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공정위 칼날에 도산위기 몰린 육계업계

  • 등록 2022.03.30 11: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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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논란 장기화 따른 경영난 심화…과징금 철퇴까지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최근 몇 년간 육계업계는 닭고기의 수급불안으로 경영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수급조절대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관련 수급조절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이 공정위의 도마위에 오르면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잃어버린 상태라 피해가 누적됐던 상황. 더욱이 공정위는 최근 육계 계열화업체들에게 연이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기까지 했다. 이에 장기간 적자를 이어오던 업체들이 도산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육계업계의 현 상황과 이번 공정위의 판결로 업계에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 짚어 본다.


공정위, 축산물 특수성 나몰라라…결국 담합 결정

5개 계열화업체 검찰 고발…육계협회도 징계 수순

계열화 주류 육계산업 ‘쑥대밭’…농가 파장도 심각


공정위 ‘담합’ 의혹에 수급기능 마비

육계산업은 장기간에 걸친 닭고기의 수급불안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처럼 공급 과잉사태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있거나 과잉상태에 처하게 되면 과거의 경우 수급조절협의회가 움직여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담합 논란 탓에 아예 협의회조차 열지 못해 시장상황이 악화 일로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초 가금관련협회들과 계열화사업자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가 있으면서 수급조절협의회를 ‘담합’으로 몰아세우는 바람에 회의조차 할 수 없어 닭고기의 수급대책을 마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축산물의 특성상 소량만 적체되거나 부족하면 산지가격은 급등락하게 돼 있다. 급등할 경우 정부는 그간 비축했던 물량을 판매하거나 수입을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한다. 반대로 급락할 때에는 일정품목에 대해 수매 등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생산자를 보호한다.

정부가 필요시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 및 가격 안정을 꾀해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축산법에, 이 외에 헌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등에서도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토록 명시돼 있다는 것이 육계업계의 항변.

그럼에도 공정위가 가금육과 관련된 수급조절협의회를 담합 의혹으로 지적하자 농림축산식품부 마저 수급조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던 것이다.


육계 계열화업체들 적자에 허덕 

이처럼 지난 2018년 중반기부터 시작된 육계 과잉공급에 따라 생산원가 이하로 시세가 형성되는 시기가 많아지자 주요 육계 계열업체들의 수익은 적자 국면의 연속이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수익구조 개선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유일하게 수익을 낸 하림(177억6천100만원)을 제외하면 마니커(-74억9천900만원), 체리부로(-51억원), 동우팜투테이블(-29억1천900만원) 등 육계 계열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참프레, 사조원 등 다른 업체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하림조차도 구조적으로 영업이익을 +로 만들었을 뿐, 실질적으로 닭고기 판매 부분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한 육계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생산과잉 탓에 유통현장에서는 일부 시점(AI 발생 등으로 인한 공급부족)을 제외하고는 수년간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닭이 거래됐던 것이 실정”이라면서 “하지만 수급조절을 할 수 도 없어 해결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 달 동안은 산지 닭고기 시세가 높다지만, 국제 곡물값, 부재료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가 천정부지로 솟아 육계 업체들이 대부분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며 “더욱이 국제 곡물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남미 국가들의 작황이 좋지 않아 추가 상승여력을 보이고 있고, 병아리 시세까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계열화업체들의 경영상태가 최악인 상황인데 공정위가 과징금마저 부과해 사실상 산업 전체가 존폐기로에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금업계 전체로 향한 공정위 칼 끝

공정위는 지난 2017년부터 가금육 업계(종계, 삼계, 육계, 토종닭, 오리)의 가격 담합 혐의와 관련 조사에 착수, 지난 2019년 4개 종계 판매 사업자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삼계 판매 사업자들에게 징계를, 이어 지난 3월 16일에는 16개 육계 계열화업체들이 닭고기 신선육 가격·출고량 등 담합했다며 징계를 결정했다. 육계 계열화업체들과 생산자단체의 수급조절행위를 두고 공정위가 담합이라며 칼을 빼든지 5년여만에 낸 결론이 결국은 징계로 끝나고 만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종닭·오리 관련업계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판결이 남겨진 상태.  

