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정책 실패 결과”…관련 업계 강력 성토
수입한 계란이 대량으로 폐기 처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혈세 낭비 논란과 함께 계란 관련종사자들이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이들은 계란 수입과 폐기에 1천억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투입된 것으로 분석하며 정부의 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축계란 재고 폐기용역’ 대상물량 : 계란 1천275톤(70만8천412판, 2천125만개), 소요예산 : 4억8천450만원. 지난 1월 19일자로 aT 홈페이지에 게시된 입찰공고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설 명절 물가관리 조기대응을 위해 올해 6월까지 계란 무관세 수입 연장계획을 발표한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다.
지난해 수입해온 계란들이 유통기한(냉장계란 기준 45일) 경과 등의 이유로 판매가 어렵게 되자 폐기에 나선 것.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도 6천여만원을 들여 이미 수입계란 6만8천932판(약 124톤, 200만여개)에 대해 폐기처리를 진행키도 했다. 혈세를 들여가며 수입한 계란 총 2천300여만개의 계란을 2차례에 걸쳐 5억여원을 지불해 폐기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말까지 1천5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투입해 총 3억8천538만개의 계란이 수입됐다. 이중 1차 2차에 합쳐 폐기된 계란은 6%에 해당되는 물량이다.
더욱이 공개된 수입물량 외에도 지난해 말까지 소량이라도 계란이 지속적으로 수입 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추석 이후 수입됐던 계란들이 판매가 되지 않아 유통기한을 넘겨버리자 정부가 부랴부랴 폐기용역 공고를 내게 됐다는 설명이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회장 전만중)가 산출한 ‘미국산 계란 수입원가’에 따르면 수입된 계란은 운송료, 선별작업비 등을 포함해 한판(30구 기준)당 평균 1만2천원대에 수입됐다. 이렇게 수입된 계란은 4천450~3천원대에 공매입찰로 판매되며, 수입계란이 판매될 때마다 한판당 7천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했다. 정부가 계란을 개당 평균 390원에 수입해 148~100원에 판매해 이미 혈세가 1천억원 이상 낭비된 상황에서 폐기비용까지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선별포장업협회 관계자는 “계란 관련 업계서는 누누이 계란 수급 정상화 방안으로 수입이 아닌 농가재기(입식)지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했고, 또 지난해 3/4분기 이후 계란 공급 충분하다고 말했다”며 “일선현장의 말을 무시하고 진행된 정책에 혈세만 낭비된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대한양계협회 안두영 채란위원장은 “지난해 AI발생에 따른 방역조치로 인해 당장 생업에 지장을 받은 농가들에게 지급돼야 할 보상금 지원은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뒷전에 미뤘던 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가면서 미국산 계란을 수입하고 다시 돈을 들여 폐기했다”며 “더이상 하고 싶은 말도 없다”고 분개했다.
이어 “올해에 들어서는 정부가 계란 수입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는 있다”며 “하지만 이미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못해 혈세는 낭비됐고 농가들은 고통을 받았고 아직도 받고 있는 상태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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