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갖은 역경에도 낙농 외길만을 걸어오며 개량에 대한 꾸준한 노력으로 선도농가로 자리매김한 목장이 있다. 바로 경기 연천에 위치한 덕현목장(대표 박윤재)이다. 박윤재 대표는 개량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정성과 노력을 다해 젖소를 키워온 결과 최근 개최된 경기도 젖소 경진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그랜드 챔피언에 올라서는 성과를 거머줬다. 이제는 더 큰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나가겠다는 박윤재 대표. 그의 낙농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송아지 때부터 세심한 관리, 젖소 맞춤 축사 설비로 생산성 증가
“목장 내외부 청결관리 기본…개량 중요성 인식, 경쟁력 제고해야”
◆ 개량은 목장의 원동력
1984년 스무살이란 이른 나이에 인공수정소를 차린 박윤재 대표는 당시 수정료 대신 받아온 송아지를 기반으로 1992년 첫 납유를 시작했다. 수정사를 하면서 개량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은 박 대표는 경력을 살려 정액 선정부터 심혈을 기울여 젖소를 키워왔다. 하지만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열정을 다해 키워온 젖소들을 매몰시켜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낙농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아있던 18마리의 젖소들과 주변지인들의 도움으로 젖소를 재입식해 또 다시 덕현목장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박 대표는 개량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우수한 종축을 만들어내는 베테랑이다.
이를 위해 혈통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젖소마다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액을 선정하고 직접 수정시키고 있다.
또한 비용이 들더라도 수입 정액을 사용하고 있으며, 정액을 고를 때는 책자를 펼쳐놓고 비교를 해가며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다른 목장과 다르게 육성우 수가 많은 이유도 개량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모든 개량 농가의 희망인 엑셀런트우(선형심사 점수가 90점 이상)를 지금까지 3마리 배출했으며, 이중 2마리는 어미소와 딸소로 각각 91점, 92점을 받았는데 아주 드문 일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20여년을 품평회에 출전하고 있는 덕현목장은 각종 수상이력을 자랑한다. 특히, 올해는 최근 비대면으로 개최된 젖소 경진대회에서 7부 최우수축을 달성함과 동시에 오랜 숙원이었던 그랜드 챔피언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누렸다.
박 대표에게 개량은 목장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는 “젖을 짜기만 해서는 목장 일이 재밌을 수는 없다. 내 젖소들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후대가 어떻게 나올까 하는 기대감 덕분에 더욱 의욕을 가지고 목장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작년부터 개량의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내 최초로 선형심사 점수 95점 달성, 3대 연속 엑셀런트우 인증 취득 등을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쾌적한 목장환경…생산성 UP
덕현목장은 총 사육두수 170두 중 착유우는 60두로 서울우유 쿼터 2천24kg을 보유하고 있다.
305일 유량은 1만1천742kg으로 전국 평균보다도 1천kg 이상 높다.
이러한 성적을 유지 할수 있었던 비결은 개량의 힘도 있지만 박 대표의 꼼꼼한 사양관리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송아지 시기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쏟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유를 먹이는 기간이 1~2개월이라면 덕현목장은 3개월까지 급여해 위를 늘리면서 면역력을 높여주고 있다. 또한 이유구간이 끝나면 1년간 티모시, 연맥, 알팔파 등 양질의 조사료를 먹여 뱃구레를 최대한 키우고 있다. 이렇게 해야 젖소로 성장했을 때 고품질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고, 질병발생도 줄일 수 있다는 것.
건유우에게도 조사료를 충분히 급여해 착유기간동안 손상됐던 유선을 빠르게 회복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박 대표는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임에도 중송아지, 초임우, 착유우, 건유우 생리에 맞춰 각각 다른 배합비로 자가 TMR을 하고 있다.
사육환경에서도 박 대표의 세심함은 그대로 드러난다.
두 차례의 이전을 거쳐 현재 위치에 정착한 목장은 지붕 높이를 13m로 높여 통풍이 잘되게 했으며, 축사를 짓는 과정에서 며칠을 밤낮으로 바람방향을 파악해 선풍기를 달아둠으로써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채식장에는 스크레퍼를 설치했다.
계절별로 가동 횟수를 조작해주면 이에 맞게 수시로 바닥을 긁어주기 때문에 축분으로 인해 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항시 깨끗한 환경 유지가 가능해졌다.
◆ 이웃과 상생하며, 위기 극복해야
파주에서 시작한 덕현목장은 두 차례의 이전 끝에 연천에 정착했다. 축사를 신축하고 나서 박 대표가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은 청결하고 깨끗한 목장 관리다. 축사 주변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들을 심어 목장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젖소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당연한 작업이기도 했지만 인근주민들에게 깔끔한 축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목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이러한 노력들의 일환으로 덕현목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깨끗한 축산농장, 경기도의 가축행복농장 인증을 받았으며,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실시하고 있는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덕현목장은 퇴비 중 30%만 자가 조사료포에 살포하고, 나머지는 인근농가들이 가져감으로써 상생을 이루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낙농산업이 처한 상황을 경계하며, 결국 이 위기를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농제도개편 문제에 사료가격 폭등, 점차 강화되는 규제 등으로 낙농산업이 너무 어렵다보니, 주변에 폐업하는 농가도 많다.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다”며 “그렇기에 목장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들이 개량에 더욱 힘을 써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개량은 오랜기간을 거쳐야만 효과가 나타나다 보니 아무래도 농가들이 덜 신경쓰는 면이 있다. 하지만 개량을 통해 우수한 유전자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곧 농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송아지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우리 목장은 이번에 그랜드 챔피언을 받은 젖소가 낳은 송아지 두 마리를 1천만원에 판매했다. 미국에선 얼마 전에 젖소 종모우가 경매에서 24억원에 낙찰된 사례가 있듯이 개량을 통하면 농가경영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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