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낙농가들 사생결단 결심한 까닭은?

  • 등록 2022.07.13 09: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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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출구 없는 제도 개편에 유대 조정까지…얽히고 설킨 현안

벼랑 끝 선 낙농가들 "생존권 지킨다"


낙농제도개편과 원유기본가격조정이 사슬처럼 얽혀 무엇하나 쉽사리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우유감산기조 속 사료가격 폭등세 지속으로 심각한 경영난 을 겪고 있는 낙농가들의 민심이 폭발하면서 2차 강경투쟁이 촉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에 낙농가들이 말하는 현장의 위기와 이 사태의 쟁점은 무엇인지 되짚어보았다.


생산비 올랐는데, 원유기본가격조정 지연

낙농지표 빨간불…농가현장 줄도산 직면

용도별차등가격제와 엮여 해법찾기 ‘난항’ 


◆ 낙농기반 붕괴 코앞까지 닥쳐 

주요 낙농지표를 살펴보면 붕괴일로에 들어선 낙농기반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젖소 사육두수는 올해 3월 39만7천두로 전년동기대비 2.1%가 줄어들었으며, 전망치 역시 감소폭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사육두수 감소세에 따라 올해 원유생산량은 195만2천톤으로 추정, 두 지표 모두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수준과 비슷하거나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3월 1세 미만 젖소사육두수가 전년동기대비 4% 감소하는 등 우유공급부족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5년 5천500호에 이르던 낙농가수는 올해 3월 기준 4천701호로 800호 가량의 농가가 사라진 상태다. 

낙농가 호당 평균부채는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투자로 지난 2년 사이 39.5% 가 늘어나 지난해 5억1천200만원까지 치솟은 가운데, 최근 폭등하고 있는 사료가격에 낙농가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경기 파주의 한 낙농가는 “생산여건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사료가격까지 폭등하면서 농가들은 최대한 타이트한 경영으로 수익을 낸다기 보단 손실을 최소화하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기서 사료가격이 추가적으로 오른다면 농가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1세대들은 힘에 부치면 목장을 정리하면 그만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고액의 빚을 내가며 규모를 확대한 2세, 3세들은 그야말로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 제도개선이 먼저 VS 원칙에 위배

원유기본가격은 원유가격연동제에 기반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전년도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 원유기본가격협상위원회(당연직 1인, 생산자 3인, 수요자 3인)를 통해 협상범위 내에서 가격을 협의하고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절차대로라면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리터당 843원으로 전년보다 4.2%(34원) 증가했으므로 47~58원 범위에서 가격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유업체측에서 낙농제도개편이 먼저 이뤄진 후 가격을 논의해야 한다며 협상을 거부하는 사이 협상위 구성 마감 기한이 종료됐다.

이후 가격협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이사회는 낙농진흥회장의 공석으로 의결조건(참석이 사 중 8명 이상 찬성)을 충족시키기도 어렵고 자칫 법적분쟁으로 번질 수 있어 개최될 가능성이 낮다.

이대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원유기본가격은 현행 리터당 947원이 유지된다. 낙농가들은 애가 탈 수 밖에 없다. 이미 사료가격 폭등으로 생산비 상승분을 넘어선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사료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낙농가들은 유업체측이 제도개편을 핑계로 규정을 거스르고 있다며, 도산위기에 처한 농가들의 경영난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원칙에 입각한 가격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쟁점은 용도별차등가격제

유업체가 협상을 거부하는 까닭은 2020년 원유기본가격결정 당시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시장 변화에 맞춰 가격결정구조를 변경할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이를 위한 제도개편이 진행 중인 만큼 새롭게 적용되는 기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현 제도로는 가격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외산 유제품에 밀려 산업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존의 연동제를 재정비해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기본방향은 음용유는 현 수준의 가격(1천100 원)을 유지하는 대신 가공유는 더 싼 가격(800원) 을 적용하고, 유업체에게는 정부지원(200원)을 통해 구매부담을 덜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유업체는 정부안 도입을 반기고 있다. 연동제로 인해 소비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는데도 수요와 무관하게 높은 가격의 원유를 계약량만큼 구매할 수 밖에 없어, 업체 대부분이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2026년 관세철폐 시 더욱 심각한 상황이 우려되기에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낙농가들이 정부가 제시한 용도별차등 가격제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강대강 대치를 이루고 있어, 합의점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낙농가들은 정부안이 실현가능성 없는 제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용도별차등가격제로 인한 농가손실을 원유생 산량을 늘려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사료가격 폭등, 고령화, 환경규제 등으로 원유증산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산유대를 받는 쿼터량이 15.5% 감소해 소득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아울러, 유업체가 직접 소속농가의 집유 및 쿼터관리를 하고 있는 현 체제에서 단계별로 음용유 물량을 줄이고 가공유 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유업체에게 쿼터삭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결국 수입산 장려효과를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낙농가들은 지난 2월에 이어 도별로 궐기대회를 전개하고 있으며, 2차 강경투쟁까지도 염두해둔 상황이다. 낙농진흥회 규정상 원유가격 조정시기가 8월 1일로 정해져 있어, 이를 기점으로 낙농가 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은 “사료가격 폭등세가 지속됨에 따라 전국 낙농가들의 2차 강경투쟁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낙농가 대표기구로서 향후 대응에 대해 고뇌하고 있다” 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민병진 alstlt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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