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의 규모화와 함께 영농조합 또는 농업회사 형태의 법인으로 경영구조를 전환하는 양축농가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농협법은 법인의 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임원 진출은 원천 차단하고 있어 일선축협들이 새로운 고민과 마주하게 됐다.
농협법 제49조 임원의 결격사유 조항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을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조합원 자격을 갖고 있어도 법인의 경우에는 피선거권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일선축협을 비롯한 축산업계 일각에선 법인형태로 경영구조를 전환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농협법 개정을 통해 법인 조합원도 임원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법인 조합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축협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농협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에서 일부 조합장은 “우리 조합의 경우 법인 조합원의 비중이 30%에 달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선거권은 없다.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조합 발전을 도모할 유능한 인재 등용에 발목을 잡는 규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조합의 경우 내규를 통해 법인 조합원에 대해서도 임원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의원 단계에 국한돼 있을 뿐 조합 등기임원으로 선출하기에는 법적 한계를 갖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날 회의에서 또 다른 양돈조합장은 조합 상황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을 전제, “조합 가입이 일부 도시자본 법인들의 세금감면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러한 형태의 법인들에게 조합 사업 이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조합과 경쟁자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임원자격 부여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인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자칫 조합 사업이 집중될 경우 중소규모 조합원들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농협법 개정을 통해 법인 조합원에 대한 임원자격 부여를 주장하는 조합장들은 “조합 임원의 경우 조합 사업이용이 일정수준 이상이어야만 가능한 만큼 이른바 ‘먹튀’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과정에서 도시자본에 의한 법인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원 자격이 부여된다고 해도 선거권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 역시 법인을 대표할 1인에게만 부여, 사업 집중은 물론 세력화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와 일선축협이 어떠한 해법을 찾을 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