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야 축산이다 / 양돈>FTA 시대 한돈 경쟁력, 규제일변 정책으론 ‘요원’

  • 등록 2017.09.27 15: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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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양돈, 자율성에 정책 무게…기간산업 정착
국내는 정부 주도형 진흥 제도, 규제 형태 변질
제도 개선 이전 중복기관 통폐합 따른 해소를

[축산신문 기자]


김 유 용 교수(서울대학교)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이 국내에서도 문제가 되면서 안전한 축산물을 갈망하는 국민들에게 신뢰는 커녕 안티축산의 기세를 더욱 올려준 격이 됐다. 축종별로 사육방법 및 사육환경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산란계 산업의 문제점들이 당장은 한돈산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여파가 한돈산업에도 올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한돈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기본에 충실한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해야겠다.


농가 오로지 생산에만
얼마전 양돈선진국이 대거 포진된 EU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그 경쟁력의 원천을 살펴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양돈장별 평균 사육두수는 모돈을 기준으로 550두 규모로 성장, 우리나라의 2배에 해당하는 평균 사육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550두 규모의 일관양돈장을 운영할 때 필요한 인력이 5명을 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네덜란드 양돈산업이 덴마크와 함께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농장장을 비롯해 총 5명의 현장 근로자들이 양돈장을 그토록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현지인들의 설명에서 나름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EU에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물약품의 사용이 수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제도가 확립돼 있을 뿐 만 아니라 EU나 각 국가별 축산정책이 개별 농장으로 직접 전달되기 보다는 각각의 농장을 담당하고 있는 수의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체계가 눈에 띄었다.
두 번째로 정부가 축산현장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 보다는 생산자들의 생산수준과 소비자들의 요청을 종합적으로 검토, 공개적인 토론과 합의를 통해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로 종돈과 사료에 대해 일반회사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양돈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는 비육돈을 경제적으로 생산하는데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네 번째는 EU의 모든 국가에서 농촌을 풍요롭게 하며, 자국의 국민들에게 안전한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기간 산업’ 으로 양돈산업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EU를 비롯한 북미, 남미에서는 90%이상이 가축분뇨를 모아 두었다가 연간 2~3회 농산물 경작지에 살포하는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론 그 곳에서도 경작지에 가축분뇨를 살포할 때 냄새에 의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앙 및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국내 농산업을 위해 이 정도의 냄새는 당신이 참아야 한다”며 민원 당사자를 설득한다는 것이다.


HACCP 인증, 페인트칠이 먼저?
그러나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EU의 양돈선진국들과 너무도 다른 현실에 처해있다.
친환경축산물, 무항생제축산물, 유기축산, 동물복지형 축산 등 처음에는 정부 주도로 이뤄진 사업들이 어느새 양돈농가를 규제하는 형태로 변질돼 있는 사례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농장 HACCP인증만 해도 그렇다. 유럽에서는 농장이 예외가 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HACCP인증이 안전한 축산물생산에 그토록 중요하다면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HACCP를 양돈장에 종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하게 된다.
국내에서 매년 HACCP인증원의 재검사가 이뤄질 때 마다 사료공장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공장의 외벽과 차량, 그리고 사람들의 통행로 바닥에 대한 페인트 칠 작업이라는 것은 웬만한 축산 종사자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가 벤치모델로 삼고 있는 EU의 양돈선진국들은 친환경축산, 유기축산, 동물복지형 농장을 정부가 주도하는 경우는 없다. 정부는 생산자들과 협의해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인증서를 발급 운영하되, 친환경축산, 유기축산 및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들의 수익성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에 의해 검증되고 성공여부가 결정되고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는 것이다.
EU에서 2005년부터 유행했던 유기축산을 예로 들어보자. 초창기 일반축산물과 유기축산물의 가격차이 (premium price)가 약 30%정도에 달하기도 했지만 점차 소비자들의 반응이 떨어지며 이제는 두 제품의 가격차이가 5% 수준에 불과, 생산자들이 유기축산을 기피하기에 이르렀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유기축산을 정부도, 소비자들도 축산농가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판단도 전적으로 생산자인 축산농가에게 맡겨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에 유기축산에 대한 광풍이 불면서 정부에서는 미처 준비되지 않은 현장 상황을 감안, ‘전환기 유기축산’이란 예외조항까지 마련해 가며 장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유기축산을 제대로 실행하는 농가들이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가.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축산정책이 아직까지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축산현장의 상황은 현장의 축산인들이 가장 잘 알고, 축산현장의 문제점도 가장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축산현장을 경험하지도 못한 공무원들이나 단체들이 주도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려 하니 매번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들만 양산될 뿐 만 아니라 이미 제시된 정책들은 일관성을 잃고, 시간이 지나면 폐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따라가기 어려운 규제
그렇다면 우리나라 한돈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우선 대부분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현장정책 수립 체계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에서 제안을 하면, 축산인들이 고민하고, 결정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축산물의 수출국이 아니라, 국내에서 소비되는 축산물의 약 40%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국이다 보니 외국의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국내 실정에 맞는 정책을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살충제 계란사태가 우리나라 축산정책이 현장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축산분뇨, 특히 양돈분뇨의 정화처리시설 설치가 대형농장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축산분뇨를 정화방류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양돈현장에서는 어떤 근거로 그토록 강력한 방류수 수질 허용기준을 환경부가 요구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축분뇨의 방류수 허용기준치가 이웃나라 일본의 1/3 수준인 현실을 일반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
환경부 관리하의 수많은 공공처리장 조차도 정부 제시한 방류수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축산농가들의 가축분뇨 방류 수질 기준만 엄격하게 적용, 단속을 일삼는다는 것은 국내에서 아예 축산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무항생제 인증의 그늘
물론 축산인들의 인식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1년 7월 1일부터 사료에 첨가되는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축산물은 그야말로 ‘무항생제 축산물’ 인 셈이다. 그러나 일부 축산농가들의 욕심과 정부의 안이한 대책속에서 지금까지 ‘무항생제 축산물’이란 이름이 버젓이 표기되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축산농가들은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소비자에게 ‘항생제 축산물’을 공급하는 축산농가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불러옴으로서 결국 축산물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안티축산의 정서만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축산농가들과 축산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정부의 ‘무항생제 인증제’ 폐지를 가능케 함으로써 국내산 축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에는 ‘축산업을 규제하는’, ‘규제를 위한’ 기관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축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소, 대학 및 국가기관이 힘을 모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나, 수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 협회, 단체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것은 제도나 시행령이 아닌, 업무가 중복 되는 기관임을 지적하고 싶다.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과감한 통폐합을 통해 축산농가의 부담을 최소화 해주는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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