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발전 기여 위해 흑돼지 쾌척…주민들이 사육
축분뇨 에너지화해 마을에 수익 환원 사업 추진도
생산성과 무게로 가치가 정해지는 우리나라 돼지고기에 가치를 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가 있다. 농업회사법인 성우의 이도헌 대표. 이 대표는 돼지를 사육하는 생산자는 물론, 마을 주민, 쉐프가 참여해 생태, 지속가능성에 대한 현실성 있고,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도헌 대표는 전직 국제 금융 전문가로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지속가능한 사업은 먹거리라고 생각,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 대표는 1995년 28세에 금융컨설팅-ICT회사를 설립해 최연소로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국제 금융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뒤 귀국 후에는 한국투자증권에서 해외사업 담당 상무를 역임하고 2010년 금융계를 떠났다. 2013년 부도위기에 몰린 충남 홍성 결성면 원천마을 소재의 성우법인 대표이사를 맡으며 축산업, 양돈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을 발전에 기여
“나와 그들이 아닌 우리,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단위는 마을입니다.”
성우의 이도헌 대표는 대규모 목초지와 같은 축산 농가 단위의 모델은 한반도에서는 있어본 적이 없는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단위를 ‘마을’로 잡고 상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도헌 대표는 “귀농을 결정하고 충남 홍성 원천마을에 왔을 때 외지인, 게다가 양돈장을 운영하겠다고 했을 때 거부감을 갖지 않는 주민들에게 무언가를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보상 개념이 아닌 마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도헌 대표는 생각에만 그치지 않았다.
수소문해 경북 포항의 송학농장 이한보름 대표에게서 재래돼지를 분양받아 원천마을 방목장에서 기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육된 재래돼지는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이자 전 이트리 셰프인 김욱성 교수와 일반 돼지뿐만 아니라 재래돼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보면서 적합한 요리를 찾아냈다.
방목장에는 자돈부터 이유돈 등 차례차례 넣어보고, 다른 품종 돼지도 넣어보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 재래돼지를 방목하고, 마을 고유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일은 어제도, 오늘도 계속 실험중이다. 논 주위의 펜스와 돼지만 제공했지 사육하는 것은 마을의 부녀회가 맡았다.
이미 재래흑돼지를 이용해 원천마을을 비롯해 서울의 월향, 선샤인, 이테리안 레스토랑에서 팝업 행사를 개최해 소비의 가능성을 점쳐왔다.
친환경 순환 농업
이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모두 석탄발전소와 원전, 음식쓰레기, 플라스틱을 내놓고 있고 양돈, 시설원예, 양식 등도 분뇨처리와 지하수, 수질오염 등을 야기 시킨다고 설명했다. 좁은 땅과 높은 인구 밀도, 에너지 강도, 소비지향 사회, 윤리적 소비 기반이 취약한 만큼 축산업의 현안은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의 한 유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양돈산업은 강대국 사이에 끼어 엄청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환경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 환경 동물복지 등에 추가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소비시장, 축산업의 환경 영향에 대한 사회적 비판, 지구 온난화로 인한 축산농가 피해까지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이도헌 대표는 생태학적 접근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집중하고, 가성비 중심의 일상재와 철저하게 비교하고, 수입축산물과의 경쟁, 사회적 소비, 윤리적 소비 기반 취약 등 경제학적 접근 등에 대해 짙은 고민을 시작했다.
국내실정에 맞으면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을 위해 농업 생태계, 동물의 환경 관리 등 다방면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양돈의 가장 큰 문제는 가축분뇨. 가축분뇨를 에너지화해 신재생 에너지, 폐열을 활용한 시설원예, 액비는 비료로 활용하는 에너지 재활용과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바이오가스 플랜트 도입을 계획중에 있다.
동물복지, 제도 이전 소비자 인식이 관건
유럽의 이원화된 동물복지 인증제도, 유럽연합 전체적으로 동물복지를 일괄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국가의 동물복지 표준과는 별개로 민간단체에서는 별도의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로 하여금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미국 역시 민간 차원의 동물복지 소비자 운동으로 동물복지 인증 농축산물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도헌 대표는 국내용 동물복지축산에 대해서는 소비자 인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픈 돼지도 치료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항생제도 불가피하게 돼지에 필요하다면 써야지요. 근본적으로 실현 가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실성 있는 지가 중요합니다. 동물 복지 축산의 목적은 쾌적한 환경에서 잘 먹고 청결하고 환기에 잘 되는 공간에서 키워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또한 축산과 공존할 수 있는 마을 사업 역시, 지속가능성에 대한 현실성 있고 실현 가능한 공감대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