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충북 충주 ‘황실토종닭농장’ / 국내 첫 산란용 토종닭 인증…`토종란’으로 틈새시장 개척

  • 등록 2020.01.03 14:39:24
크게보기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지난 2017년 실충제 계란 파동 후 농가에서 살충제를 사용 할 수밖에 없는 한 원인으로 케이지 밀집 사육이 지적되는 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사육돼 생산되는 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커지며 대체로 사육환경이 동물복지환경에 부합하는 토종닭에 대한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식용란을 생산하는 재래닭에 대해 토종닭으로 인정을 받은 농장이 있다.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에서 황실토종닭 8천여수를 사육하고 있는 황실토종닭농장(대표 안인식·66세)가 바로 그곳이다.


발품으로 고유유전자원 확보…시행착오 끝 독자적 교배방식 개발

식당 운영하며 입소문 마케팅…토종란 차별화로 부가가치 제고


전국 누비며 고문헌에 기록된 토종닭 찾아
황실토종닭 안인식 대표는 40대 후반인 늦은 나이에 토종닭과 인연을 맺었다. 평생 검도에 몸을 담고 살아왔지만 지난 2000년 허리를 다쳐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새로운 일을 찾고 있던 중 우연히 토종닭 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동향 선배와 가졌던 식사 자리에서 토종닭에 대한 가능성을 듣고 무언가에 홀린 듯 매일 토종닭만 생각하게 됐다.
안인식 대표는 “이상하게 그전에는 관심 밖이었던 토종닭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토종닭에 대해 먼저 알아보기로 하고 고서적까지 뒤져가며 공부하게 됐다. 알면 알수록 매력을 느꼈고 내가 우리나라 고유 종자인 토종닭을 복원해보자는 생각에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토종닭을 사육하고 있는 곳을 다 찾아 다녔다. 하지만 대부분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외래종과 교잡을 한 닭들이었다. 그러던 중 2002년 마침내 고문헌에 기록돼 있는 특징들(다리가 검은색이고 벼슬이 7개, 귓불에 하얀 반점)이 뚜렷한 닭들을 발견, 병아리 3천수를 분양받아 ‘황실토종닭농장’을 열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몸으로 터득한 사육방법
하지만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연이어 닭들에 폐사가 발생했고, 살아남은 것들도 근친의 특성을 보이는 등 상품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안 대표는 2009년에 이르러 병아리폐사율을 2% 이내로 낮추고 독자적인 교배 및 사육방식을 터득, 근친예방을 하면서도 종자를 개량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안 대표는 “자꾸 닭이 죽어나가는데 원인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사실 예방접종을 했어야 하는 것인데 모든 사육방법을 혼자 습득하다보니 발생한 실수였다. 폐사를 막자 이번에는 근친이 문제가 됐다. 닭들이 약하고 본래 크기로 크지 못하는 등 퇴화가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잠자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계사에 아예 책상을 가져다놓고 하루 종일 닭만 관찰했다. 한 달째가 되어가니 닭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고 하나하나의 특징을 다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근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암탉을 선별, 근친을 막는 번식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육되기 시작한 황실토종닭이 현재는 산란용 5천수, 육계 2천수, 육성 병아리 1천500수로 총 사육수수가 8천여수에 이르게 됐다.

판로 확보위해 식당 개업
사육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다음 문제는 홍보와 판로 확보였다. 그래서 안 대표는 농장 인근에 황실토종닭 전문 식당을 개업 하고 본격적인 홍보와 판매를 시작했다. 
안 대표는 “아무리 닭의 형질이 우수해도 아무도 몰라서는 판매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생각 해낸 것이 자체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부인을 설득해 토종닭 조리법을 공부시키고 식당에서 백숙과 볶음탕을 판매하는 한편, 식당 한켠에서 유정란을 판매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황실토종닭 백숙과 볶음탕은 쫄깃하고 담백한 맛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유정란 역시 한판(30구) 1만5천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 불티나게 팔렸다”고 말했다.

토종닭, 육용 아닌 산란용 인증
이렇게 토종닭 유정란의 가능성에 눈을 뜬 안 대표는 현재 농장이 있는 소태면으로 농장을 확장 이전하고 HACCP인증, 친환경인증, 동물복지 산란계농장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마침내 지난해 10월 국내 처음 산란용 닭으로 토종닭인증을 획득했다.   
그간 토종닭은 성장속도가 일반 산란계보다 느리고 산란율도 40% 가량 낮아 산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식당에서 유정란을 직접 팔아 소비자의 반응을 경험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추진했다.
안 대표는 “현재 개량을 통해 산란율을 50% 선으로 끌어올렸다고 해도 기존의 산란계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더욱이 토종닭은 사료요구율도 나빠 생산성만 놓고 보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품질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일반 계란의 도매가는 수급에 따라 등락폭도 크다. 하지만 황실토종닭의 유정란은 가격의 등락폭도 없을 뿐 아니라 가치를 인정받아 훨씬 높은 가격을 받는다. 즉 일반 산란계보다 적은 사육마릿수를 가져가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황실토종닭농장에서 판매되는 토종란은 현재 ‘토종닭에 인생 건 안인식의 황실토종란’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8월부터 정식 계약을 맺고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납품돼 어느덧 월 매출 2천만원을 올리고 있다.

“토종란 시장 활성화 앞장”
안 대표는 앞으로는 이러한 토종란 시장을 더욱 확대시킨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현재 계란 안전성에 대한 관심과 소비 트렌드가 맞물려 ‘동물복지 계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도 사육면적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상황에서 토종란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 
안 대표는 “동물복지사육으로의 전환이 시대의 흐름이지만, 기존 농가들이 사육방식을 변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사육수수 축소에 따라 소득이 감소할까 하는 우려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들을 통해 황실토종란의 시장성은 이미 증명이 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수한 품질의 유정란을 생산, 적은수의 닭을 사육하더라도 기존의 소득을 보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종란시장의 확대를 위해 안 대표는 올해 안에 종계·부화장 허가를 득해 희망하는 농가들에게 황실토종닭을 분양 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안 대표는 “제대로 된 사육시설(방사시설, 동물복지 인증)을 갖추고 황실토종닭을 사육하려는 의향이 있는 농가들을 모집, 황실토종닭을 분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닭에게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계란을 생산해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이로운 계란을 생산하고자 하는 농가가 있다면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해줄 마음이 있다. 황실토종닭을 통해 토종란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동휘 toara@nate.com
당사의 허락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62. 6층 (우편번호:08793)
대표전화 : 02) 871-9561 /E-mail : jhleeadt@hanmail.net
Copyright ⓒ 2007 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