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 특집>건강한 축산을 위한 제언 /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 친환경축산…국민 신뢰 회복을

  • 등록 2020.01.03 15: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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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 상 락 교수(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고도화된 친환경 시스템 구축…민원 해소·FTA 대응
사육밀도 연계 경축순환체계 확립…자원 효용성 제고
ICT 융복합, 동물복지·스마트 축산 구현 ‘강력 수단’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업은 이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그 존폐가 달려 있다. 그 적응의 주체는 바로 우리 젊은 축산인이었으면 좋겠다.
그간 우리 축산업은 축산인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다른 나라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여 지금은 농업생산액의 40%(2018년말 기준)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양적 성장 넘어 질적 성장 시대로
우리 축산인들은 국민 먹거리들 중에서 가장 소중한 축산물을 좋은 품질로 안전하게 공급하고 있다는데에 큰 자부심을 느껴왔고 우리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도 받아왔었다.
그러나 근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고전염성 질병과 살충제 계란파동 등으로 축산인의 자존심이 무너져 가고 있다. 소비자들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인들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축사육 현장의 부적절한 모습에 적지 않은 실망감도 가지게 된 듯하다.
특히 국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축산현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분뇨의 부적정 처리에 따른 냄새 민원이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사육거리 제한 등의 규제로 말미암아 축산농가의 신규시설에 대한 투자가 애로를 겪고 있다.
동시에 같은 농업시스템 안에서도 경종영역에서는 경작지내로 가축분뇨 유래 양분이 과다하게 유입된다는 논리로 지역단위 양분총량을 규제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시각은 FTA 등의 대외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이 점차 심화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시장을 수입 축산물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떨칠 수 없게 하고 있다. 작년 축산물 수입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축산물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기 시작하면, 축산물 수입이 더욱 증가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따라서 이제 우리 축산인은 우리의 소중한 축산을 지키기 위하여 새로운 자세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야 한다. 고도화된 친환경축산시스템을 구축하여 가축생산성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함과 동시에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친환경축산시스템의 완전한 구축과 함께 축산에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것이다.
친환경 축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소비자들은 냄새가 없는 그리고 아름다운 축산농장에서 복지가 충분히 고려되어 건강하게 자란 가축이 제공하는 안전하고 깨끗한 축산물을 공급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친환경축산이란 수질·토양·대기오염을 방지하여 환경을 보전하고, 물질의 자원순환 등을 활용하여 자연생태계를 유지·보전하며, 동물복지 등을 통한 가축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주변 자연과의 조화로 농촌의 경관을 유지함으로써 지속적인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축산업 (친환경축산표준모델, 2007)으로 정의되지만, 친환경축산의 구현은 우리 축산인 스스로가 실천하겠다는 굳은 의지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가축분뇨의 자원화와 경축순환체계의 구축은 우리 농축산·식품 영역의 몫이다. 지역 및 국가 단위의 양분소요량에 대한 정확한 인벤토리의 구축, 가축 사육밀도와 연계한 순환계획의 수립, 지역특성과 축종에 따른 적확한 순환체계 구축 등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매년 1천500만톤을 상회하는 수입 사료원료의 농축된 양분이 계속 우리 토양에 축적되어 가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간단치 않은 일이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모든 지식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가축분뇨를 배출하는 각 축산농가의 자세이다.
배출된 가축분뇨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축사와 저장시설에 유출방지턱을 설치하고, 공동자원화시설 등에 반출하는 경우에는 관리대장을 작성·유지하여야 한다. 배출된 분뇨를 직접 퇴·액비로 제조하는 농장에서는 법적 품질기준을 만족할 수 있도록 제조기술을 확립하고, 자가 농지나 계약 농지로 살포할 경우에도 부숙도 등의 법적 살포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
공동자원화시설과 퇴·액비유통센터는 가축분뇨의 순환체계 구축에 가장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퇴·액비의 품질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경종농가에 살포된 퇴·액비의 시용효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고객만족을 구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관리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한편 여러 고전염성 질병의 발생과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농장동물의 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밀집사육 등 가축복지에 대한 소홀이 가축의 면역력을 감소시켜 질병을 빠르게 확산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동물보호 관련단체들은 축산농장을 “가축을 찍어내는 동물공장”으로 까지 표현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축산물의 소비뿐만 아니라 먹거리의 생산과정이 얼마나 친환경적인가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축산물 시장의 국제 경쟁이 심화되는 FTA시대에서는 우리 소비자들이 국내산 축산물보다 동물복지가 고려되고 친환경 사육방식으로 생산된 수입축산물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축산업허가제와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농장동물의 복지를 대폭 강화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농장동물 복지의 구현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농장주의 자세이다.
“가축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농장동물의 복지는 관리자가 항상 세심하게 내 동물이 불편함이 없는지를 관찰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축산농장이 빠르게 규모화되어 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무언가가 농장주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면 형편이 좋을 것이다.
ICT(정보통신기술)는 사육자의 눈과 귀가 되어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ICT는 RFID(무선주파수인식), USN(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AI(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가축들의 건강, 축사의 환경, 가축의 이동, 사료 축산자재의 반입, 가축분뇨의 반출 및 순환, 축산물의 유통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가축 관리자, 지방 및 중앙 정부의 정보수요부처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수집된 정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전파할 수 있다.
이러한 고도화된 축산시스템의 구축은 농장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도 크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ICT를 이용한 사양, 환경 및 유통관리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ICT기술을 축산에 융합하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최첨단의 고도축산을 하루빨리 구현하여 우리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축산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축산 위상만큼 축산인 책임도 커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농지법개정(2007년)으로 전용허가 없이 농지에 축사를 설치하게 되어 많은 신규축사가 들판 한가운데 들어서게 되었지만 축사의 외관이 농촌경관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생산성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축산농장도 최대한 농촌의 자연환경과 조화되는 아름다운 경관의 일부로 재탄생시켜 우리 국민들에게 목가적 아름다움을 제공하여야 한다. 농장주위에 조경수를 식재하고, 농장 내부도 청결을 유지함과 동시에 화분 등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농장으로 가꾸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민들이 찾아가 보고 싶은 농장으로 거듭날 때 진정한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한층 더 커진 축산의 위상만큼이나 우리의 책임도 무겁다. 이제 우리 축산은 커진 위상에 걸맞은 미래지향적인 산업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축산은 단순한 먹거리 생산의 역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행복한 삶을 제공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친환경축산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와 축산인이 함께 ICT를 비롯한 4차산업 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가축분뇨의 경축순환체계를 정밀하게 구축하여 자원의 효용성을 높이고, 가축관리의 고도화를 통하여 농장동물의 복지를 증진시킴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제고하고, 농장을 아름답게 조성하여 국민들에게 목가적 농촌경관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축산시스템에 대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도입은 다양한 도전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우리 젊은 축산인들은 잘 감당해서 다시 한번 우리 축산이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게 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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