공정위는 지난 2005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7월 27일까지 16개 육계 계열화업체들이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생산량·출고량과 육계 생계의 구매량을 담합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천758억 2천3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이 중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사는 검찰 고발키로 결정했다.

특히 육계의 경우 기존의 종계·삼계보다 시장규모가 큰데다 공정위가 판단한 담합 혐의 기간도 길어 매출기준으로 책정된 과징금의 규모가 큰 것. 앞서 언급한 대로 그렇지 않아도 살림이 어렵던 관련 업체들이 사실상 도산위기에 처한 상태다.

한국육계협회(회장 김상근) 관계자는 “육계협회 회원사 13개 사업자의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이익률이 평균 0.3%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4개 상장사는 약 0.0002%에 불과한 상태”라며 “이들이 10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내 놓더라도 공정위가 처분한 과징금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농가에 피해 전가는 수순

더 큰 문제는 계열화업체의 경영 악화가 계약 농가의 소득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20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육계 1마리당 순수익은 1년 전보다 78.8% 줄어든 38원으로 집계됐다. 총수입이 2천2원인데 사육비가 1천964원에 달한 것. 최근 5년간 육계농가의 순수익 중 최저다. 이에 육계생산 농가들은 공정위에 탄원서를 보내 업체들을 선처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 이광택 회장은 “육계농가는 95% 이상이 계열화업체와 계약사육 관계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미 계열화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가운데 과징금까지 부과돼 사정이 더 어려워 진 것이다. 이런 피해는 농가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조만간 과징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어 폐업을 선택하는 계열화업체도 나올 수 있고, 이로 인해 농가의 납품처가 없어지게 되거나 사육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부지기수 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기반 붕괴” 독과점 초래

아울러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오히려 닭고기 시장을 독과점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결국은 소비자들에게까지 부메랑으로 피해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가 발표한 처분대상에 육계 계열화사업체 대부분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계열화업체들 중 과징금을 버텨내지 못하는 계열화업체와 계약한 사육 농가가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소수 대형 업체들 위주로 닭고기 시장이 재편, 이들의 시장지배력이 커져 독과점 양상으로 흘러가는 한편 총 닭고기 생산량은 줄어들어 닭고기 소비자가격의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또 부족해진 부분을 국내산 보다 월등히 품질이 떨어지는 수입 닭고기가 차지하며 국내 시장을 잠식, 닭고기 산업이 붕괴될 우려마저 있다”고 말했다. 


“수급조절 정당성 인정돼야”

그동안 육계협회를 비롯한 가금육 생산자단체들은 가금산업의 특수성과 농정부처의 수급조절정책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잣대만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해 온 공정위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실제 지난 10여 년간의 닭고기 소비자 가격은 그 어떤 농축산물, 나아가 일반 소비재와 비교해도 인상되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수급조절 사업이 산업의 보호를 위했을 뿐 이를 통한 부당이득이 없었다는 것의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고 말았다.

육계협회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지시나 요청을 거부하거나 불이행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육계협회가 농식품부의 수급조절협의회 사무국으로서 회원사들과 함께 정부의 수급조절 등의 정책을 수행했을 뿐이다. 협회는 지난 3월 18일에 진행된 협회에 대한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재차 소명했지만 공정위가 어떻게 판단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의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일반 소비자 접점에 있는 치킨 값 상승이 마치 수급조절 행위로 인한 것처럼 오인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앞으로라도 이 같은 억울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축산물의 특성에 맞는 수급조절 제도를 법제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지만, 만일 당초 공정위의 계획대로 협회에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면 협회 존속여부 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토종닭·오리 관련 업계에도 지난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다. 이번 육계 관련업계에 대한 판결 내용으로 공정위의 가금업계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된 입장을 엿볼 수 있어, 관련 업계서는 자칫 잘못 하다가는 토종닭ㆍ오리업체 및 관련 생산자단체들의 경우도 결국 과징금 부과 결정의 수순만 남겨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서동휘 toar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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