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급증 초래…급속한 시장잠식 재현 우려
육가공업계 “상향조정 시기 더 많아” 신중
대한한돈협회가 돼지가격에 따른 지급률 탄력 적용 방안을 본격 추진하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일 돼지가격 안정을 위한 긴급회의에서 이번 대책을 마련한 이후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서면 형식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있는 한돈협회측은 별다른 이견없이 통과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지육kg당 6천원을 넘어서고 있는 최근 가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양돈현장의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도매시장 가격이 지육kg당 4천원 미만일 때 지급률을 상향조정하되, 5천500원 이상일 경우 하향 조정하자는 한돈협회의 대책대로라면 지금 당장은 양돈농가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의 시장분위기를 감안할 때 돼지가격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다 오는 10월을 제외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큰 가격하락 요인은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상황. 적어도 지급률이 상향조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향 조정비율이 동일한 만큼 가격이 높을 때 지급률이 낮아지는 양돈농가의 실제 차감액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가격 고공행진의 가장 큰 수혜자인 양돈농가 스스로 지급률 탄력적용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돈협회 이병규 회장은 이에대해 “한, 두해만 돼지를 키우겠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정수준 이상의 돼지가격은 양돈농가 누구도 부담이 아닐수 없다”는 말로 그 배경을 설명했다.
높은 돼지가격 형성이 당장은 양돈농가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국내 육가공업계의 원료육 구매부담 가중과 경영악화, 소비자의 국내산 시장 이탈, 그리고 수입육의 급속한 시장잠식으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국내 양돈산업에 치명적인 ‘독’이 될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삼겹살을 중심으로 한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은 이미 유통업계에서 생각하는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원료육 가격만을 감안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데다 더 높은 소비자 가격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육가공업계는 여전히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더구나 높은 가격이 돼지고기 소비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가뜩이나 세월호 사태 등으로 위축돼 있는 소비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반해 강세를 지속해온 국제돼지가격은 점차 안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수입육이 급증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난 FMD사태 당시 돼지 대량살처분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까지 나서 수입을 확대, 국내산 유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국내 사육기반 정상화와 함께 가격이 폭락하는 장기불황을 경험했던 양돈농가들 사이에 ‘악몽’이 재현되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급률 탄력적용 방안은 강제성이 부여될 수 없는 만큼 양돈농가들이 얼마나 동참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 농가가 원한다고 해도 육가공업계가 거부하면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하에서 육가공업계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견 육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지급률이 하향되기 보다는 상향조정돼야 할 시기가 더 많았다. 솔직히 한돈협회의 조건대로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농가나 육가공업체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사안인 만큼 지금으로선 섯부른 예단이 불가능함을 알 수있다.
다만 돼지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압박, 그리고 돼지공급이 달릴 경우 지급률이 상향조정돼 육가공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공급이 남을 때는 지급률 하향으로 가뜩이나 낮은 돼지가격에 허덕이는 양돈농가들의 어려움이 더해질 수 밖에 없었던 그간의 폐해를 해소할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를 감안할 때 의외의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