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발생하는 고병원성 AI는 이제 양계산업에 있어 큰 골칫거리로 자리잡았다. 방역당국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매년 발생하며 산업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바이러스성 가축 질병은 국가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인적·물적, 경제적 손실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은 특정 단백질로 AI 바이러스를 줄이고 닭의 면역력 증진을 위한 유전자 발현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은 특정 단백질을 활용하면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농진청이 성균관대와 아주대 의대, 건국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미니항체(3D8 scFv) 단백질’을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하고 닭에서 단백질 발현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미니항체(3D8 scFv) 단백질은 자가면역 질환 모델 생쥐에서 유전자를 분리해 작게 만든 것으로 일반적인 항체가 단백질을 ‘인지’하는데 그치는데 비해 핵산을 ‘인지’하고 ‘분해’하는 능력을 지닌다.
연구진은 이 같은 미니항체(3D8 scFv) 단백질의 특성을 이용해 닭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핵산을 세포질에서 분해하고 바이러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우선 미니항체(3D8 scFv) 단백질 발현을 유도한 닭과 대조군 닭(일반, 양성 대조군)을 각각 20마리씩 구성하고 절반은 코에 저병원성 AI 바이러스를 직접 감염시키고 나머지는 직접 감염된 닭과 함께 기르며 자연 감염을 유도했다.
그리고 9일 동안 자연 감염된 닭의 입과 항문으로 분비되는 바이러스를 면봉으로 흡착해 체액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양을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미니항체(3D8 scFv) 단백질 발현 닭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대조군(일반, 양성 대조군)보다 평균 30%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입과 항문에서 바이러스가 줄어든 것은 바이러스 전이 가능성이 그만큼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항바이러스 제제(타미플루)의 작용 기작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세포 내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핵산 분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 방해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항바이러스 소재 물질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농진청은 미니항체(3D8 scFv) 단백질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 뒤, 이를 소재로 가축용 기능성 사료첨가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농진청은 포유류 등에서 항균 기능을 하는 카테리시딘(Cathelicidin) 유전자의 발현 원리를 닭에서 찾아냈다. 카테리시딘 단백질은 포유류 몸에 침입한 세균의 감염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닭에서는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 모두에서 광범위한 항균작용을 하며 체내에 있는 효소에 의해 단백질 일부가 제거되면서 다양한 크기의 폴리펩타이드로 변하며 항균 활성력을 지니게 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닭의 골수세포와 섬유아세포에서 카테리시딘 유전자 3종(CAMP, CATH3, CATHB1)의 발현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닭의 카테리시딘 유전자들은 섬유아세포보다 골수세포에서 최소 2배 이상 높게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테리시딘 유전자를 발현 조절하는 영역에 결합하는 단백질도 섬유아세포보다 골수세포에서 높게 발현됐다. 사람과 생쥐, 닭의 카테리시딘 유전자 별현 조절 영역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닭의 카테리시딘만 특정한 전사인자(HS1)와 결합하는 위치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만 확인된 카테리시딘의 발현 양상과 조절 작용 원리를 닭에서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닭의 카테리시딘 단백질 유전자의 발현 조절 원리를 확인함에 따라 닭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연구의 새로운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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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닭 이용한 바이오신약 개발의 현재와 미래
산란계 산업, 재조합단백질 생산으로 새 지평 기대
변 승 준 농업연구사(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요즘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계란을 먹고 있지만, 불과 50여 년 전 만해도 이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닭은 사람들 가까이서 길러진 이후,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가축으로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암탉이 낳은 계란은 단백질, 레시틴과 같은 특수 인지질, 비타민C를 제외한 대부분의 비타민, 그리고 칼륨, 철, 아연, 요오드 등의 미네랄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 대부분을 함유하고 있는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제수준 향상과 식생활 서구화로 먹거리가 다양해지며, 계란이 우리 식생활에서 음식 또는 식재료로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줄고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54개로서 다른 선진국보다 많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계란 소비량 추이는 2010년을 기점으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정체기에 있다. 반면 국내에서 사육되는 산란계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0만 마리 이상의 대형농가 수가 크게 늘며 계란의 공급과잉이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계란 소비 증가가 정체됨에 따라 산란계 산업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안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닭을 이용해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생체반응기(bioreactor) 분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닭은 계란을 생산하는 특징이 있어 가축을 이용한 단백질의약품 생산관련 생명공학연구에서 매우 매력적인 동물이다. 최근 형질전환 닭 계란에서 생산된 치료용 재조합단백질 카누마가 신약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2015) 승인이 났으며, 조만간 국내 시판이 계획됨에 따라 형질전환 닭을 이용한 치료용 단백질 생산은 이상에서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명은 1970년 61세에서 81세로 약 20세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평균 수명 증가의 원인으로 중년층 사망 감소를 꼽는다. 바꿔 생각하면 이는 의료기술과 신약 개발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 50대 남성 주요 질병 사망률인 뇌혈관, 고혈압, 간질환은 27년 동안 무려 85%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26년쯤 초고령화 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관리만 잘 한다면 최대 120살 이상까지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무병장수를 원한다. 건강에 대한 욕망이 있는 한 치료용 단백질의약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실제 재조합단백질의약품 생산은 1970년대 생명체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재조합할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이 개발되면서 이론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닭은 다른 가축들에 비해 세대간격이 짧아 단기간 대량번식이 가능하고, 암탉은 연간 300개 이상의 계란을 생산하는 특징이 있어 단백질의약품 생산용 대상 가축으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동물에 비해 형질전환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동물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여 주고 있다. 동물생명공학은 꿈같은 내용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학문으로서 우리들의 미래를 보다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