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주 교수 (영남대 생명공학부)
한우 암소를 사육하는 농가가 유전적 자질이 우수한 송아지를 생산하기 위하여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수퍼 능력을 가진 수정란? 형질전환 송아지? 아니면 복제 송아지? 아니다. 정액이다.
농가는 고급육을 생산하는 우수한 능력을 가진 종모우 정액 구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유전능력이 우수한 정액을 사용했더니 높은 수익을 올리는 고급육의 송아지(거세우)가 생산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980년대부터 한우의 고급육 개량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수행해온 종모우 후대검정사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010년부터는 암소검정사업을 착수하여 축협과 같은 한우사업단 소재 한우농가의 암소에 대하여 유전능력을 평가하여 우수 암소 선발 및 불량 암소 도태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암소검정사업 수행은 종모우 후대검정사업보다 훨씬 어려운데 그 이유는 후자의 경우 검정사업이 한 검정소(서산 한우개량사업소)에서 1천두 규모로 진행되는 반면에 전자는 전국 55개 사업단에서 1만 농가에서 사육되는 10만두 이상의 암소들에 대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단과 농가의 협조가 효율적인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다.
또한 이 암소검정사업의 성패는 종모우 검정사업과 마찬가지로 해당 암소의 유전적 능력, 즉 육종가를 정확하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우 농가가 정액을 구입할 때 고급육 육종가에 근거해 종모우을 선택하는데, 그 이유는 육종가가 우수한 종모우에서 태어난 송아지가 고급육을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종모우 육종가의 정확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암소에 대한 정확도가 높은 육종가를 얻기 위해서는 고급육 특성을 예측하는 생체초음파 형질들을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암소들은 초음파를 측정하지 않고 부모 혈통에 근거한 값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정확도가 낮은 육종가를 예측하여 우수 암소 선발의 효율성이 제한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암소검정사업 참여 사업단에 초음파 촬영을 강력히 권유하지만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참여 사업단과 해당 농가의 육종가 중요성의 인식 부재로 볼 수 있다. 물론 소수의 농가는 암소 개량에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지만 상당수 농가의 경우, 육종가의 정확도가 높은 보증종모우 정액은 앞 다투어 구입하면서 왜 본인 소유의 암소에 대하여 유전적 자질을 정확하게 평가 하는 데에는 무관심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문제를 제기하면 상당수 사업단에서는 제한된 예산으로 초음파 촬영에 대한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종모우 후대검정 사업이 지난 수 십년간 구축되어진 시스템에서 우수한 고급육 정액이 지속적으로 생산 되었듯이, 암소의 유전적 개량도 한 순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암소에 대한 정확도가 높은 육종가를 얻기 위해서 한우 농가가 초음파 촬영비를 기꺼이 자비를 부담할 자세로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해당 사업단도 초음파 촬영 측정에 기꺼이 예산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의지와 자세로 임할 때 현재 힘겹게 이 사업을 주도하는 한우개량사업소 담당 직원들이 큰 보람과 긍지를 가지게 되고, 친자 부정 및 기록의 오류와 같은 효율적인 암소검정 사업의 저해 요소들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정확도가 높은 육종가로 암소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육종가를 신뢰하는 바탕으로 암소의 가치를 평가(구입, 판매)하는 생산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 지속적으로 우량 암소를 선별하고 불량 암소를 도태하여 지금보다 더욱 한우 산업이 수입육 및 타 축종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종모우 (암소) 검정사업은 웰빙시대에 부응하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유전적 개량 목표를 다변화 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시설을 구축하는데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