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밀 반 분유 반’ 그 이면의 진실

  • 등록 2025.08.06 11: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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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서 성 원 교수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베지밀 반 분유 반” 과거 유명 TV 광고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이 제품의 성분을 살펴보면, 원액 두유 94%(대두 –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외국산), 설탕, 대두유(미국, 브라질, 파라과이 등 외국산), 정제소금(국산), 유화제, 탄산수소나트륨, 혼합제제(비타민D3, 비타민E, 아라비아검, 설탕, 옥수수전분, 가공유지, 산화규소), 가티검, 카라기난, 향료(땅콩향) 등이 들어 있다. 엄마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정말 이런 화학물질들을 먹이고 싶었을까? 제대로 알았다면 그럴 리 없지 않을까?
반복적으로 접한 말은 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마치 당연한 듯 믿게 만든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속는다. 두유가 우유보다 몸에 좋다는 말에 속는다. 소가 온실가스의 주범이라는 말에 속는다. 채식이 환경에 좋다는 말에 속는다.
몇 년 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재미있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국에서 사육 중인 모든 가축을 없애고, 이들로부터 얻는 식품을 전부 식물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화이트와 홀 박사는 이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도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고작 2.6%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오히려 사람들의 식단은 열량이 과잉되고 주요 필수영양소의 결핍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동물성 식품은 인간에게 필요한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는데 ‘우유나 계란을 완전식품이라 하는 것처럼’, 식물성 식품만으로 이러한 영양소를 충족하려면 필요하지 않은 영양소까지 섭취해야 하고 여러 종류의 식물성 식품을 조합한다 해도 필요한 필수영양소를 모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화학물질을 먹이지 않게 하고,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유와 고기는 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 무기질 등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최고의 식품이란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있어서는 안 된다. 말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축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동물을 학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최근 ‘농업 4법’이 모두 입법화되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여전히 농림축산식품부를 ‘농식품부’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농해수위’라 부르기 때문일까? 입법화된 ‘농업 4법’의 어디에도 축산과 낙농은 없다. 아마도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속칭 ‘한우법’)의 제정·공포만으로 축산을 위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재명 후보 당시 공약에서도 축산이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새 정부의 농축수산 분야를 기획하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는 심지어 동물보호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동물복지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축산과 동물복지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 되어서는 안된다. 동물복지를 진흥하고자 한다면, 동물을 키우는 당사자가 반드시 공론의 장에 참여해야 한다. 특정 정당에게 선거관리위원회를 설립하게 하면 안 되듯이 동물복지라는 담론은 객관성과 균형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 낙농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우유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 하며 침묵해서는 안 된다. “유대가 지금은 생산비와 연동되어 그나마 괜찮은데…”하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우유와 유제품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죄의식 없이 값싸고 품질 좋은 국내산 유제품을 소비자가, 아니 내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들처럼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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