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업계, 품질 하향평준화 우려…결국농가 피해
축산단체, 사료원가 공개…가격 투명성 제고해야
농림축산식품부가 가격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배합사료 가격표시제’를 놓고 일부 사료업체와 축산단체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축산부는 사료업체가 홈페이지 등에 공장도가격(kg당 가격)을 표시함으로써 농가가 제품별 공장도가격, 영양성분 등을 비교·선택할 수 있게 가격·성분 비교표를 공개토록 할 계획이다. 이는 농가별 맞춤형 제품 선택을 유도하고, 외상거래시 고금리 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저가사료 개발 등 가격경쟁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취지는 공감 하면서도 배합사료가격 표시제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료업체 입장에서는 경쟁사와의 비교를 통해 판매저하를 우려해 저가사료 생산에 주력한 나머지 제품의 안전성 및 생산성 저하를 지적하는 한편, 가격공개는 결국 제조업체와 농가에 대한 고시 가격으로 인식됨에 따라 사료기업의 항질병, 특정 영양성분의 추가 등 기능성 사료개발 노력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가축의 성장단계별 사육프로그램 개발 노력 저하로 인한 배합사료의 전체적인 하향평준화가 진행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사료공급 이외의 농장경영 전반에 걸친 사료기업의 대 농민서비스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료의 저가공급 우선 기조에 의한 추가적인 비용발생 회피로 농장 경영컨설팅 축소에다 농장에 대한 수의 및 방역관련 서비스도 축소하게 되면 현재 축산업내에서의 배합사료산업 역할을 고려할 때, 농가단위 뿐 아니라 전체 축산업 선진화 취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배합사료 가격표시제 도입을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 시행한다고 하는데, 배합사료의 경우 농가의 상황(구매물량, 여신조건, 운송거리, 농가 맞춤사료 등)에 따라 각기 상이하다보니, 실질 거래가격의 표시가 불가한 상황이어서 판매업자가 실질적인 판매 가격을 표시토록 한 이 법률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배합사료 가격의 투명성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는 것. 축산농가의 전·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료의 공동구매, OEM 등 농가 맞춤사료의 비중이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이들 사료의 공급가격은 해당기업의 원가가격, 환율 등을 반영해 매달 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그 어느 제품보다 가격의 투명성은 이미 확보되어 있어 굳이 가격표시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료업체에는 공산품과 다른 배합사료의 생산공정 및 유통시스템을 감안하고, 배합사료 가격자율화, 식품 등에 대한 가격표시제 폐지에 배치되는 가격표시제는 긍정과 부정의 효과를 비교할 때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병규 한돈협회장은 “사료가격표시제는 어떤 방법으로든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며 “우리 축산인들은 사실 이 보다는 원료비, 인건비, 판매비 등을 포함하는 사료원가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