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겨울이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마냥 즐거운 계절이겠지만 축산업계는 그렇지 못하다.
철새가 이곳저곳 출몰하면서 행여나 AI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다.
예년 같았으면 이미 여기저기서 고병원성 AI로 인해 인근 가금농가의 닭을 살처분 한다는 등의 기사가 속보성으로 다뤄졌겠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간간히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AI 항원이 검출되긴 하지만 모두 저병원성으로 판별되고 있고 아직 고병원성 AI에 걸렸다는 농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고병원성 AI 특별방역기간인 지금은 AI 발생위험이 매우 높은 위험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환경부의 12월 중순 기준 철새도래 서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철새도래는 작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32만수다. 인접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고병원성 AI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AI 발생실적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2년 전에는 AI 발생이 무려 383건에 달했다. 지난해는 대폭 줄어 22건이었으며, 올해는 아직 없다. 정부당국의 방역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데이터 상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질병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실적을 크게 줄여나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발생한 고병원성 AI의 시작은 전북 고창의 오리농장이었다. 이후 전북·전남지역 오리농장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던 고병원성 AI는 결국 전국의 산란계·종계 농장까지 퍼졌다.
열악한 오리농장의 사육 환경이 AI에 취약하다고 판단한 정부. 겨울철 오리 사육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있었기에 농가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정책에 따랐다.
사육제한이 AI 방역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을까. 농식품부는 올해도 11월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4개월간 전국 203농가 약 300만수를 대상으로 사육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1년 전에 실시했던 260농가, 352만수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지만 지자체별로 평가해 추가로 진행이 가능하게 함에 따라 사육제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리를 키우지 못해 살 길이 막막해진 오리농가와 계열화업체 등은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농식품부 앞에서 단식 등 천막농성을 진행했지만 결국 달라진 건 없었다. 최근 있었던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기존의 3km 선별적 살처분 기준을 ‘예외없는’ 살처분으로 수정하며 더욱 강도 높은 방역정책 추진계획을 밝혔다.
질병 발생을 급격하게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은 박수 받을 일이지만 그 비결이 가축 사육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정책의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흰 눈이 오는 겨울,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정책이 세워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