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야 축산이다 / 낙농>우리만의 특성 살린 낙농 시스템으로…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자

  • 등록 2017.09.27 15: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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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산업 개량·사료·사양관리 세계적 수준 불구
시설 장비·조사료 경쟁력 크게 떨어져 대책 시급
목장별 상황 맞춘 경영지표 수립…효율 도모해야

[축산신문 기자]


유재복 대표((주)편한소)


과거만 답습해선 한 발짝도 못나가
어떤 문제이든지 그건 과거에 했던 어떤 것이 잘못돼 그게 원인이 되어 현재에 정상적이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이든지 그걸 풀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었던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기가 어렵다. 그때 문제는 해결과정 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과거 상황에 대한 생각을 서로 맞추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낙농 산업의 영원한 숙제인 우유 생산량을 제한하기 위한 ‘생산량 쿼터’ 문제가 그 예가 된다. 오랜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회의에 빼앗겼으며 그로 인해 낭비된 돈은 또한 얼마인가? 그리고 그래서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 원래 제도가 만들어질 때부터 문제를 안고 있던 것을 무슨 수로 어떻게 조정해서 합의안을 만들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니까 그 동안 그로 인한 고통을 당하는 당사자들만 답답할 뿐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면 과거는 과거 일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교훈을 따르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는 거다. 원래 낙농 산업이 가지고 있던 특성으로 인해 우유 생산량이 ‘남았다 모자랐다’ 하는 걸 반복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 수급조절 기능을 가진 단체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풀어보겠다고 해서 만든 것이 ‘낙농진흥회’가 아니었던가? 그 조직이 온전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그냥 그 상태에서 어떤 묘안을 찾아낸다는 생각이 지금의 나쁜 상황을 만든 것이 맞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첫 단추까지 다시 풀어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자급률, 근본적 대응책 찾아야
낙농 산업의 경우 이제는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충분한 풀을 얻을 수가 없어서 그만큼 불리했던 상황은 상당부분 해결되었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
우선 젖소 개량 부문은 그 일에 관계했던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준까지 우수한 젖소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료와 사양관리 부문도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다고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특수성에 따른 우사 등의 설비와 국내 조사료 확보가 경쟁력에서 크게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해 경제 수준의 급속한 발전으로 환경문제와 민원문제까지 겹쳐서 목장의 규모를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낙농 산업을 일으킨 초창기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들의 목장을 이어받을 후계자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처지인 관계로 낙농 산업의 미래를 밝게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낙농 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상황은 우리나라 목장이 생산하는 우유의 양이 남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우유 또한 늘어나고 있으면서 자급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목장 숫자가 해마다 줄어서 3천호 미만이 될 날이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가능한 그런 걸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를 키우는 것이 아닐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목장들이 가능한 생산비를 줄여서 수입을 더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납유하는 원유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 받아서 목장경영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외국에서 싸게 우유를 사올 수가 있다면 그걸 막을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목장 경영의 목표를 세우는 측면에서도 확실한 변화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자신의 목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유량을 평균 몇 kg으로 할지 사료비 공제 수익 목표를 얼마로 할지 정해야 하는데 이야기 되고 있는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그래서 성적이나 경영 목표가 모든 목장이 다 달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따라만 가지말고 뛰어 넘어야
미래라는 것은 물론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게 맞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올바른 게 아니라면 미래를 지금과는 다른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바람직한 낙농 산업의 미래는 어때야 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외국과는 무조건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들이 앞서서 길을 개척해왔기에 그걸 쫓아만 가는 상황은 어떤 의미에서 아주 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외국 목장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 상황에서는 그들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그러려면 배울 것은 배우되 우리가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은 잘 살려서 앞서가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 낙농은 외국보다 모든 게 불리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외국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니까 그동안 선배들이 해온 목장 경영의 노하우를 지금쯤은 다시 자세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쉽게 생각해 볼 바람직한 모습 중에 원유가격이 외국보다 엄청나게 비싸다는 문제가 보인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금방 수긍이 될 것이다. 안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은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또한 정상상태에서 자급률 목표도 실제로 말하기 힘든 문제이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우유 소비를 늘리는 방안도 학교급식을 늘리는 정도로는 곤란하다. 그러니까 외국과 똑같은 음식 문화로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에 우유를 반드시 넣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퍼져나가도록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각을 더 발전시켜서 우리가 가진 그동안의 성공 경험을 그것이 필요한 나라에 나눠주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우리의 낙농 시스템 자체를 외국에 수출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가질 필요가 있다.


눈앞 이익 보단 이해·양보의 미덕을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가 실제로 너무 쉽게 목장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젠 처음 우리가 목장을 했던 그 당시를 돌이켜 보고 새로운 낙농으로 도약할 수 있어야만 한다. 너무 자기 것만 움켜지려고 하지 말고 이해와 경험을 나누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낙농 산업의 먼 훗날을 위해 서로 양보하는 미덕이 요구된다. 앞으로는 낙농 산업에 정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니까 모두가 힘을 합쳐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목장을 후손들이 이어 받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낙농산업 도입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꼴을 베다가 젖소에게 조금이라도 먹였던 그 경험을 이제 다시 생각해보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그런 멋진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 자체가 낙농인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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