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가설건축물 규제 본격화…오리업계 반발

  • 등록 2022.03.15 19: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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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개편 모든 책임 농가에…정부, 뒷짐지고 있어선 안돼”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축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오리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정의 주요 내용에 가설 건축물 축사를 건축법상 건축물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담겨 있는데 오리의 경우 특히 가설건축물에서 사육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이번 개정안대로 시행된다면, 많은 수의 농가들이 축사를 다시 지어야만 사육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계속 규제만 강화되고 있는 가축전염예방법으로 인해 일선 농가들에 중복적으로 비용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일선 오리농가들의 사육환경 현황과 관련 규제들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짚어 본다.


가설건축물 제한, 축산법시행령개정안 입법예고

오리농가 대다수 5년 내 축사 새로 지어야할 판

막대한 비용 소요…허가 위한 제도 정비도 우선

정부 대책 전무…“사육 포기하란 말인가” 성토

업계 “시설현대화, 전향적 뒷받침이 근본 처방”


오리산업 근간 ‘위협’

지난 2월 18일 농식품부는 ‘축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달 30일까지 개정안에 대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국오리협회(회장 김만섭)는 “지난 2021년 11월 24일 농식품부에서 해당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 당시 오리협회는 생산기반이 붕괴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한 반대입장을 전달한 바 있으나 대부분 원안대로 입법예고가 시행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종계, 종오리, 육계, 육용오리의 가설  건축물 축사를 건축법상 건축물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인데, 특히 가설건축물 축사의 건축법상 건축물 허가의 경우 신규 축산업 허가자 뿐만 아니라 기존 허가자의 경우에도 개정 후 5년의 유예기간동안 건축물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오리의 경우 타 축종들 보다 상대적으로 가설건축물에서 사육되는 비중이 높아, 절반 이상의 농가들이 축사를 다시 지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리농가 76% 비닐하우스 축사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오리를 사육하는 농가의 76.3%(695호)가 비닐하우스형의 축사에서 오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68.2%는 2010년 이전에 건축한 축사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표 참조> 

개정안이 변경 없이 시행될 경우 이 농가들 모두 최소 5년 안에는 축사를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 개정안대로 농가들이 축사를 신축할 경우 많은 비용이 소요됨은 물론, 건폐율문제로 사육규모도 줄어들 것이 예상되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보조사업 방향은 정하지 않은 채 입법예고만 했다는 것이 오리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오리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의 내용대로라면 당장 기존 농가들도 축사를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많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농가에 대한 보조사업 등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또한 설사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재축을 했다 해도 환경 관련 타 법령들과 지자체 조례 등에 따라 건축물 허가가 불가능한 사례가 많은데 이에 대한 제도적 정비도 없이 관련 사항에 대해 입법예고부터 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에 선제적 지원책 요구했지만

오리업계는 오리농가의 축사시설이 낙후된 것을 잦은 AI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수년 전부터 축사 개편사업 지원을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03년 최초 발생부터 2018년 3월까지의 AI 발생 중 오리에서의 발생은 551건으로 전체 발생건수인 1천55건 중 52.2%의 높은 발생비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리농가만의 AI 발생건수와 발생비율을 축사 형태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비닐하우스형을 비롯한 가설건축물 형태의 오리 축사에서 AI가 발생한 비율이 85.7%(’17~’18년 기준)에 달하며, 지난 2020년 11월 이후 현재(지난 2월말 기준)까지 오리농가에서 AI가 발생한 총 49건 중 38건(77.6%)이 가설건출물 형태의 축사에서 오리를 사육하고 있는 농가들이다.

그간 국내 AI 발생추이<표>를 살펴보면 절대적인 발생 숫자만 놓고 봤을 때 닭보다 오리에서 AI가 발생한 숫자는 낮다. 하지만 닭을 사육하는 농가가 오리를 사육하는 농가 수 대비 약 5배가량 많은 것을 감안할 경우 오리농가의 AI 발생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오리협회는 오리 사육시설 개선이 근본적인 AI 방역대책이라며 지속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대로라면 농가에 대한 지원은 없이 시설 개편의 모든 책임이 농가에만 지워지게 된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그간 오리농가가 시설 낙후 등의 이유로 AI에 취약, 겨울마다 5년째 사육제한이 시행돼 정부의 보상금 예산이 소요되고 있고 산업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사육제한에 대한 보상금을 축사시설현대화 보조금으로 전환시켜 선제적으로 오리농가의 축사개편 및 방역시설 확충을 통해 AI 예방을 도모해야 한다고 수년째 건의 했지만 정부는 이는 받아들이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농가에만 전가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규제 강화로 농가 지속적 비용 발생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가축전염예방법으로 인한 농가 비용발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선 지난 1월 12일 농식품부는 이동제한 명령 위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고용 미신고 등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가축사육시설의 폐쇄명령, 사육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도 입법예고 한바 있다. 농식품부가 이를 통해 기존 법에서 허용하였던 가금농가의 공통 전실 기준을 삭제하고 축사별 전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전실의 시설 운영기준을 강화하고 2020년 이후 AI 발생농가를 대상으로 전실 내 CCTV 설치 등을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오리농가들은 당시 법에서 정한 방역시설 등 기준에 따라 시설·장비 등을 설치·구비하여 운영중에 있었지만 이번 개정에 따라 그 기준이 다시 강화될 경우 많은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전남지역의 한 오리농가는 “규제가 계속 심해지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매년 겨울 행해지는 사육제한으로 소득이 감소한 오리농가들에 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문제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 개선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농가의 경우 기존의 규제에 맞춰 비용을 투자해 축사에 대한 개보수를 마치자 마자 다시 강해진 규제에 기존시설을 다시 부수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마저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탁상행정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들에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신규 업장에만 우선 적용 등 규제완화 요구

이에 오리업계는 관련법 개정과 함께 농가지원책이 마련되야함은 물론, 적용대상에 대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오리협회는 축산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건축법상 허가 의무화는 신규 축사에 한하여 우선 적용하고 기존 축산업 허가자(축사)의 건축법상 허가의 경우 오리농가의 가설건축물 축사 개편을 위한 보조사업 및 폐업지원, 기존 축사의 건축허가를 위한 제도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오리의 경우 AI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매년 겨울철사육제한을 시행중에 있으며, AI의 차단효과보다 오리산업에 주는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면서 “임시방편적 AI 예방대책인 겨울철 사육제한을 중단하고 지금부터라도 오리농가의 축사시설 현대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각종 방역시설 및 운영기준 강화의 경우 축산법 개정 이후 신규 축산업 허가자에 한해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사육시설 개선 지원 필요 이유

오리농가의 사육시설 개편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방역기능 강화 ▲사육제한, 살처분 대비 효율성 ▲형평성 불만 해소 ▲생산성 향상 등 농가지원으로 소요되는 재정보다 훨씬 사회·경제적으로도 이득이 크다는 것이 오리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오리협회 김만섭 회장은 “대규모로 지출되고 있는 오리농가에 대한 사육제한 및 살처분 보상금을 사육시설 개편을 위한 지원금으로 전환, 오리농가의 사육시설 개편을 추진함이 마땅하다”며 “임시방편인 방역대책이 아니라 사육환경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방역대책을 강구해 방역을 위한 방역이 아닌 산업을 살리기 위한 방역을 하는 것이 농가와 국민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서동휘 toar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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