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결연한 단체장 단식투쟁, 정치권 관심 이끌어내
“장외보단 국회로…예산 심의시 입장 관철 집중” 여론
협의체 결과 따라 가축 반납운동 전개 등 ‘불씨’ 여전
◆비대위 요구 전격수용
지난달 23일 서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시작된 축산단체장들의 단식농성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단식농성 돌입과 함께 지속돼온 축산단체의 ‘여·야·정 협의체 구성’ 요구에 대해 지난 3일 새누리당과 새천년민주당간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FTA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측(이하 비대위)이 요구한 ‘4자 협의체’ 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필요할 때 마다 축산단체도 참석하는 형태로 협의체를 운영하겠다는게 양당의 입장인 만큼 축산단체도 별다른 이의없이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게 주변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4일 현재 상황에서는 천막농성은 이어가되, 2주여간 이어져온 축산단체장의 단식투쟁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에서는 단식농성을 계기로 축산업계의 요구사항 가운데 상당부분을 수용할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경로를 통해 밝혀온 상황. 이제는 구체적인 예산확보가 관건이기에 장외투쟁 보다는 내년도 예산심의에 돌입한 국회를 대상으로 축산업계의 입장을 반영시킬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끝을 알수 없다” 우려도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축산단체 일각에서는 단식농성의 끝을 알수 없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내 행정시스템을 감안할 때 국회의 법정 예산심의 기한인 오는 12월 2일 이전에 현실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다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그 배경이었다.
실제로 이동필 농축산부 장관은 수차례 농성장을 찾아 “믿어줄 것”을 간곡히 요구했고,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의 경우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정부 지원 보다는 현장 축산인들에게 돌아갈수 있는 2개 정도의 별도 대책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왔지만 “지금 상황에서 확답은 불가능하다”는 단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 사이 단식농성이 길어지면서 단체장들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 축산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동요가 일기도 했다.
단식농성 3일째를 넘어서면서 단체장들은 누워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을 뿐 만 아니라 일주일째부터는 바로 옆이 아니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약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축산단체측은 10분이상 면담은 피해줄 것을 당부하는 호소문까지 내걸 정도.
그러나 축산단체장들은 “정부가 확실한 의지를 밝히지 않는한 죽어도 단식을 풀 수 없다”며 단호히 거부했다. 이러한 시간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단식 12일째를 맞은 지난 3일에는 이창호 비대위원장(축단협회장)과 이병규 한돈협회장이 탈진증세를 보여 긴급히 인근 영등포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손정렬 낙농육우협회장은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 응급실행을 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겉으로는 결연한 의지를 잃지 않은 단체장들이었지만 이들의 속내도 타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추위와 배고픔은 참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한 단식투쟁에도 우리 축산인들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다 주지 못할수 있다는 불안감은 가장 참기 힘든 고통”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단식 없었다면…
물론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축산업계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지 아직 전망키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단식농성 없이 대규모 집회로만 끝났으면 지금 수준의 성과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세월호 정국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데다 공무원 연금파문 등에 사회적인 관심사가 쏠린 반면 FTA와 피해산업의 어려움은 언제부터인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식상한 사안’으로 분류, 상대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목숨을 건 단식’ 이라는 배수의 진이 자칫 정부와 국민, 언론의 무관심속에 꺼져버릴수 있었던 희망의 불씨를 살린 셈이다.
다만 법정 예산심의기한인 12월 2일 이후 협의체가 내놓은 결과에 따라서는 ‘가축반납’ 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현실화 될 전망이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