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병조 교수(강원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깨끗한 농장·냄새 없는 축산, 이웃과 더 가까이
품질 넘어 가격 합리화…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공부하는 자세로 경쟁력 제고…자부심 가져야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 축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단순히 축산물 시세나 소비 차원을 넘어 축산업 자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짐도 그러하거니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같은 악성 외래질병의 유입도 우리나라 축산업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 마저 들기도 한다.
축산업 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젊은 축산인들은 장기적으로 축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필자는 젊은 축산인들과 만날 때면 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기본’ 이란 무엇일까. 아마 축산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천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다름 없다. 젊은 축산인들에게 우리나라 축산업 발전을 위해 바라는 필자의 생각 몇가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축산, 부정적 이미지 쇄신 노력
첫째, 이웃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축산업은 이미 ‘혐오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웃들이 싫어하는 산업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축산업을 하는 우리들이 가장 큰 원인 제공자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현실은 축산 관련 각종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축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타적인 법규들이 앞으로도 줄을 잇게 되는 것이다.
이웃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돈이 좀 들더라도 깨끗한 농장, 냄새가 덜 나는 농장으로 반드시 탈바꿈 해야 한다.
생산비 절감 ‘강한 축산’ 첫 관문
둘째,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축산이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품질의 차별화’라고 말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제는 가격의 합리화’라고 말하고 싶다.
근래 일부자료를 보면, 소비자들이 축산물을 선택하면서 맛과 품질을 여전히 중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수입 축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꿔말하면 국내산과 수입 축산물의 품질 차별화가 크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싼 만큼 품질이 차별화되지 못하니 이제는 가격을 내릴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소비자들이 다가온다는 말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유통체계도 당연히 새롭게 들여다 봐야 하지만 농장에서 생산비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돼지 생산비의 경우 농장에 따라 지육 kg당 3천400∼4천200원 정도로 그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생산비를 줄일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꿈·애정이 있어야 발전 가능
셋째, 축산업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축산업을 단순히 1차산업의 범주에서만 바라보기 보다는 고급식품 생산 등 다양한 시각으로 들여다 보고 산업을 이끌어 가는 구성원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어느 외국잡지에서 읽었던 기사하나가 생각난다. 돼지사육자인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는 나의 직업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은 내가 왜 나의 직업을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축산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의 직업에 애정이 없으면 농장을 아름답게 단장한다거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섣부른 예단일수 도 있지만 축산인 2세로서 만약 자신이 하고 싶었던 꿈을 접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아 축산을 한다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이 적을수 도 있을 것이다.
넷째,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여기서 공부란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축산에 대한 지식을 키워 생산성 향상, 생산비 절감, 고급축산물 생산 등 농장 경영이나 축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농장 성적이 개선되지 않고 부채가 줄지 않는다면 그것은 필요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자신이 생산한 축산물의 품질이 좋지 않아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직장인으로 말하자면 업무태만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하나는 틈틈이 책도 많이 읽어 자신의 교양이나 인격수양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다. 축산인 2세가 갑질(?)한다는 이야기를 가끔 접할 때 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든지, 아니면 자신이 벌었든지 돈이 많지만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한다.
사람의 가치는 그가 가진 돈이 아니라 겸손 같은 성품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가 교수로서 늘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더 많이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이는 더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고 했는데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매사에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며, 더 겸손한 모습의 젊은 축산인들이 많아진다면 우리나라 축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축적된 정보와 지식 공유해야
축산 현장을 다니다 보면 정말 열심히 하는 젊은 축산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을 볼때마다 우리나라 축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느끼고 있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 내용에 조금도 손색없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축산인의 한사람으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젊은 축산인들에게 한가지 더 바랄 것이 있다면 축산에 관한 정보와 지식은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산한 축산물의 품질이 좋다고 해서 우리나라 축산물의 품질이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만 질병관리를 잘한다고 그 질병이 근절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축산업은 서로 지혜를 모아야 산업이 발전하고 국제경쟁력이 생긴다. 축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서로 열심히 노력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값싸고, 좀 더 품질 좋은 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축산이란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 우유, 계란 등 고급식품을 생산하는 것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혹여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거나 옳지 않는 내용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를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