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자조금이 자조금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위기에 빠져있다. 올해만 해도 4월 15일 현재 납부고지액 12억5천10만3천289원 중 4천31만3천468원이 납입되어 거출률이 3.2%에 불과하다. 아직 자조금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총회가 열리기 전이어서 납부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총회 이후 어느 정도 거출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닭고기자조금의 행보를 봤을 때 올해도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닭고기자조금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주도권 놓고 소모적 신경전, 농가 참여 의지 ‘발목’
납부실적 절반도 안돼…미납농가 처벌도 어려워
수입육 증가 대응 역할 커져…대승적 단합 요구
◆낮은 거출률…사업계획 차질
지난 2013년 닭고기자조금은 14억6천881만6천621원을 거출하며 거출률 45.7%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14억4천58만4천214원을 거출, 35.6%의 실적이었다. 거출률이 낮다보니 계획했던 사업이 상당수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등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닭고기자조금 사업에 참여하는 대한양계협회와 한국육계협회는 주도권 싸움에 열을 올렸고, 주도권 싸움이 길어질수록 계열사와 농가의 납부 의지는 꺾였다.
지난해의 경우 AI 등의 이유로 총회가 개최되지 못했던 탓에 사업 집행까지도 어려움을 겪었다. 비록 연말 수급조절 사업으로 푸드뱅크에 닭고기 기부 사업을 펼치기 위한 납부가 부랴부랴 이뤄졌으나 그 전까지 10%대의 거출률에 그치며 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 인건비까지 체불되는 등 어려움이 심화됐다.
◆자조금 미납 농가 처벌 어려워
닭고기자조금이 타 축종에 비해 거출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90%이상 계열화사업이 진행된 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육계 도계실적 기준으로 수당 금액으로 책정되는 자조금을 놓고 ‘닭의 주인이 회사인가, 농가인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해 자조금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2013년에야 거출금액을 수당 5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계열사가 3원, 농가가 2원 부담이라는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출률은 타 축종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자조금 거출의 문제는 회사보다는 농가 측에 문제가 지적된다. 육계협회는 회원사인 계열화업체들로부터 닭고기 소비촉진 지원금 명목으로 자금을 받아 이를 자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의 경우 자조금이 각 도계장별 도계실적을 기준으로 청구되기 때문에 어느 농가가 정확히 몇 수를 도계했고 자조금을 납부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맹점이 있다.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조금을 납부하지 않은 농가는 과태로 처분을 받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미납농가에 대해 이를 집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양계산업 위한 현명한 판단 필요
지금까지 닭고기자조금은 양계협회에서 관리위원장, 대의원회 의장 등을 역임하며 주도적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는 회원사들로부터 자조금을 거출하며 납부에 큰 역할을 했던 육계협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자조금 본연의 역할은 뒷전이 된 채 주도권 싸움의 장이 되어버렸다.
자조금 사업의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일각에서는 그동안 양계협회 주도로 진행되었던 닭고기자조금 사업이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육계협회는 이와 관련 “자조금 실 납부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며 대의원의 절반을 협회에 배정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투표를 통해 선출하도록 되어있는 대의원을 배정해달라고 하는 육계협회의 의견은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관련업계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닭고기 시장을 보면 미국산 가금류의 수입이 금지됐어도 오히려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산 가금류 수입이 다시 재개되면 국내산 자급률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큰 역할을 해야할 자조금은 관련단체간 주도권 싸움에 멍들면서 오히려 육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진정으로 양계산업을 위해 어떻게 힘을 합쳐야 할지에 대해 양계협회와 육계협회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