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산업 전망)낙농 / 원유수급, 다양한 돌발변수에 유동적…특단의 소비대책 필요

기자  2015.01.07 13:23:11

기사프린트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가고 을미년 새해가 다가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월말 현재 분유재고가 1만5천800톤까지 늘어나 원유수급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게 되었다. 새해에는 낙농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두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같은 의미에서 2015년의 낙농산업을 간략히 전망해 보고자 한다.

 

국제 유제품가 약세·관세 인하 영향 치즈 중심 수입량 지속증가
시유소비 한계 수출 노력…학교급식 확대·맞춤형 제품 개발 필요

 

조석진 소장(낙농정책연구소)

 

이와 관련하여 우선 최근 심화되고 있는 원유수급불균형의 발생 원인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소비측면에서 보면, 2013년 현재 시유생산비율이 75.8%에 달해 국내 낙농은 사실상 시유생산에 국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1인당 시유소비가 2003년의 38.5kg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13년 현재 33.5kg을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1인당 시유소비가 연평균 -1.3%의 감소를 나타냈다. 이는 우유가 이미 필수식품으로 정착한 가운데 출산율저하, 고령화, 다양한 대체제의 등장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 장기화 되고 있는 경기침체 및 확실한 근거도 없이 확대재생산 되고 있는 안티밀크 정서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유소비를 늘릴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데에 낙농업계의 고민이 있다.


10년새 시유 소비 ↓ 유제품 수입↑

공급측면에서는 2013년 동절기 이후의 양호한 기후조건 및 2013년 8월 원유가격연동제 시행으로 생산자 유대가 12.7% 인상됨에 따라 생산의욕이 다소 자극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 결과 최근 분유재고 누증에 따른 유업체의 경영압박이 심화됨에 따라 진흥회농가의 경우 3.47%의 감산에 들어갔다. 이에 각 집유주체도 별도의 기준에 의한 감산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눈금의 저울과 잣대로 쿼터를 관리함에 따라 집유주체 간 형평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형평성 실현을 위한 뚜렷한 청사진 조차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일부 진흥회 농가의 반발에 직면하였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EU, 미국과의 FTA가 발효된 가운데 치즈를 포함한 저가의 유제품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원유로 환산한 연간 1인당 우유·유제품 소비가 지난 10년간(2003~13) 연평균 1.3%의 증가를 나타냄으로서 시유 소비감소와는 반대현상을 보였다. 이는 소비가 늘어난 유제품의 대부분이 수입에 의해 충당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우유자급률이 79.1%에서 58.4%까지 급락하였다.
이 같은 대내외적인 여건변화와 함께 초·중·고의 동계방학 및 소비의 비수기라는 계절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2015년 새해에도 원유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즉, 2012년의 경우 학기 중 학교급식에 사용된 원유가 1일 평균 729톤으로, 1일 평균 백색시유 소비량(3,839톤)의 19.0%에 달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우유급식이 시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까지 현재 증가일로에 있는 분유재고의 소진 및 집유주체별 감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소비해법 없인 수급불안 지속

그러나 3월부터 학교우유급식이 재개되더라도 곧 이어 4~6월의 청초기(靑草期)에 접어들게 되어 두당 원유생산이 계절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그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최근의 곡물가격 및 유가(油價)안정에 따른 주요 수출국의 증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국제유제품 가격이 2015년 후반기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의 원유수급 불균형과 무관하게 치즈를 중심으로 하는 주요 유제품의 수입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할 때 시유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한 2015년 2/4분기까지도 원유 수급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시유는 이미 필수식품으로 정착한 만큼 소비자가격을 낮추더라도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최근 각 유업체가 시유소비확대를 유도하기 약 25%에 달하는 할인판매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2015년의 원유수급은 각 집유주체의 효율적인 감산여부, 기후조건, 중국에 대한 시유 수출재개, 국제 곡물가격여하에 따른 우유생산비의 변화와 원유가 격연동제의 문제 등 다양한 돌발변수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미 발효된 미국, EU와의 FTA에 이어 2014년 12월 10일에 발효된 호주와의 FTA 및 머지않아 발효될 뉴질랜드와의 FTA도 유제품 수입에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즉, 최근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치즈의 경우 FTA 발효 첫 해를 기준으로 미국, EU에 대한 무관세할당이 각각 7천톤과 4천560톤이며, 호주와 뉴질랜드가 각각 4천630톤과 7천톤이다. 따라서 이를 모두 합할 경우 치즈의 무관세할당이 총 2만3천190톤에 달한다. 그뿐 아니라 이들 국가에 대한 무관세할당이 매년 3%씩 늘어나며, 관세가 계속 인하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시유 및 국산유제품에 대한 대체효과 또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금후 원유수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차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단순히 2015년 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후 FTA 체제 하에서 낙농의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급안정대책이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환경문제, 경영주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 및 낙농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최근의 공급과잉 현상이 자칫 공급부족현상으로 전환될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 낙농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이란 점에서 최근의 원유수급 불균형과 2002년에 경험한 사상 최악의 원유 수급불균형과의 차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2002년의 원유수급 불균형은 그나마 시유수요가 미미하게나마 증가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 이후 유제품 수입이 국내 재고수준에 따라 탄력적으로 이루어지던 때였다. 이에 비해 최근에는 동시다발적인 FTA 체제 하에서 국내 재고와 거의 무관하게 유제품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재론할 필요 없이 EU, 미국과의 FTA 발효에 따른 무관세할당의 증가 및 주요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매년 인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 발효된 호주와의 FTA에 이어 뉴질랜드와의 FTA까지 발효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원유로 환산한 2013년의 유제품 수입량에 대한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에 양허한 무관세할당이 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유수급과 관련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최근과 같이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생산기반 안정 위한 근본 대책은

