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우수출, 한발 한발 정석대로 가자<상>

  • 등록 2016.08.10 11: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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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포지션 마케팅…과열경쟁 자제를

 

조 철 수 전무(하동축협)

 

수십 년간 한우로 인해 밥을 먹고 한우농가와 함께 살고 있는 필자에게 한우는 참 감사한 존재다. 그동안 한우전문컨설턴트로서 나름대로 한우를 잘 안다는 자부심이 스스로 대단했는데, 요즘 들어 정작 한우에 대해 결정적으로 모르는 것이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한우농가면 누구나 꿈꿔왔던 한우고기 수출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6월10일부터 5일 동안 홍콩과 마카오를 방문해 현지 유통업자인 엘리트사 관계자들과 시장을 견학하고 현장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 현지 관계자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한우고기의 포지션을 어떻게 갖고 갈지, 치밀한 전략을 갖고 업계 간 과열경쟁만 자제한다면 홍콩시장에서 일본산, 미국산, 호주산 쇠고기를 충분히 뒤집고 한우고기를 최고의 반열에 올릴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엘리트사는 이미 8년 전부터 일본 와규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육류와 수산물을 수입해 호텔이나 백화점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회사다. 4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엘리트사는 홍콩에만 12개가 넘는 직영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우리가 현지를 방문하기 한 달 전인 5월 우리나라를 찾아, 특히 하동축협 조합원들의 한우사육시설과 환경 등 브랜드한우고기 생산현장을 꼼꼼하게 살피고 갔었다.
엘리트사의 홍콩 직영식당 중에는 고급스테이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마블링’이란 식당이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엘리트사 사장은 친절하게 세계 각국의 쇠고기를 똑같은 조건에서 쉐프가 조리해 시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쉐프는 일본 와규와 400일 곡물비육한 호주산 쇠고기, 미국산 드라이에이징 쇠고기, 한우고기를 스테이크로 우리 식탁에 올렸다.
필자는 시식 전부터 호주산과 미국산은 당초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제쳐 놓고, 세계시장에서 최고가격에 팔리는 일본 와규에 집중했다. 칼로 자르면서 “당연히 와규가 맛있을 거야”라며 와규를 최고점에 놓고 우리 한우가 얼마나 근사치를 기록할 수 있을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필자는 스스로의 입을 의심하게 됐다. “아니 이게 왜 이러지. 와규 맛이 왜 이래.”
와규는 연하다는 점에선 최고였다. 그렇지만 물컹한 기름을 씹는 식감에 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풍미가 전혀 없었다. 다시 한우를 맛봤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숯불에 구워 먹을 때보다는 맛이 덜하지만 일본 와규와 분명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풍미와 식감이 확연하게 뛰어났다. 엘리트사 관계자들은 홍콩에서 쇠고기의 이런 풍미를 ‘Meat flavor’라고 표현한다고 소개하며, 한우가 월등히 낫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고기의 감칠맛을 결정짓는다는 근내지방의 올레인산 함유량이 한우는 49, 와규는 54. 한우보다 와규가 더 높지만 분명한건 우리 입안에 가득 맴도는 감칠맛, 즉 한우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풍미는 와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엘리트사 존권 사장은 “이 맛 때문에 지난 8년간 써왔던 와규 스테이크 메뉴를 과감하게 없애고 마블링 스테이크 전문점에서는 이미 주 메뉴를 한우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연한 식감 외에는 모든 부분에서 한우가 뛰어나다고 결론 내렸다.

관리자 dhkswo53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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