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영 기 대표(안일농장)
30년 새 농가수 76%↓·마릿수 46%↑
우리나라의 산란계 산업은 1970년대 이전에는 자급자족하는 시대에서 1970년대에는 부업형태를 많이 띠었으나, 오일쇼크와 곡물파동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전업농가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 올림픽등 국가적인 행사를 치러냄과 동시에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이 후 1990년 자동화계사가 국내에 설치되기 시작하면서 농가당 사육규모도 커지고 사육수수도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7년 2분기에는 4천64농가에서 3천926만수를 사육했는데, 30년이 지난 2017년 2분기에는 AI로 인해 30%가 넘은 산란계를 살처분 했음에도 불구하고 971농가에서 5천738만수를 사육하고 있어서 농가수는 76%가 감소한 반면, 사육수수는 46%가 늘었다. 그 사이 1인당 연간 계란소비량은 1988년 158개에서 2016년 265개로 68% 늘어났고, 계란생산액 역시 1990년 4천80억원에서 2016년 1조 8천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생산농가수의 급격한 감소, 주기적인 계란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과 가격 결정의 불투명성 등 그늘도 많았다. 향후 우리 산란계 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러 가지 있다.
첫째, 지난 8월에 발생한 살충제 계란 보도가 나오면서 계란의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의 불신이 높아져 있고, 앞으로도 식품의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점 높아질 것이므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계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계란에 대한 검사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살충제 계란이 보도되면서 계란의 소비량은 절반 이하로 감소되었다. 다른 축산물에 비해 유독 계란만이 생산농가에서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만큼 안전성 검사에 취약할 수 밖에 없어서 개별농가에서 객관적인 안전성 검사를 수행하기 어려워 GP센터를 설치해 수집된 계란을 농가별로 항생제, 살모넬라, 살충제 등에 대해 검사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방역시스템 구축이다. 2016년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전체 산란계의 30% 이상이 살처분되었고, 산란종계는 50% 이상이 살처분되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AI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당분간은 매년 AI의 발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올해 AI의 전파 주요 원인으로 식용란 수집업자들의 차량이 지목된 만큼 수집상의 차량이 농장에서 계란을 싣지 않고, GP센터에서만 거래되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차단 방역이 지금보다는 철저히 이루어 질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적합한 백신을 선택해 긴급한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항원뱅크를 구축하고, 상황별 대응방법을 미리 만들어서 올해처럼 산업이 붕괴되는 정도로 피해가 일어나기 전에 조기에 막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셋째, 투명한 계란가격 결정과 수급조절이다. 이 역시 GP센터를 통한 계란유통이 이루어지면 계란의 수급상황에 따라 투명하게 계란 가격을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비수기나 생산과잉으로 인해 계란이 남아도는 시기에는 자조금을 투입해 저장기간이 긴 분말이나 동결액란 등으로 가공해 보관하거나 외국으로 수출도 가능하리라 본다.
GP센터 유통 시행착오, 거울 삼아야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GP센터의 설치와 법적 근거가 조만간 만들어 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미 1990년대 초반 양계농협에서 의욕적으로 GP센터를 만들었으나 실패했던 과거를 거울삼아 법과 제도를 처음 만들 때부터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모든 양계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GP센터를 통한 유통이 시행되면 유통 채널에 따라 유통이 한 단계 더 생겨나고, 새로운 물류비용이 발생하는 등 단점도 있겠지만, 그러한 단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장점이 훨씬 많고, 무엇보다도 안전성이라는 소비자의 가장 큰 관심에 부응한다는 점은 다른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으리라 생각한다.
계란자조금 거출도 용이해져
게다가 다른 축산자조금과는 다르게 계란자조금만이 거출의 어려움으로 인해 최종생산물인 계란이 아니라 산란성계를 도계할 때 도계장에서 거출을 하고 있으나, 이러한 거출방식은 자조금법의 취지와도 어긋나 있고, 그나마 도계장에서의 거출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어서 GP센터 유통이 의무화되면 각 GP센터를 통해 유통되는 계란에서 거출한다면 거출도 간편하고 현재 계란 개당 0.2원보다는 많은 금액을 거출해 거출금액도 많아져서 산란계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계란 자조금이 규모도 커져서 그동안 예산의 한계로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들도 실행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를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사육규모 확대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유통방식을 개선하고, 자조금을 이용해 수급조절을 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끝없이 사육규모 경쟁을 한다면, 어떠한 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양계협회에서는 올해 새로운 집행부가 선출되면서 산란계 산업분야 개선 정책 중 사육총량제를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물론 이 정책에 반대하는 농가도 있을 수 있겠으나, 현재같은 수급의 불안정, 축분의 처리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서 산란계 산업이 유지되려면 적절한 사육수수의 유지는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산란계 농가들도 함께 힘을 합해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번 AI 사태로 계란도 수입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만큼 소모적인 사육규모 경쟁을 벗어나 소비자와 정부와 우리 생산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데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좁은 우리 산란계 산업 내부에서의 1위 경쟁보다는 다 함께 우리 산란계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이 후대에게 남겨줘야 할 산업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