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 교수(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얼마 전 친구가 SNS로 보내준 내용이다. ‘한우처럼 맛있는 고기도 없다’ 어느 영국기자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우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라는 셈이다. 진위 여부는 둘째 치고 반갑기 짝이 없는 얘기다. 그만 그렇게 생각했을까?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뒷얘기다. 당시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찾은 것이 햄버거라고 한다. 호텔 총주방장은 최고 품질의 횡성 한우로 만든 햄버거를 제공했고,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호평을 들었다고 한다.
조지부시 한우 국찬…요르단 국왕 애호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2015년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한우를 직접 주문하여 전용기에 실어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한우 애호가로 유명하다. 이미 2012년에도 한우를 요르단으로 공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우가 홍콩으로 수출된 후 홍콩의 소비자로부터 그 품질을 매우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니까 한우를 선호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품질을 인정받는 한우이지만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의 마음은 그렇게 편치만은 않다. 한우에 대한 위기의식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에 대한 위기의식이 시작된 것은 아마 1980년대 말부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시작은 미국에서부터였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국민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꾸준하게 감소되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감소되는 쇠고기 소비에 미국의 육우산업은 미국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1985년 미의회는 ‘미국 육우의 소비촉진 및 연구에 관한 법’을 제정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자조금제도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미국의 육우산업은 자국 내에서의 쇠고기 소비 증대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향했고, 거기에 한국, 일본, 그리고 멕시코 등이 있었다. 이때부터 미국은 각 국가에 쇠고기시장을 개방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UR의 타결도 우리 한우에는 커다란 위기가 되었다. WTO 체제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는 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물론 WTO 체제 하에서의 쇠고기 시장 개방 압력에도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범위가 전 세계 국가로 확대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축산 강국인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의 FTA가 발효되었다. 결국 우리나라는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게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시로 폭등하는 국제곡물가격과 국제유가 또한 우리 한우를 위협하는 큰 요소이다.
국제적인 여건 변화만이 우리 한우를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도 한우가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요인들이 많다. 구제역 등 가축질병의 발병,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의 확산, 소비자들의 기호변화 가능성, 축산물안전성에 대한 관심의 증대, 청탁금지법 시행 등 한우를 위협하는 요인은 많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한우와 수입 쇠고기를 비교해보자. 수입 쇠고기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한우는 품질이다. 수입 쇠고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가격과 품질에 있다. 한우가 수입쇠고기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한우가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생산비를 절감해야 한다. 그것도 대폭적으로 절감해야 한다. 한우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가축비, 그 다음이 농후사료비이다. 이 두 항목과는 비교가 되지는 않지만 그 다음으로 비중이 큰 항목이 조사료비이다. 이 항목들을 생각해보면 한우생산비를 절감한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려운 이야기이겠지만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방법은 가축비, 즉 송아지 생산비를 줄이는 것이다. 사료비도 마찬가지이다. 한우농가의 노력과 정책적 지원 등이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다.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보자. 부산의 어느 유통업체에서는 산지 직구매 방법을 통해 유통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한우를 부위가 아닌 마리째로 구입하는 방식을 통해 구입 원가를 크게 낮추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소비자 가격을 30% 이상 낮추었다.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은 절대적인 가격과 상대적인 가격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한우의 생산비와 유통비용을 줄인다고 해도 한우가격은 수입쇠고기의 가격과 비교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과거의 높았던 한우가격과 상대적으로 낮아진 한우가격을 인식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쇠고기 가격이 한우가격보다 싸다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한우가격은 그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한우 부위 중 비선호부위에 대한 더 큰 폭의 가격차별화도 한우가 가격경쟁력을 갖게 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인도가 쇠고기 수출국 세계1위 국가가 됐고, 중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다. 인도의 쇠고기 수출은 국제시장에서 쇠고기 가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의 쇠고기 수입은 국제시장에서 쇠고기 가격을 인상시킬 요소가 다분히 있다. 한우와 수입쇠고기와의 가격 차이를 줄여줄 요인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품질을 보자. 앞에서 한우의 품질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을 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가 한우고기를 수입쇠고기보다 선호하는 것은 확실하다. 한우고기는 이미 고급육으로 확실하게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횡성한우, 대관령한우, 늘푸름한우 등 유명 한우브랜드들이 존재하는 것도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가격과 품질, 소비자들은 같은 조건이면 싼 가격을 원한다. 하지만 품질은 다르다.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증가되면서 소비패턴도 바뀌기 마련이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으면 좋은 쪽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한우는 확실하게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몇 년 전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은 한국에 거주하든 미국에 거주하든 한우고기를 미국산 쇠고기보다 더 선호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한우고기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품질의 차이에 대해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확실하게 그 차이를 느끼는 반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에 거주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미국산 쇠고기의 품질에 대한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소비자가 수입 쇠고기를 오랜 기간 동안 먹다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입맛이 변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햄버거와 피자를 좋아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쌀 소비량이 급감한 것이다. 한우의 품질만을 믿고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먹었던 수입쇠고기는 등급이 높은 고기는 아니었다. 등급이 낮은 냉동육이었다. 미국에서 구분하는 프라임급의 고급육이 냉장으로 본격적으로 수입이 되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소비자의 입맛이 변한다면, 그 파괴력은 굉장할 것이다. 우리 한우업계가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할 부분이다.
유럽 국민들 축산 냄새에 비교적 관대
몇 년 전 우리는 소값 파동을 겪었다. 이때 한우사육두수는 320만두에 육박했었다. 사육두수가 270만두 수준이면 한우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게 된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2003년의 국내 쇠고기 자급률은 36.3%였다. 국내 쇠고기 자급률로는 역대 최저를 기록한 해이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국내 쇠고기 자급률은 45% 내외를 오가고 있다. 적정한 국내 쇠고기 자급률이 얼마인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강의나 회의 등에 갈 때면 이러한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그러면 적정한 자급률은 얼마일까? 적정한 자급률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우산업의 시장규모와 직결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급률이 증가하면 쇠고기 가격이 폭락할 우려가 있고, 자급률이 떨어지면 국내 쇠고기 시장을 수입산에게 내어주는 것이 된다. 쇠고기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우사육두수가 증가해도 가격의 폭락은 없을 것이다. 쇠고기 소비 증대에 대해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축산을 곱게 보지 않는 시각이 많은데, 사육두수의 증가는 또 다른 이슈를 가져올 수 있다. 환경문제 특히 악취, 폐수, 양분집적에 관한 문제가 그것이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부러운 국가들이 있다. 유럽의 나라들이다. 소 똥냄새에 그 나라 국민들은 비교적 관대하다고 한다. 옛날부터 늘 맡아왔던 냄새였기에. 한우농가도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우사육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