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재길 수의학박사(㈜동방)
국제 개방화 시대를 맞이해 국제교역량이 증가된 후 2000년과 2002년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되었다.
국경검역과 차단방역 및 살처분으로 구제역 청정국을 유지해 오다 2010년 11월부터 대규모 구제역 발생으로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4월까지 또다시 전국적으로 발생하자 백신수급정책을 다변화해 강력한 구제역 백신접종 정책을 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11년부터 구제역 백신접종을 지속적으로 실시했으나 2016년부터 2019년 1월까지 매년 구제역이 산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2019년 하반기부터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달성을 위한 강력한 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즉 백신접종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구제역에 대한 항체검사를 확대하여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백신접종 미흡농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여 미흡농가에 과태료 부과, 백신접종 명령, 정책자금 지원제한, 가축거래, 도축 출하 제한, 살처분 보상금 삭감 및 사육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구제역 특별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전국 도축장 및 양돈장에서 채혈한 혈청에 대한 SP항체 양성률을 검사하여 2019년 12월 4일 기준 4천157곳의 양돈장 중 142농가(3.4%)가 백신접종 미흡농가로 판정되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상태이다. 과태료 처분 농가의 대부분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다음 두 가지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구제역 백신 1회 접종의 경우이다. 자돈에 구제역 1회 백신접종은 2012년 2월 한돈협회의 건의로 실시되었으나 2014년 12월 전국적인 발생 후 구제역 긴급백신접종 및 자돈에 2회 접종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일부 양돈장에서는 이상육 발생 증가를 우려하여 계속 1회 접종을 실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구제역 백신을 자돈에 1회 접종할 경우 모체이행항체의 간섭과 자돈기간에 여러 면역억제질병에 노출되면 불완전한 면역반응으로 구제역에 대한 항체형성이 잘 안되어 출하 시까지 혈중항체가 유지되기 어려우며 도축검사 시 항체미흡농가가 될 수 있다.
둘째 돼지 생식기 및 호흡기 증후군(PRRS) 감염에 의한 면역형성 부진현상이다. PRRS 바이러스는 폐포 대식세포에서 증식하여 대식세포를 파괴하므로 돼지의 정상면역작용을 억제한다.
PRRS병이 진행되면 PRRS 바이러스는 memory PRRS-specific B cell에 영향을 주어 다른 질병에 대한 항체형성도 안 되게 된다. 최근 미국의 마이클 미나(하버드대) 교수가 홍역에 걸렸던 어린이들은 홍역을 앓고 난 뒤 항체가 11~73% 사라졌다. 이유는 홍역바이러스가 기억세포를 감염시켜 항체형성이 안되었던 것이다. 또한 인플렌자 백신을 접종한 흰족제비에 홍역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가 크게 줄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내용도 참조해 볼 만하다(조선일보 2019년 12월 11일자).
우리나라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구제역 O type과 A type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하여 유전적 상동성이 가장 높은 백신주를 자돈 및 육성돈에 2회 주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상육 발생이 적은 부형제 백신을 선택하여야 백신접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돈군에서 면역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PRRS나 돼지흉막폐렴 등의 질병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구제역 백신을 2회 근육주사한 양돈장에서 출하된 돼지 16두를 도축장 검사하여 백신미흡농장으로 판정받을 경우 해당 양돈장에 대하여 구제역백신 2회 접종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소명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즉 구제역백신을 정확히 2회 근육주사 했음에도 도축장에서 채혈한 혈청에서 SP항체양성률 미흡인 경우 해당 농장에서 구제역백신 2회 접종여부를 조사한 후 과태료 처분을 하는 것이 양돈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를 감안한 조치라 판단되어 방역당국에 건의한다.
억울한 양돈장이 발생하지 않아야 생산자의 방역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게 된다.
생산자, 구제역 관련 종사자 및 방역당국이 합심하여야 우리나라도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