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분석/ 건성방역이 문제다

  • 등록 2002.09.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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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방역을 위한 일제 소독이 한창 이뤄지고 있던 지난 2000년 가을, 경기도 북부지역의 한 양돈농가.
농장입구에는 농촌지도소 지원사업으로 설치한 차량소독기가 번듯하게 설치되어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은 채 모든 차량은 옆으로 난 길을 사용하고 있어 고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충남의 한 양계농가 역시 차량소독 시설은 설치되어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고 있었으며 같은 지역의 어느 산란계 농장은 농장정문은 폐쇄되어 있었지만 뒷문을 통해 우편배달부가 농장의 중심부까지 들어가고 있었다.
충남지역의 양돈농가는 방역복이 없다며 농장 돈사로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기자에게 오히려 핀잔을 주며 소독만 철저히 하면 된다고 말해 당황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 농장은 하루 1-2회 정도 돈사 내부를 소독하고 있었다.
경북의 한 양돈농가는 국내 유수의 종돈장으로부터 돼지를 구입한후 격리사육없이 사육하다 돼지유행성설사병(PED)에 걸린적이 있다. 그동안 이 농장은 돼지유행성설사병은 물론 돼지전염성위장염(TGE) 한번 걸린적이 없었고 국내 유수의 종돈장이라는 신뢰성 때문에 구입 돼지를 격리 사육없이 합사해 사육하다 큰 곤란을 겪은 것이다.
이것이 국내 축산 농가들의 차단방역 현주소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로 차단 방역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철저한 차단방역의 실천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병인체 유입 방지를 위해 차량소독기를 설치하고 이를 가동하며 철저하게 소독하고 있는 농가를 찾아낸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그만큼 국내 축산농가들의 차단방역 의식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번 구제역 발생시에도 여실히 증명됐다.
지난 3월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이후 지역 개 농장을 확산된 뒤 종식됐다.
이번 구제역이 이렇듯 여러 농장으로 확산된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역학조사 위원회의 조사결과 사람등에 의한 기계적 전파가 주요인이었다고 꼬집고 있다.
이는 결국 농가들이 구제역의 위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농장소독이나 차단방역을 건성으로 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본지 취재팀이 경기 안성과 충북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당시 인근 지역의 농가 방역실태를 살펴봤지만 인접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음에도 농장 내외부를 소독하는 장면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뿐만아니라 삼죽면과 시계에 위치한 용인시 백암면의 축산농가들은 축협 백암지소에 모여 구제역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구제역이 전파 될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00년 구제역 발생당시 경기도 파주 일원의 농가들이 운동장이나 축사 마당에 생석회를 도포하고 농장 진입로를 트랙터나 경운기, 트럭등으로 막아 외부인의 접근을 원천봉쇄 했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도로를 차단한 채 실시하고 있는 도로차단방역의 경우도 달리는 차량을 향해 소독약을 살포는 했지만 효과 측면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결국 이같은 의문제기로 도로를 잘라내고 그 안에 소독약 파이프를 집어넣은후 이르 통해 살포하면서 차량 바닥이나 바퀴 전체에 소독약이 묻어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했다.
소독약 희석비율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건성방역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김옥경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이 구제역 발생지역에 상주하며 통제초소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소독을 실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독약을 희석시켜 보라고 했지만 희석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한바 있다. 김원장은 특히 소독약을 이것저것 혼합해 소독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못박았다.
한예로 산성제와 알칼리성 소독제를 혼합할 경우 중화돼 소독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김원장의 설명이다.
물론 모든 농장이 이처럼 차단방역 의식이 미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몇 년전 방문했던 모 종돈장의 경우 종돈 판매는 농장입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이뤄지며 농장안으로의 진입이 불가능 하도록 되어 있다. 우편배달부나 사료 및 동물약품 영업사원등 외부 방문객도 이곳에서 업무를 봐야 한다. 또 사료차량이 농장을 방문할 경우 철저한 소독후 농장 안으로 진입하지만 그나마 눈앞을 가로막는 담벼락에 멈춰서야 한다. 이곳에서 사료를 내려주고 돌아간다. 이곳에서 농장안으로 다시 들어갈려면 목욕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
실제 농장 내부를 보여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농장안 사무실을 통해 들어간 탈의실에서 모두 옷을 벗고 목욕탕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샤워후 반대편 문으로 나가 그곳 탈의실에서 농장이 준비한 옷과 신발을 신고서야 겨우 농장 중심부로 진입이 가능했다. 이같은 과정은 농장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일단 농장 중심부 문을 나선후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는 똑같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농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축산농가들의 차단방역 의식은 매우 미약하다. 농장 종업원간의 자유로운 왕래는 물론 축주간의 모임등에 참석한후에도 별다른 소독조치 없이 축사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아니라 때론 차단방역에 대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다른 농장의 자문을 하기 위해서나 일손을 돕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또 영업사원이나 사료차량이 농장의 중심부까지 손쉽게 들어갈 수 있으며 농장주 역시 이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로인해 각종 질병이 발생해 농가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의전문가들은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단방역이 가장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철저한 차단방역으로 질병발생을 막지 않는 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수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는 차단방역은 우선 외부인의 농장 출입을 철저히 막는 것을 꼽고 있다.
다른 농장 관계자나 사료 및 동물약품 회상의 영업사원은 정해진 시간에 농장 외부에서 만나고 다시 농장안으로 들어갈때는 옷을 갈아입고 손을 깨끗이 씻은후 들어갈 것을 권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사료차량의 경우도 철저하게 소독을 한후 출입토록 하며 그나마도 농장 바깥쪽에 사료빈을 설치해 사료차량이 농장의 중심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농장 입구에는 생석회 등을 뿌려 외부로부터의 병인체 유입을 차단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축사 내외부를 철저하게 소독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외부로부터 가축을 구입할 경우 일정 기간동안 격리 사육하며 질병발생 여부를 확인한후 합사를 해야만 질병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의과학검역원의 김옥경 원장은 "철저한 차단방역은 질병으로부터 농장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방역의 기본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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