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정부는 지금의 낙농제도로는 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제도개편을 추진 중에 있으나, 낙농가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새로운 정부안을 제시하고 도별 설명회를 개최해 농가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농가들은 여전히 정부의 낙농대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낙농제도개편을 강행하려는 이유와 농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도별 설명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보았다.
정부 “생산자 쿼터 감축 따른 소득 감소 없을 것”
농가 “생산비 치솟는데 지난해 기준…현실 반영못해”
제도개편·가격협상 놓고 농가 “분리” vs 정부 “동시에”
◆현 낙농제도 하에선 수입 물량만 늘어나
농림축산식품부 김인중 차관은 유제품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늘어난 물량은 수입산으로 충당되면서 지난 20년간 우유자급률이 77.3%에서 45.7%로 떨어진 낙농산업의 현주소를 문제 삼았다.
김 차관은 이에 대한 원인을 수입산과 국산 유제품과의 가격차이에서 찾고 있었다.
2020년 미국산 원유가격은 리터당 491원, 유럽산은 470원이지만 국산 원유가격은 1천84원으로 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결국 유업체 입장에선 굳이 값비싼 국산원유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분유를 유가공에 사용하는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반면, 군과 학교에서의 우유급식물량이 점차 줄고 식습관의 변화로 유가공품 위주의 소비가 늘고 있음에도 국산 원유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시유 소비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산 유제품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앞으로도 음용유 소비는 줄어들고 유가공품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수요와 상관없이 생산비에 의해 원유가격이 결정되고, 음용유용과 가공용 원유가격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재 낙농제도로는 수입산 유제품 물량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원유가격 물량 두고 ‘시각차’
정부는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이루기 위해 소비트렌드에 맞춰 유가공품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음용유 195만톤(1천100원), 가공유 10만톤(800원), 전국총량기준 연간총량제 시행이 주요 골자다. 유업체가 가공유를 구매 할 시엔 정부가 200~300원을 지원해줘 국산 유가공품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용도별차등가격제가 시행되더라도 낙농가들이 우려하는 소득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용유 물량 195만톤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망한 올해 생산예측치로 생산한 물량에 대해선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농가들의 쿼터를 감축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음용유 중심의 시장에서 유업체들의 시유 판매가 줄어들면서 쿼터를 감축하고 농가들도 초과원유를 생산하지 않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한 결과 농가쿼터 총량은 220만톤이지만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기존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올해는 190만톤만 정상가격을 받게 되나, 정부안을 도입하면 5만톤 더 정상가격이 적용되며 가공유를 생산하더라도 지난해 경영비(713원)보다 높은 가격을 받기 때문에 소득이 발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음용유와 가공유 물량은 유업체 별로 최대한 균등하게 배분을 하고, 모든 농가가 가공유 물량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농가별 능력을 고려해 선택권을 부여할 것이며, 유업체가 계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협약서를 체결하고 실적 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낙농가들은 정상가격을 받을 권리인 쿼터에 못미치는 음용유 물량을 생산하도록 하는 정부안은 엄연히 재산권 침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올해 최악의 생산여건으로 생산량 예측치가 2011년 구제역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를 음용유 물량으로 정한 것과, 이미 사료가격 폭등으로 생산비가 치솟고 있는데 지난해 생산비를 기준으로 가공유를 생산하면 소득감소가 없을 것이란 말은 농가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유소비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향후 음용유 물량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게 된다면 대다수의 농가가 폐업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정부안 효과 근거 미미…농가 불신 해소 역부족
정부 계획대로 가공유 물량이 늘어나려면 국산 유제품의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프리미엄 유제품을 만들어 유가공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지만 낙농가들을 납득시킬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또한 음용유와 가공유 물량을 어떻게 배정할 것인가에 대한 농가들의 질문에도 제도가 확정된다면 앞으로 몇차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혀, 농가들을 납득시키는데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낙농제도개편과 원유기본가격조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낙농가들의 주장에 김 차관은 가격협상이 먼저 이뤄지면 낙농대책 추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제도개편과 가격협상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정부와 낙농가간 신뢰회복이 큰 숙제로 남았다.
한편, 정부는 생산비 연동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차관은 생산비와 원유수급상황을 고려해 경우의 수를 나눠 각각의 협상가격범위를 설정해 낙농가와 유업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