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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유팩에 채워야 할 ‘신의’

이동일 기자  2015.07.22 10: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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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우유가 남아돈다.
1년 넘게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다.
낙농가들은 감산에 또 감산을 강요받으면서 우유가 많이 나와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우유가 안 나와도 걱정, 우유가 많이 나와도 걱정인 지금의 상황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거듭된 감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급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유업체에서는 낙농가들이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낙농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낙농가들이 감산압박을 견뎌내는 동안 그들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되묻는다.
영업 손실을 감수하면서 어렵게 버텨나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뒤로는 유제품을 수입하고, 이것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을 뭐라고 설명할 건가? 대부분의 수입유제품은 유업체가 아닌 제과·제빵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상생의 의지가 있다면 그런 식으로 책임회피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우유 가운데 900ml, 930ml, 960ml 포장이 상당수 있다. 우유가 부족할 때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제품들이 지금도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우유가 남아돈다고, 농가가 우유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지금도 1000ml 포장과 동일한 규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이들 제품을 뭐라고 설명할 건가?
당장 성과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성의, 상생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 낙농가의 마음이다. 단 한 방울의 우유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이다.
우유를 줄여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또다시 지금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에 낙농가들의 고민이 있다.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가족을 버리는 경우는 없다. 비록 적은 양식일지라도 나누고 쪼개 먹으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디는 것이 가족이다.
운명공동체라면 이런 정도의 믿음은 서로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