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등급판정을 하다보면 출하농가가 바뀔 때마다 돼지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돼지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
천만의 말씀이다. 돼지는 같은 농장에서 출하되는 돼지일지라도 종돈이나 사양관리가 잘못되면 성별로, 개체별로 그 차이가 매우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현장 컨설팅을 하다보면 MSY, PSY 1두 높이는 것은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고생고생하면서 길러낸 돼지를 출하하는 ‘출하관리’는 산지수집상이나 사료업체 등에 전적으로 맡겨버리는 농장들이 의외로 많다.
왜 이렇게 최종 결과물에 대한 관리가 소홀할까? 결국 관심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관심이 곧 성적개선의 지름길
등급판정에서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좋은 품질의 규격돈 돼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돈농가는 출하 전 좋은 돼지만 생산한다고 해서 일을 다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출하 시 선별과정, 출하 후 운송과정, 도축과정 등 모든 공정이 제대로 관리가 되어야 최종적으로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공정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등급판정결과안내서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을 자주 접한다. 한돈농장을 방문하면 그때마다 농장사무실이나 우편함에서 등급판정결과안내서를 쉽게 접한다. 오래되어 누런 것부터 최근의 개봉되지 못한 봉투를 볼 때마다 현실을 가늠하게 된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등급판정결과안내서를 꼼꼼하게 챙겨보고 분석한 후 자기 돼지에 대한 특이사항이나 체크사항에 대해 평가사에게 직접 연락하여 확인하는 농가도 있다.
이처럼, 관심의 차이가 곧 농가성적을 좌우하게 되고 수익성이 달라진다.
#등급 하락의 원인을 알자이제 등급판정결과 안내서를 펼쳐놓고 조목조목 따져보자.
현행 돼지 등급판정기준은 잘 알다시피 1차 판정(규격 위주)과 2차 판정(육질 위주)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가장 낮은 등급으로 최종 판정하는 최저등급제이다.
돼지등급판정기준 중에는 돼지 자체가 가진 등급하락 요인과 다른 하락요인, 즉 운송이나 도축과정에서 발생되는 결함요인에 의해서도 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
돼지 자체가 가진 하락요인이라면 종돈이나 사양관리, 시설이나 설비 등을 개선해야 하고, 출하, 수송, 도축과정에서 발생되는 결함이라면 출하대, 수송차량 개선 및 관련 종사자 교육, 도축장의 계류장, 도축설비 개선 및 종업원들에 대한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서 진단과 개선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돼지 자체가 가진 하락요인으로는 1차 판정기준 중
성별 : 비거세 수퇘지 이거나 잠복정소, 웅취 등에 의한 성징 2형에 해당하는 경우
도체중 : 등급별 도체중 범위를 벗어난 경우
등지방두께 : 등급별 등지방두께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 중 성별, 특히 비거세 수퇘지(성징2형)로 판정받는 경우 출하농가로부터 주요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농가에서는 100% 거세를 실시했고 출하과정에서 확인을 했을 때 외형상으로 비거세 수퇘지가 없었다고 주장을 하며 품질평가사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제기한다.
품질평가사가 수퇘지(성징2형)로 판정하는 경우는 도체에 나타나는 성기흔적(음경륜의 크기, 좌골해면체근의 색깔, 음낭 제거흔적 등)을 바탕으로 비거세 수퇘지, 잠복정소 개체 중 비거세 수퇘지 특징을 나타내는 도체 등이 해당된다.
잠복정소의 경우에는 생체상태에서는 외형상 거세로 보이지만 도체특성은 복강 내에 남아있는 고환으로 인하여 수퇘지의 성징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외형상 외고환 개체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 거세 시에 외고환 개체에 대한 메모를 해두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해보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