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돼지 도매시장 정상화 ‘할 수 있다’ (상) 도매시장 출하비중 2% ‘요동치는 기준가격’

  • 등록 2025.10.21 11:05:35
크게보기

널뛰는 가격 ‘수입육 증가 빌미’...도매시장 제기능 복구 힘모아야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도매시장은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개설되고, 운영된다. 그 목적에 따라 농수산물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가격 유지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생산자·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게 된다. 도매시장 가치는 투명성·건전성·안전성 등 공익성 확보에 있다.

 

2%대마저 무너질 수도 ‘돼지 도매시장 위기’

돼지 도매시장 출하 현황.


돼지 도매시장 역시 당연히 도매시장 공익성에 부합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돼지 도매시장에서의 경매가격이 돼지 기준가격으로 활용된다. 이렇게 도매시장 가격에는 대표성이 부여돼 있다.
농가, 가공업체, 판매업체 등은 좋든 싫든 이 기준가격으로 정산하고 거래한다. 다만 이 가격은 법정 의무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돼지 물량이 너무 적다.
올 들어 9월까지 전체 출하 1천378만7천855두 중 도매시장으로 출하된 돼지는 29만1천678두다. 2.1%(제주, 등외 제외)에 불과하다.
게다가 2016년 5.0%, 2018년 4.4%, 2020년 3.4%, 2022년 2.7%, 2024년 2.2% 등으로 점점 감소세다. 이대로 가다가는 2%대도 곧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도매시장 출하 물량 비중 27%는 ‘옛 영광’이 돼버렸다.
도매시장 출하 물량이 적다보니 돼지 기준가격 진폭이 커졌다. 월별·계절별 뿐 아니다.
도매시장에 돼지 출하차량 한대만 더 들어오면 폭락, 덜 들어오면 폭등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물론 단순히 거래 비중만으로 가격 안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정 거래 물량 확보·유지, 다수 시장 참여는 가격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힘이다.

 

가격등락에 어리둥절 ‘소비자 혼란’
널뛰기 돼지 기준가격에 따른 폐해는 상당하다.
우선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는 빌미가 된다. 햄·소시지 등을 생산하는 2차 육가공 업체에서는 기준가격이 내려가도 쉽사리 원료육으로 국내산을 선택하지 않는다. 언제 또 오를 지 몰라서다.
식당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수입 돼지고기를 찾게 된다. 회사 경영에서 안정성은 1순위 필수조건이다.
농가들은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에 전념하기 어렵다. 시시때때 급변하는 기준가격에 계속 눈을 돌리게 된다.
상대적으로 저품질 돼지고기가 도매시장에 몰리면서 기준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가격 변동 리스크는 유통정보에 취약한 생산자에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장 유통 상황과 다르게 기준가격이 형성되며, 생산자와 가공업체 거래 과정에서 불신이 꿈틀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오르거나 내린 돼지고기 가격에 어리둥절, 지갑 열기를 망설이게 된다.

 

농가, 비용 상승에 ‘도매시장 출하 외면’

지난해 11월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진행된 ‘돼지 도매시장 기능 정상화 촉진 궐기대회’.

 

왜 도매시장 출하가 줄었을까. 농가에서는 당장 비용문제에 부딪힌다. 도매시장에서는 도축수수료가 더 비싼 데다 상장수수료, 중개수수료가 추가된다.
운송비도 스스로 부담해야 할 처지다. 일반도축장보다 두당 1만원~2만원 가량 더 든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여건도 농가들의 도매시장 출하를 기피하게 한다.
그렇게 사료업체와 출하계약 등이 도매시장 상장보다 더 매력적이게 다가온다.
가공업체 역시 규격 위주(생돈과 지육간 품질차이가 크지 않음)로 거래되고 있는 만큼, 농가 직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도매시장은 돈안되는 돼지 취급을 멀리한다.
도매시장 운영에는 중도매인, 운송팀, 새벽작업 등에 적지 않은 인력을 써야 한다. 현수 등 위생관리 업무는 크게 늘어난다. 소규모 육가공 등 판매처 확보도 만만치 않다.
그 사이 돼지 경매를 포기하겠다는 도매시장도 하나씩하나씩 고개를 들고 있다. 아울러 소규모 유통업, 정육점 등 도매시장 주 고객층이 조금씩 이탈하는 양상이다.
돼지 도매시장은 유통거점(HUB) 기능을 잃어버리게 됐다.
현실적으로 도매시장 외에 기준가격으로 내세울 만한 마땅한 다른 방법이 눈에 띄지 않는다.
농가, 가공, 운송 등 축산업계, 소비자 모두는 돼지 도매시장 정상화·활성화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
최진웅 한국식육운송협회장은 “양보, 협력 그리고 정부 의지가 있으면 돼지 도매시장 정상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돼지 도매시장을 정상화해 양돈산업 발전, 식량 안보 확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영길 kimy2908@naver.com
당사의 허락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62. 6층 (우편번호:08793)
대표전화 : 02) 871-9561 /E-mail : jhleeadt@hanmail.net
Copyright ⓒ 2007 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