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국내 양돈산업은 지난 40년간 급속한 양적성장을 구가해 왔다. 농업생산액 1위 품목으로 자리를 굳힌 것은 물론 돼지고기 1인당 소비량이 30kg에 달하며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돼지고기 소
비국이 됐다. 하지만 소비와 공급 모든 면에서 더 이상의 양적 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시기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질적 성장을 통한 지속가능 산업으로의 변신이 시급하게 됐다.
생산비 3배 상승…1인당 돈육소비량 8kg→30kg
자급률 100%→70%대…생산액 10조 약 14배↑
■ 사육 및 도축두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85년 285만3천두였던 돼지 사육두수는 1991년 500만두를 넘어선데 이어 2015년 이후 1천만두대에 진입했다.
특히 2018년 1천100만두를 넘어서고 2019년 3분기에는 1천171만3천두로 정점을 찍기도 했기도 했다. 이후 증감을 거듭하며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돼지 사육두수는 지난 40년간 4배에 달하는 증가를 보였다.
사육두수의 증가에 따라 돼지 도축두수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85년 497만두에 불과했던 돼지 도축두수는 10년후인 1995년 1천만두대에 진입하며 증가세가 이어졌다.
물론 굴곡도 있었다.
2010년 안동발 구제역 발생과 함께 30%의 돼지가 살처분,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생산 기반 복구와 함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2014년 이후 무려 10년 연속 돼지 도축두수의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2024년에는 1천900만두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육두수와 돼지도축두수의 증가폭이 ‘정비례’의 관계를 보여왔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올들어 질병 리스크와 여름철 폭염의 여파로 생산성 하락과 함께 폐사가 증가, 돼지 도축두수 2천만두 시대의 진입은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지난해 보다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농장 및 농가수
통계청에 따르면 40년전인 지난 1985년만 해도 전국의 25만1천호에서 돼지를 사육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7년만인 1992년 10만호에 이어 2007년에는 1만호까지 무너지는 등 급격한 감소세를 보여왔다. 이후에도 양돈농가 감소 추세는 꺾이지 않으며 2025년 1분기 기준 5천608호까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도 2016년부터는 통계청 조사가 가구가 아닌 농장 기준으로 이뤄진 결과인 만큼 양돈농가수로 접근할 경우 그 숫자는 더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2025년도 1분기 기준 전국의 양돈농가 숫자가 3천호를 밑돌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축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40년전과 비교해 1%를 조금 넘는 양돈농가만이 살아남은 셈이다.
■생산비
통계청에 따르면 본지가 창간된 지난 1985년 돼지 생산비는 비육돈(100kg 기준) 두당 12만원이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2024년에는 36만5천890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이 과정에서 1997년과 2008년, 2011년, 2022년 상대적으로 큰 폭의 생산비 상승이 이뤄졌다. 사료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이었지만 2011년에는 안동발 구제역 발생의 여파로 국내 사육돼지의 30%의 살처분되며 양돈농가들이 받은 충격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생산비 상승과 함께 돼지 가격도 올랐다.
비육돈 기준 (90kg 기준) 지난 1985년 14만5천원이었던 돼지 산지가격은 2023년 43만3천원에 달하기도 했다.
■ 돼지고기 소비
농식품부의 국가농식품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985년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량은 34만6천톤, 수입은 9천톤으로 우리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8.4kg, 자급률은 97.5%였다.
다만 2011년 이전까지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통계 주관 부처에 따라서는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돼지고기 정육만을 기준으로 하는 식약처와 달리 국가농식품부서비스의 경우 부산물 등 돼지고기 관련 모든 제품의 수입량을 포함하는 등 통계 방법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돼지고기 정육만을 감안할 경우 1985년 돼지고기 수입량이 ‘0’으로 집계된 기록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40년전 돼지고기 1인당 소비량은 8.2kg로 조금 낮아지고, 자급률은 100%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 국민들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매년 급격한 증가세를 기록하며 2024년에는 국내산 113만2천톤, 수입 45만2천톤 등 모두 174만7천톤(이월 포함)의 돼지고기가 공급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따라 국민 1인당 소비량이 마침내 30kg을 넘어서며 40년전의 4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스페인,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러나 돼지고기 자급률은 70%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 같은 기간 국내 인구 증가에 따른 전체적인 돼지고기 소비량 증가에 따른 수혜는 사실상 수입돼지고기에 몫이 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돈생산액
국내 사육두수 및 도축두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소비량의 폭발적인 증가는 돼지 가격을 뒷받침하면서 양돈생산액도 크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양돈생산액은 9조1천127억원에 달하며 농업생산액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 집계가 이뤄지기 시작한 1989년의 양돈생산액(8천754억원)과 돼지도축두수(942만6천두)를 감안해 추산한 1985년도 양돈생산액은 4천600억원.
40년새 2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 1989년 5.4%였던 농업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5.4%로 3배 가까이 높아지며 농업 농촌경제를 이끄는 핵심산업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양돈산업은 이제 질적 성장으로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
가금육을 중심으로 한 육류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 국민들의 돼지고기 사랑 덕분에 다른 어느 육류에 비해 높은 소비 증가 추세를 보여왔지만 국민 1인당 소비량 측면에서는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더구나 인구 감소 추세 속 초고령화 시대로의 진입, 1인가구 증가는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전체적인 볼륨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양돈선진국과의 생산성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돈전산프로그램 한돈팜스에 따르면 국내 양돈 생산성은 2024년 기준 PSY 22.3두, MSY 18.9두로 10년전인 2014년(PSY 21두, MSY 18두)과 비교해 PSY 1.3두, MSY 0.9두 증가에 그쳤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만 해도 MSY가 이미 30두를 넘어서는 등 EU 평균이 28.2두에 달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생산비가 낮은 브라질과 미국 역시 MSY 25두를 상회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규제는 또다른 생산비 상승요인으로 작용, 고생산비 저수익 구조의 양돈산업이 고착화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양돈질병의 유입도 위협 요인의 하나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유입된 돼지소모성질환은 지금까지 국내 양돈생산성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구제역과 ASF 등 악성가축전염병은 양돈농가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농가수 감소는 국내 양돈산업의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현안이다.
도시화와 규제, 민원으로 인한 농가수 감소 추세는 규모화가 급진전되는 양돈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서 ‘양돈 가문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양상이다.
농가수 기준 2천호대 마저 무너질 경우 심각한 생산기반의 공백은 물론 특수산업으로 전락, 식량산업으로서 정책적인 보호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환경 친화적 산업으로서 국민들에게 환영받으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도 충족시킬 수 있는 국내 양돈산업의 백년대계와 체질개선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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