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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축산은 농촌경제 주축…청사진 제시로 지속발전 이끌어야

김 인 식 체리부로 회장 ·윤 봉 중 본지 회장

기자  2016.03.04 1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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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은 농촌경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는 농업 생산액 중 42%를 넘어섰다. 지속적인 성장세다. 그럼에도 불구, 축산업 미래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풀어야할 현안과제도 많다. 대내적으로는 냄새, 분뇨, 질병 등이 축산업을 위협하고 있고, 축산하면 괜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안티축산인이 적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FTA 등 개방화에 따른 수입축산물 파고가 거세다. 하지만 우리 축산업에 직면한 축산현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간다면 다시 축산업에 희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축산은 이러한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발전해 왔다. 그런 면에서 진정으로 축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축산인’ 조언이 축산업 미래를 밝힐 등대가 된다. 체리부로 김인식 회장과 축산신문 윤봉중 회장 대담을 통해 우리 축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길을 짚어봤다.

 

■일 시 : 2016년 2월 26일 오전 11~12시
■장 소 : 축산신문 회장실
■정 리 : 김영길 부장   ■사 진 : 김수형 기자

 

>>김인식 회장
해외 선진국들 국가차원 축산업 배려
한국축산 존재가치 저평가 안타까워

축산, 사육·환경·수급 등 전문성 요구
부처·지자체 행정인력 비전공자 주류

경쟁력 갖춘 농가·전문기업 육성 지원
환경변화 선제적 대응 교육시스템 필요

 

>>윤봉중 회장
축산은 성장잠재력 무한 고부가가치 산업
식량안보 차원 인식…안티축산 극복해야

‘농지내 축산’ 자연순환농업 등 순기능
농지법 개정 취지 살려 적극 장려

10년 후 관세철폐…당장 대비책 세워야
축산조직·예산 현실화…후계 양성도 시급


 

윤봉중 회장=김인식 회장님, 그간 안녕하셨나요. 바쁘신 데도 이렇게 선뜻 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내 축산업이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곳곳에 발전을 막는 암초들이 숨어있습니다.
축산업이 30~4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급격히 전업화·기업화되면서 이런저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축산이라는 것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면적이 작은 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둬 먹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질병이 생기고, 분뇨처리와 악취문제가 나오게 됩니다. 최근에는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축산물 유해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인식 회장=예. 그러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전반적으로 축산에 대한 가치가 너무 저평가돼 있는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도축장이 마을 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런 데도 주민들은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축산업의 존재 필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덴마크에서도 도축장을 혐오시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가차원에서도 축산을 참 많이 배려하고요.
이들 국가에서는 일정기간을 정해놓고, 일 년에 두 번씩 분뇨를 경작농지로 내보냅니다. 이 기간에는 아예 관광객을 받지도 않습니다. 여기라고 분뇨냄새가 나지 않겠어요?
국민들이 참고, 축산을 인정해 줍니다. 축산선진국이 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 회장=우리나라 현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네요. 국내의 경우 도시화에 따라 축산업이 자꾸 외지로 밀려나게 됩니다. 굴러온 돌이 박혀있는 돌을 빼내는 격이지요.
축산단지에는 민원이 자꾸 제기됩니다.
한 대안으로 축산은 농업진흥지역, 간척지 등에 들어가야 합니다. 농지법도 개정돼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남아도는 쌀을 어느 정도 수급조절하고, 자연 순환 농업도 가능하게 합니다. 축산업을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기능도 합니다.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회장=항간 들리는 말로는 농림축산식품부 직원(축산국 직원 제외) 내부에서도 축산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농식품부 스스로 축산을 천덕꾸러기로 만들면 축산은 어디에 발을 붙입니까. 사랑으로 축산을 보면, 축산 비전이 보이게 됩니다.

▲윤 회장=좋으신 말씀입니다. 축산인들이 먼저 안티축산을 털어낼 수 있도록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축산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이미 농업 생산액 중 42% 이상을 축산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육류 소비량은 쌀 두 배를 능가합니다. 축산을 빼고는 이제 농촌경제를 말할 수 없습니다.

▲김 회장=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정부에서 경종농업 대비 축산에 실제 투입해 준 재정규모에 비하면 국내 축산업은 스스로 커왔다는 것입니다. 경쟁력과 미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축산은 동물을 다루는 전문영역입니다. 사육, 환경, 수급 등에서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특히 축산은 일반 농산물과 달리 장시간이 소요되고 나서야 사업성과가 나옵니다. 그 때문에 축산학을 전공한 전문행정가의 판단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하지만, 농식품부 축산국 내 과장 중 축산전공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농업직으로 축산직이 통합된 후 축산부서에 비전문가를 배치하기 일쑤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군 축산직렬을 읍·면·동에 인사내기도 합니다.
동물과 식물은 분명 다릅니다. 축산전문가가 축산정책을 담당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윤 회장=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축산은 전문 분야고 이에 따라 축산 전문가들이 진정한 발전방향을 내놓고, 이끌어가야 합니다.
가끔씩 엉뚱하게 “이 땅에서 굳이 축산을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말이 제기됩니다. 곡물 8kg을 먹여서 육류 1kg을 생산한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이럴 때 저는 “우리나라 사람이 옥수수와 대두박을 먹고 살지는 않고 있다”고 답합니다. 겉만 알고, 속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안티축산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축산은 싼 곡물을 이용해 비싼 단백 식품을 만들어내는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식량안보산업이기도 하고요.
좀 전에 회장님께서 네덜란드와 덴마크 예를 들었잖아요. 저도 회장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들 나라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똑같이 냄새가 나고, 질병이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들이 축산을 사랑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티축산을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민관 구분할 것 없이 축산 바로 알리기 등을 통해 축산업 가치를 제대로 알려나가야 합니다.


