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우유자조금 대의원 총회에서는 한 공무원의 언행이 도마에 올랐다.
한 자조금 대의원은 “한 공무원이 농가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FTA로 인한 낙농업계의 피해가 있느냐며, 근거를 대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봤다”며 “공무원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농가들은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격분했다.
이렇게 말을 하게 된 과정이나 배경을 떠나 농가들의 심정을 이렇게 몰라준다는 것이 서운해서였을 것이다. 업계에서 함께 호흡하고, 살아온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둘도 없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과정에서 나온 실언이라고 믿고 싶다. 진심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낙농산업이 없으면, 낙농관련 공무원도 필요 없고, 나 같은 낙농담당 기자도, 협회도, 유업체도, 모두 필요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우리는 운명공동체인 셈이다.
서로의 역할이 있고, 각자의 책임이 있지만 대한민국 낙농이라는 테두리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같이 사는 사람이 능력이 출중해 일을 잘해내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어깨를 빌려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을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 아이에게 용돈을 많이 주고, 좋은 선물을 사준다고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빠가 좋은 아빠다. 말이 무서운 것은 한번 뱉으면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도 조심하고, 길도 조심하고, 불도 조심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말을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