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정부가 낙농제도개편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지 1년이 지나도록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원유기본가격조정이 제도개편과 얽혀 조정기일을 넘기고 말았다. 정부도 유업체와 같이 낙농제도개편이 우선이란 원칙을 내세우며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정부와의 단절된 대화재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낙농제도개편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낙농제도개편을 둘러싼 정부와 낙농가, 유업체의 입장을 재조명해 보았다.
유업체, “원유가격 현실화 필요, 진흥회 이사회 개편 이뤄져야”
낙농가, “세부방안 없는 정부안 농가 불안 가중…대화로 풀어야”
◆ 정부 “현 제도 하에선 낙농산업 경쟁력 담보 못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기본가격조정이 먼저 이뤄지면 낙농대책 추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낙농제도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낙농산업 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낙농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편되지 못하는 사이 국·내외 원유가격의 차이는 점차 벌어졌고, 결국 유업체의 우유 구매여력 감소로 이어져 자급률이 하락했다는 것. 만약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내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주요골자로 한 정부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농가들이 우려하는 쿼터감축은 절대 없으며, 농가소득이 줄어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생산량을 늘려 자급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해 음용유는 현 수준의 가격(1천100원)을, 가공유는 더 싼 가격(800~900원)을 적용하고, 정부 지원금(200~300원)을 통해 유업체의 구매력을 높이겠단 기본 원칙 아래 농가설득을 위해 두 차례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유가격연동제도를 대신해 생산비와 함께 원유수급상황을 고려해 낙농가와 유업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낙농제도개편이 지난했던 이유로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지적하며, 낙농진흥회를 합리적인 의사결정기구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 중이다.
◆ 유업체 “시장원리 작동…낙농제도 개편 절실”
유업체는 소비트렌드 변화로 국산 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값싼 외산 유제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원유기본가격이 생산비의 변동만을 근거로 결정됨에 따라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으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이에 유업체들은 용도별차등가격제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유기본가격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2026년 유제품 관세철폐를 앞두고 비싼 원유를 사용하는 국산 유제품으로는 외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우며, 지난 원유기본가격협상 자리서도 제도개편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뤘고 이를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새로운 산정체계서 가격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원유기본가격과 생산비와의 격차 최소화와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원유가격연동제가 폐지되어야 하며, 낙농가들이 반대하면 개의를 못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조도 반드시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낙농가 “농가 납득 할 수 있는 근거 필요”
정부의 낙농대책에 대해 낙농가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생산권 보장을 통한 수익 보전이다.
지금의 정부안은 세부사항 없이 큰 틀만 있을 뿐 낙농가들에 가장 중요한 농가 개인이 부여 받게 될 구체적인 집유주체별 형평성, 생산량, 원유가격 등은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농식품부는 정부안 실행 시 농가들의 소득이 높아진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낙농가들은 정상가격을 받을 권리인 쿼터에 못미치는 음용유 물량을 설정한 것을 두고 엄연히 재산권 침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만약 정부안대로 개의조건을 삭제하고 중립적 인사가 확대되면 농가의 교섭권이 완전히 상실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정부와 낙농가간 대치가 장기화 되는 동안 사료가격 폭등과 원유기본가격협상 지연으로 농가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최근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정부안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 의견과 함께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농가소득을 보전하고 자급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양측이 같은 만큼 비판이 아닌 대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정부가 이를 수용해 낙농제도개편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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