▲김 회장=특히 위생과 안전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산 축산물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식품 트렌드, 즉 위생과 안전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시설과 설비도 꽤 현대화됐습니다. 예전에는 외양간이었지만, 지금은 축사 안에서 밥을 먹어도 될 만큼 깔끔합니다. 하지만 농가가 번 돈으로 투자를 하다 보니, 현대화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적절히 이뤄져야 합니다. 2년 3년 회수 융자조건으로는 농가들이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지원을 활용해 10년, 20년 가기도 어려운 축사 대신 100년 축사를 지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계열화업체, 축산 전문기업에 대한 정부지원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들 기업은 정부지원 사업대상자 선정에서 우선순위에 밀리고 있습니다.
영세농가 지원도 필요하지만, 종종 예산이 낭비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선거를 의식해 나눠 먹기식 지원은 사라져야 합니다.
경쟁력 있는 축산전문농가, 축산 전문기업을 키울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 축산 미래를 국내에 한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대표적인 축산 선진국가인 네덜란드, 덴마크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가야 할 그리고 갈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유럽의 농업강대국 프랑스, 독일, 영국은 여유로운 농지, 우수한 토질, 축산에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3국에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이면서도 토질도 간척지이거나 찬바람에 표토가 날려 버린 척박한 토양인데도 축산 세계 최강국이 된 두 나라를 배우고 따라가야 합니다. 
우리에겐 일본과 중국이라는 거대 고급 축산물 소비시장이 있습니다.
또 축산기업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동남아에는 사료사업 이외에도 우리나라 축산기업이 투자할 분야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축산업이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기업끼리 소모적 경쟁을 하며 기술과 자본 축적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것은 축산물 수출과 축산기업 해외 진출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입니다.

▲윤 회장=예. 그렇군요. 농가를 비롯 축산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미래가 아니라 당장 코앞에 닥쳐있는 현실과제입니다.
FTA에 따라 10년 후에는 관세가 모두 사라집니다. 사실상 국내 축산물을 보호할 장치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때 가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가 여전히 팽배합니다.
대비책을 마련하고, 준비를 할 때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축산조직과 예산입니다. 말만 농림축산식품부 일 뿐 축산조직은 한쪽 구석자리에 있습니다. 이렇게 축산이 성장했지만, 농식품부 내 축산국 직원은 60여명에 불과합니다. 10% 정도죠.
예산 역시 10%를 밑돕니다.
축산은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닙니다.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좀 멀리 보고, 축산 밑그림을 그렸으면 합니다.


▲김 회장=그러려면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축산환경 등 시장변화를 대학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에 축산경제, 축산환경, 축산유통, 축산경영, 축산시설·장비 등 과목을 신설해야 합니다.
현직 전문가를 겸임교수, 특임교수로 활용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교육은 현실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죽은 교육이 되는 것이지요.
축산관련 학과에 우수 인재가 지원할 수 있는 유인책이 요구됩니다.
수의과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6년제 출신 수의사가 축산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향후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축장 축산물검사관, 시·군과 위생사업소 가축방역관은 3D업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지자체의 경우 증원은 커녕, 충원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수의직렬 임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수의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가칭 ‘수의조무사’ 자격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축산·수의과대학의 효율적인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현재 연구용역 사업으로 부족합니다. 농식품부에서 실험·실습장 등 대학에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항목이 있어야 합니다.


▲윤 회장=맞습니다. 점점 젊은 사람들이 축산을 외면하고 있어서 축산장래가 걱정됩니다.
특히 축산농가에서는 후계자가 없어서 고심하고 있습니다. 60대 축산인들이 대다수인 실정입니다. 10년 후면 축산인들이 모자라 한바탕 난리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보다 축산이 더 수익이 높다면, 자연스럽게 축산에 사람들이 모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더 좋은 정책과 청사진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김 회장=최근 질병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 주객전도, 마치 축산업과 수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방역을 위해 축산을 한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방역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방역은 축산업 생산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방역정책은 당연히 축산농가 경제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다만 소비자 측면에서 환경과 위생, 인수공통전염병 부분을 철저히 따져야 합니다.
또 하나 정부에 바라는 것은 적극적인 축산시장 개입입니다.
축산물 수급 예측은 쉽지 않습니다. 닭고기의 경우 필요 시 유통조절 명령을 발동해 농가와 소비자를 함께 보호하는 정책집행이 가능하지만, 농식품부는 과거와 달리 기업 간 자율경쟁에 맡긴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식품부에서는 관측, 가격예시, 수매비축 등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축산신문은 심포지엄, 토론회 등을 통해 축산미래를 고민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윤 회장=오늘 좋으신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진정 축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축산은 식량안보 산업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미래산업입니다. 결코,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특히 “냄새다”, “환경이다”하면서 거리제한 등 규제로 묶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려하고, 확대·육성해야 합니다.

 

 

김인식 회장이 걸어온 길

 

1942년 4월 13일 생
●1957년 ~ 1960년 : 목포고등학교 졸업
●1960년 ~ 1968년 : 서울대 축산학과 입학, 졸업
●1989년 : 미 콜럼비아 대학 국제경영학과정 수료
●1972년 ~ 1974년 : 대성미생물연구소 영업부장
●1974년 ~ 1977년 : 서울식품농장 기술부장
●1977년 ~ 1981년 : 퓨리나코리아 기술기획부장, 농장장
●1982년 ~ 1991년 : (주)미원 사료사업본부장, (주)미원농장(현 팜스코) 대표이사
●1991년 ~ 현재 : (주)체리부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