그렇다면 이 같이 급변하는 대내외적인 연건 속에서 이미 국민의 필수식품으로 정착한 우유·유제품을 공급하는 낙농의 안정된 생산기반유지 및 원유수급균형을 위한 근본대책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가장 절실한 것은 시유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또한 시유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낙농업계의 공동노력이 절실하다.
첫째, 제도적으로 학교우유급식을 늘릴 필요가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국민영양조사결과’에 의하면, 10~18세의 성장기 청소년에 있어서 필수영양소라 할 수 있는 칼슘의 섭취기준 미달비율이 78.8%(남자 75.5%, 여자 82.5%)에 달해, 이른바 ‘포식 시대의 칼슘결핍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13년 현재 초·중·고의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한 학교급식비율은 99.5%에 달하나 우유급식비율은 53.1%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해 일본의 우유급식비율 95.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일본은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통합하여 실시하는데 비해 한국은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분리실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유가 칼슘을 포함한 주요 영양소를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임을 감안할 때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의 통합실시를 위한 조속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둘째, 1인당 시유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주된 이유의 하나는 출산율 저하, 고령화 등 인구의 구조변화에 따른 수요감소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성별, 연령계층별 소비자 기호를 감안한 다양한 맞춤형 유제품개발이 절실하다.
셋째, 최근 확실한 근거도 없이 확대재생산 되고 있는 안티밀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낙농업계의 공조체계구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학부모, 학생 및 영양교사 등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포식(飽食)시대의 칼슘결핍현상, 우유의 영양적 가치 등을 포함한 먹거리교육(食育)이 절실하다. 아울러 낙농가는 환경 및 동물복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임과 아울러 체험목장, 목장유가공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중국에 대한 시유를 포함한 국산유제품의 수출을 늘리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책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은 우유공급부족으로 2020년까지 생산을 두 배로 늘린다는 국가차원의 낙농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한국은 중국시장에 신선시유를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시유의 살균방법에 대한 이의제로 중국에 대한 시유수출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의 인구만 각각 2천400만과 2천100만에 달함을 감안할 때 조속한 수출재개를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최근 낙농육우협회가 시행 중인 K-MILK 인증사업을 중국에까지 출원해 놓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금후 중국에 대한 시유수출을 늘리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은 원유 수급균형유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낙농제도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즉, FTA 체제 하에서 국내시장이 점차 국제 유제품 시장의 영향권에 깊숙이 진입하고 있음에도 낙농제도만은 국제규범과 유리된 채 2002년 이후 기본적으로 바뀐 것이 없다. 그러나 시유소비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시유시장에 의존한 낙후된 제도로는 국제화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더욱이 ‘낙농이 제도의 산물’임을 감안할 때 FTA 시대에 부합하는 탄력적이며, 효율적인 원유수급조절이 가능한 낙농제도로의 조속한 이행이 절실하다.
그렇다면 낙농제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국제화시대에 유제품 순수입국인 국내 낙농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자 주도의 전국단위 쿼터제를 축으로 하는 일원집유 단일판매, 용도별차등가격제 및 종합유가제의 조기정착이 절실하다. 아울러 가공쿼터의 설정 및 일정 한도 내에서의 가격보전을 통해 생산성이 높은 농가가 보다 많은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치즈를 중심으로 하는 국산유제품의 생산확대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