일기처럼 적어 내려갔다. 이렇게 시작한 기록이 이제 수 십권이 넘는다.
게바농장의 족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5∼6대까지 족보를 확인할 있다.
황 대표는 게바농장의 인공수정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겼다.
“소들이 주인이 들어가 곧 바로 사료를 주게 되면 일제히 주인에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들어가서 30분 가량을 관찰하게 되면 소 들도 주인이 들어와도 평소에 하던 행동들을 그대로 하고 있다”며 이때 소들의 행동이 보면 발정이 왔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황 대표가 2015년을 주목하는 것은 그 동안의 기록이 뒷 받침해주고 있다. 매일 농장일을 마치고 30분씩 일지를 기록해 왔으며 이를 근거로 각 개체의 장단점이 파악하고 이를 분석해 향후 출하성적이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록 수첩을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스마트폰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다.
스마트폰 메모 기능을 활용하면 오늘 할 일은 물론 농장에 특히한 사안들을 즉시 기록했다가 나중에 일지에 다시 옮겨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침에 기록부를 보고 오늘 수정이나 분만할 개체들이 있는 경우 이를 메모했다가 농장에 들어가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젼이 있으면 목표가 있고 목표를 세웠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해야 하며 최선을 다해 실천한다면 언젠가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황 대표.
지금 당장은 내 농장의 개량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나아가서는 익산지역 한우농가들이 함께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남들보다 먼저 실천해 나가고 있다. 개량을 시작한 것부터 무항생제 인증, HACCP인증도 익산에서 처음으로 획득했다. 한우육종농가도 처음은 아니지만 올해 육종농가로 됐다.
내가 먼저 함으로써 주위 농가들이 좀 더 쉽게 따라올 수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황 대표.
또 황 대표는 요즘 학구열에 불타고 있다. 전북대 축산학과에서 육종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나이 먹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니 어려움도 있지만 뭐든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 때문에 이왕 시작한 공부는 최선을 다해 무사히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