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축산농가들이 이제는 지속가능한 축산으로 나아가기 위해 생산현장에도 건강함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충남 서산에 위치한 선우목장(대표 전선경) 역시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도전으로 지속가능한 낙농을 실현하고 있는 목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첫 네덜란드식 축사…착유·분뇨처리·사료 급여 노동서 해방
생산성·환경개선 획기적 효과…여유 시간 많아져 정밀관리 가능
부자가 함께 이룬 꿈의 목장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평균 3.5톤을 착유하며 체세포수 1등급을 벗어나지 않는 품질 관리로 인근 목장들로부터 모범이 되어 왔던 선우목장은 미허가축사 적법화 시행으로 충남 홍성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목장이 적법화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불가능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홍우태 전 대표는 2017년 목장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대신 이 위기를 자신이 평소 꿈꿔왔던 목장을 실현시켜 나가기 위한 발판의 기회로 만들었다.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홍 전 대표는 90년대부터 꾸준히 선진지 견학에 참가했고, 낙농선진국의 목장을 보면서 언젠간 자신도 이 같은 목장에서 젖소를 키워야겠다는 로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홍 전 대표의 꿈은 아들 홍태승 씨가 후계낙농인으로 들어오면서 현실화됐다.
홍태승 씨는 낙농선진국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를 3차례 방문하는 등 현지 낙농시스템에 대한 답사와 공부를 거듭한 끝에 네덜란드식 축사 도입을 결정했다.
이는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학석사를 전공하면서 익힌 외국어 실력 덕에 의사소통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국제축산박람회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네덜란드의 AGRIPROM사의 초청을 받아 네덜란드를 방문하고 그 이후에도 연수를 통해 네덜란드를 찾았다. 놀라웠던 점은 네덜란드에서는 목장이 혐오시설이란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ICT장비 등의 발달로 목장주가 목장을 오랜시간 비워도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선진국의 시스템을 가져다 직접 도입한다면 지속가능한 낙농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미래를 바라본 과감한 투자
충남 서산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선우목장은 말그대로 네덜란드의 축사를 통째로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식 축사 설계도를 구매해 그대로 적용했으며, 대부분의 축사 내부 설비 또한 네덜란드 AGRIPROM사의 제품을 도입했다. 축사시설만하더라도 10억원이 투자된 과감한 행보였다.
목장 곳곳에는 노동력은 최소화하면서 젖소가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비가 갖춰져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축사구조가 우리나라서는 찾아보기 힘든 후리스톨 우사라는 것이다.
홍태승 씨는 “후리스톨 우사로 짓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국내에선 성공사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입식을 해보니 우려와는 다르게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게 좋아보인다고 무작정 가져다 쓰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나를 바꾸더라도 목장에 미치는 전체적인 영향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축사 내 모든 설비가 유기적으로 연관되게끔 만들어져야 할 이유다”라고 말했다.
실제 후리스톨 우사 덕분에 젖소는 분뇨가 없는 바닥에서 휴식을 취하게 됐으며, 개체마다 공간이 분리돼 서열로 인한 스트레스를 예방함과 동시에 모든 개체가 고르게 사료를 섭취하고 있다는 것.
로봇착유기를 염두해 둔 설계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개방형인 로봇착유기에 미칠 수 있는 외부환경의 영향을 차단하고, 동선을 최소화해 착유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한 것.
이밖에도 사료 급여는 자동사료 급이기를 통해 지정한 시간에 사료가 뿌려지고 있으며, 천장에 달린 대형팬은 목장 내 배치된 온도센서에 따라 조절이 가능해 편의성을 더했다.
이와 함께 외벽에 새망을 설치하여 새가 균을 옮기거나 새들의 변을 소들이 먹이와 함께 먹는 사태를 방지했으며, 빛에 민감한 젖소를 위해 천장에 LED등을 설치해 일정시간 빛을 쐴 수 있도록 점등시간을 설정하고 있다.
모든 설비 ICT 연계…축주는 기초적 관리만
지난 3월 30일 입식을 시작한 선우목장의 사육규모는 전체 45두 중 27두가 착유우이며, 서산축협 쿼터 897kg을 보유하고 있다. 목장관리는 홍우태·전선경 부부가 전담하고 있다.
목장을 다시 시작한지 5개월가량 지난 지금 전선경 대표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긴하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목장환경이 개선됐다고 말한다.
착유에 대한 해방, 분뇨처리에 대한 해방, 사료급여에 대한 해방으로 일반 목장의 노동력을 100%로 본다면 선우목장은 25%에 불과하다는 것.
전 대표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홍성에서 노후를 맞이했다면 아찔했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에 3.5톤을 착유하는데 7시간이 걸리다보니 육체적인 부담이 상당했다. 수익성이 아무리 좋아 봐야 사람의 건강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목장주가 건강해야 목장도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다”며 “이제는 기초적인 관리만 잘해주면 되기 때문에 노동에 대한 부담은 사라졌다. 오히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서 데이터 관리에 시간을 더욱 할애해 보다 정밀한 개체 관리가 가능해졌으며,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활기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젖소들의 생산성도 덩달아 좋아졌다.
전 대표는 “로봇착유기를 도입한 일반목장의 착유횟수가 일평균 3회 정도라면, 선우목장의 착유횟수는 4회 정도로 월등히 높다. 덕분에 입식 초기에는 일평균 두당 산유량이 40kg에 달하기도 했다”며 “아직 사육두수가 적어 착유횟수가 높은 점도 있겠지만, 젖소들이 적응을 쉽게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선으로 설계가 된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세포수가 높은 소들은 환축우칸으로 옮기고, 착유횟수를 하루 5회로 설정해 개별착유를 하다보니, 따로 연고나 약을 처방하지 않아도 체세포수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분뇨관리도 한결 수월해지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여나가고 있다고 한다.
톱밥을 사용하지 않는 후리스톨 우사이기 때문에 외부로 배출되는 축분의 양이 줄어든데다, 스크레퍼가 하루 4회 자동으로 축분을 긁어가고 고액분리기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냄새저감에도 효과적이라는 것.
고액분리기를 통해 분리된 액비는 인근 마늘농가가 가져가고 있으며, 고체퇴비는 퇴비사에서 부숙제를 뿌려 부숙을 촉진시킨 후 6개월에 한 번씩 인근 경작지에 살포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임대해주고 있던 4천평 부지에 직접 농사를 짓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선진 낙농기술 보급에 앞장설 계획
선우목장은 2.4톤까지 원유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지어졌다. 앞으로는 규모에 맞춰 쿼터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며, 추후 기회가 된다면 목장을 하나 더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국내 1호 네덜란드식 목장인 선우목장을 견학하기 위한 유업체, 학교, 조합 등 여러 곳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홍태승 씨는 이러한 선진낙농기술 교육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태승 씨는 “AGRIPROM 한국지사 운영과 관련해 해외 낙농선진기술을 먼저 접하고, 공부를 해오며 축적된 지식과 경험은 귀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우리나라 낙농가들에게 보급한다면 수익창출의 방법이 될 수 있으며, 국내 낙농산업이 지속가능성에 한발짝 다가가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물론 아직은 낙농가들에게 받아들이기에는 낯선 기술일 것이다. 하지만 로봇착유기도 국내에 첫 도입이 되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목장을 성장시켜 나가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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