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백신만 잘하면 괜찮나” 불안 증폭
각종 의문 꼬리물어…백신효능 논란 또다시 확산
“백신 접종돈 인공감염 통해 효과 확인을” 제안도
충북 진천 양돈장의 FMD 발생 이후 양돈현장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자타가 인정할 정도로 고도의 위생방역 시스템이 구축된 대형계열화업체의 농장, 그것도 백신항체형성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모돈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전의 추가 발생때와는 충격의 정도가 차원을 달리하고 있는 양상이다.
더구나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방역당국 역시 그간 검증과정에서 해당 양돈장의 백신접종 주장을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돈농가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종돈농가는 “평소 방역관리가 철저히 이뤄지는 농장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FMD가 발생했다면 어느 누구도 안심할수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양돈농가는 물론 수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각종 추측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백신효능 자체에 대한 불신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양돈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극도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접종프로그램의 태생적 한계?
11일 현재 감염경로와 발생원인, 현황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물론 해당농장도 ‘원칙대로 (접종프로그램을 준수)했다’는 주장외에는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없는 상황. 때문에 어떠한 분석도 추측 수준을 넘을수 없는게 현실이다. 다만 조금씩 전해진 내용을 토대로 이번 FMD 발생과 관련한 몇가지 가설이 양돈농가와 수의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우선 모돈임에도 불구하고 해당농장의 백신항체양성률이 균일하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일부 는 평균수준을 밑돌았다는 점이다. 해당농장의 주장과 그간 추세를 감안한다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접종 개체의 보정 여부에 따라 항체양성률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개체별 보정이 아닌 일정 공간을 막아놓은 상태에서 접종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약제의 역류 등으로 인해 정량의 백신이 투입되지 않은 개체가 발생할수 있고, 이 때문에 항체가 낮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의 임의실험에서 보정접종 돈군의 항체양성률이 PI값 50 기준 90%이상 나온 반면 비보정 돈군의 경우 매우 낮은 항체율을 기록한 결과는 그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현행 돼지 FMD 백신프로그램 자체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에 따른 항체형성률 저하의 원인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돈의 경우 8~12주령에, 모돈의 경우 분만 3~4주전에 각각 접종이 이뤄지도록 돼 있다. 그러다보니 후보돈의 경우 자돈단계에서 접종이 이뤄진후 2차 접종시까지 5~6개월의 공백기간이 존재하지만 이때까지 일정수준의 항체가 유지될지 의문이라는 것. 여기에 반복접종 회수가 적은 저산차 일수룩 항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을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번식모돈에 FMD가 발생한 진천 양돈장의 경우도 저산차의 이상비중이 높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일단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타입만 같다고 효과있나”
그러나 양돈현장에서는 단순히 접종프로그램 및 방법상의 문제를 넘어 백신 품질이나 효과 자체에 대한 불신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안그래도 “백신을 접종했음에도 만족할 항체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상황.
한 현장수의사는 “지난 11월 전국 양돈장을 대상으로 실시된 FMD백신실태 일제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던 농장 가운데 상당수가 백신항체율 미달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며 “도대체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는데 이번 진천농장도 같은 케이스라는 생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FMD 바이러스가 올해 발생한 다른 농장의 바이러스와 타입은(O형)같지만 유전자형이 다르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현재 농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백신의 국내 야외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효과 논란을 지피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 다른 현장수의사는 “방역당국은 같은 타입이면 유전자형이 달라도 방어효과가 있다고 강조하지만 국내에서 실증된 게 아니다”면서 “특히 현재 공급되고 있는 백신은 국내 유행주도 아닌데다, 세가지 타입의 항원이 섞여있는 것인 만큼 혹시 모를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특정회사 공급 백신이 문제가 있다”, “백신을 수입해 소분하는 과정에서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괴담도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에대해 방역당국의 한관계자는 “어떠한 추측이나 가설도 혼란만 가중시킬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종합적인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간 FMD를 비롯한 해외악성전염병 발생시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불신의 시각이 존재해온 만큼 방역당국의 기대대로 양돈현장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진천의 두 번째 FMD 발생농장의 경우 첫 번째 발생농장과 인접해있는데다 돼지가 분양된 농장임에도 불구하고 전화예찰 과정에서 FMD 발생이 확인되면서 납득할수 있는 해명이 없을 경우 역학조사의 신뢰성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양돈현장에 확신을 줄수 있도록 역학조사에 대한 신뢰성 제고는 물론 더 이상 백신효과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특단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 수의전문가는 “현재 공급되고 있는 백신의 항체 양성률이 일정수준 이상인 개체에 국내의 야외바이러스를 인공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백신효과 논란은 단번에 잠재울수 있을 것”이라면서 “역학조사 초기단계부터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