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산사태 피해 포천 덕암농장 / 예고된 ‘인재’… 원인 제공 주한미군 ‘나몰라'

  • 등록 2025.07.31 08: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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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관할지 토사 등 농장 덮쳐…임신사 두동강
작년에도 동일 사고…미군 도로공사시 벌목 원인
사고전 부터 문제 제기...정부·지자체 “관할 아냐”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 각지의 축산현장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소재 모돈 240두 규모의 일괄사육 양돈장인 덕암농장(대표 김덕암)은 그 중 한 곳이다.

지난 7월20일 새벽 주한 미군 관할지역의 산사태와 함께 토사와 나무가 덕암농장을 덮치며 임신사가 두동강 나고, 만삭돈 10여두가 폐사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폭탄 맞은 듯...구멍 뚫린 돈사

사고 이틀후인 지난 7월 22일 찾은 덕암농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폭탄을 맞은 듯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는 임신사 지붕 아래엔 여러 마리의 돼지 사체가 스톨을 비롯한 내부시설과 뒤엉켜 있었다.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는 농장 울타리와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토사 바닥은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덕암농장 김덕암 대표는 “임신사 모돈 136두 가운데 살아남은 모돈을 대기사 등으로 옮겨놓았지만 여유공간이 없다보니 나머지 67두는 여전히 기존 돈사에 남겨둘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밤낮 없이 치우고 있다고 해도 중장비가 없다보니 한계가 있다”며 망연자실했다.

 

 

‘SOFA’ 규정 때문에...

이번에 피해를 입은 덕암농장은 정확히 1년전인 지난해 7월에도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농장 뒷편 미군 사격장의 내부도로 공사로 인해 급경사면의 벌목이 이뤄지면서 산사태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던 게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덕암농장이 다른 수해 피해사례와 구분되는 이유다.

김덕암 대표는 “지난해 5월 관할 소재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국방부 소관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라며 “같은 해 6월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제 해결을 호소했지만 국방부에서는 관할 미군 부대에 문의하라며 연락처를 알려준 게 전부였다”고 밝혔다.

‘한미 상호방위조약(SOFA)’ 에 따라 미군 관할 시설에 대한 처리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나마 국방부로부터 받은 연락처 마저 수차례 걸친 연결 시도가 불발로 그치며 덕암농장은 아무런 조치 없이 산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었고, 자칫 인명 피해까지 가능했던 사고로 이어졌다.

 

정관계 인사들도 다녀갔지만…무소식

문제는 지난해 발생한 1차 산사태 피해 이후다.

당시 미군과 국방부, 지자체는 물론 국회의원까지 덕암농장을 방문, 피해 현장과 함께 위험성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갔지만 미군 부대 내부도로에 야자매트가 깔아진 것 외에는 어떠한 후속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덕암 대표는 “올해 5월 사비를 들여 석축을 쌓는 등 내 농장에서 할 수 있는 사전 대응은 다했다. 그러나 미군 관할 급경사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보니 비가 올 때마다 마음을 졸이고, 뜬 눈으로 밤을 새왔다”며 그간 마음 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덕암농장의 2차 산사태 피해는 미군과 우리 정부, 지자체까지도 이미 예견해 왔던 사고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간신히 복구했더니 또다시”

김덕암 대표는 “1차 사고 당시 살아남은 모돈들도 사산과 조산, 교배 불능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농장 운영이 불가능했다”며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말 농장 복구가 마무리 되고 후보돈 입식을 통해 간신히 정상 수준을 회복했는데 불과 1년도 안돼 또 다시 사고를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미군 차원의 피해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차 사고당시 “복구가 끝나면 보상금을 청구하라”는 미군 관계자의 설명에 김덕암 대표는 올해 5월 연락을 했지만 “법원을 통해 청구해야 하는 절차를 몰랐느냐”는 당혹스러운 반응을 접해야 했다.

이에 2차 사고 복구 역시 당장은 혼자의 힘으로만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김덕암 대표는 막막하기만 하다.

더구나 산사태의 위험성이 여전한 만큼 완파된 임신사를 수리한다고 해도 더 이상 지금과 같은 구조로 농장 운영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임신사를 지금의 분만사 위치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나마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관련 허가가 필요할 뿐 만 아니라 일정기간 농장 경영에 따른 수입을 전면 포기해야 하다 보니 신축 비용 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김덕암 대표 입장에서는 결단이 쉽지 않다.

김덕암 대표는 “미군 부대와 관련해선 피해가 발생해도 담당자 조차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며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을 희망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이일호 yol2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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