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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기관, 일반 농가가 채혈해도 묵인 일쑤

세월호, 축산현장엔 없나

이일호 기자  2014.05.12 17: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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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1>잘못된 질병검사 시료채취 관행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아주 간단한 원칙이나 기본만 지켰어도 이렇게 큰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이 더욱 크다. 그러면 우리 축산현장에서는 어떤가.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는 또다른 ‘세월호’는 없는가. 우리 축산 현장의 세월호, 다시 말해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현장은 없는지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리즈로 짚어본다.

 


방역기관 전문인력이 일정기준 개체 선정 시료채취 기본
실상은 농장주가 일부 개체서 채취한 시료에 의존하기도
검사결과 토대 방역정책 실효성 의문…오판이 재앙 부를라

 

지난 3월 강원도 철원 소재 한 양돈장의 비육돈에서 야외바이러스에 의한 FMD 항체(NSP)가 검출됐다.
최근 북한에서 FMD가 발생, 휴전선 인근까지 확산된 것으로 알려지며 잔뜩 긴장해온 방역당국과 양돈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수순. 비육돈의 NSP 검출은 FMD재발 가능성을 연결짓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 결과 해당농장 직원이 정기모니터링에 사용할 시료(혈액)를 모돈 한 구간에서만 채취, 비육돈에서도 채취한 것처럼 속여 방역당국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농장의 경우 FMD 사태 당시 부분살처분 농장이었고, 지난해에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이전까지 NSP가 남아있었던 농장이었던 만큼 모돈구간에선 기존 NSP 잔류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FMD가 재발생한 것은 아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분위기다.
FMD 백신청정국 지위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로서는 천만다행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이번 철원 양돈장의 NSP파문은 국가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각종 가축질병 검사가  그 시료조차 믿을수 없는 현실을 방역당국 스스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축산업계에 던져주는 충격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정확한 시료채취를 위해서는 방역당국이 투입한 전담인력의 농장진입이 불가피하지만 방역, 가축 스트레스 발생 등 여러가지 이유로 농장주로부터 거부당하기 일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농장주가 지목하는 개체, 또는 한곳에 몰아둔 개체에서만 국가 검사용 시료채취가 이뤄지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농장주 및 직원이 채취한 시료에 의존하는 사례는 언제부터인가 양축현장의 공공연한 비밀이 돼왔다.
이러한 상황에 그 검사 결과를 근간으로 한 방역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방역당국과 축산업계의 오판을 불러와 무서운 가축전염병이 양축현장을 휩쓸게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도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방역당국의 반응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철원농가와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남 사천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역시 시료채취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허점을 악용하다 ‘화’를 불러들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돼지열병 백신접종을 질병 방어가 아닌 정부의 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접근하다보니 적정일령을 넘기게 되고, 그 사이에 질병에 감염된 것이다.
당시에도 시료채취의 객관성 확보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지만 이후 어떠한 후속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철원의 NSP검출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듯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반응도 같은 맥락일 수밖에 없다.
결국 양축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이 농가는 물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방역당국에서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 조금의 불편함이나 경제적 피해가 있더라도 기본은 지켜져야 한다. 정부의 압력을 떠나 농가부터 ‘나, 한명쯤이야“라는 인식이 국내 축산업을 통째로 뒤흔드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