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가격 ‘협회 고시제’, 역사 속으로

  • 등록 2025.10.22 09: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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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 의견 절충한 ‘계란 가격 조정 협의회’ 출범

정부 주최 협회 주도 운영…정부 ‘명분’, 협회 ‘실리’ 얻어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국내 계란 가격 발표 체계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계기로 대한산란계협회가 기존의 시세 발표를 중단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생겨났고 현장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계란 가격 조정 협의회’가 출범한 것이다. 계란 가격 조정 협의회는 어떻게 출범하게 되었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들여다보았다.

 

◆ 반세기 이어진 ‘협회 고시제’의 종식

국내 계란 시세 고시는 지난 1969년 (사)한국가금협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1973년 대한양계협회 채란분과위원호가 난가조절 긴급회의를 열고 유통상인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고시체계를 논의하면서 사실상 ‘생산자 주도 가격 체계’가 정착됐다.

대한산란계협회가 공식 출범한 뒤부터는 산란계협회가 산지가격을 고시해왔고, 이 고시는 업계 전반의 거래 기준이자 시장 신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산란계협회 경기도지회 등 3곳을 조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조사 이유는 산란계협회가 가격을 주도적으로 높게 설정하고 회원사에게 이를 따르도록 유도·강제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시기 계란산업협회 역시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산란계협회는 계란 가격 발표를 전격 중단했다.

시세 중단의 여파는 컸다. 가격 변동 요인이 있어도 시장에 공식 정보가 없어 ‘깜깜이 거래’가 이어졌고, 지역별로 덤핑 혹은 웃돈 거래가 발생했다.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수급 정보 자료를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거래 기준으로 활용되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최근 “계란 가격 인상의 원인이 유통 대기업에 있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음에도 물가당국이 애꿎은 산란계협회를 희생양 삼았다”고 지적하며 계란 가격 발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 새롭게 출범한 ‘계란 가격 조정 협의회’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자 정부와 업계는 절충점을 찾았다.

생산자단체와 가공업체, 농협, 학계 등이 참여하는 ‘계란 가격 조정 협의회’가 전격 구성, 이미 두 차례의 회의를 거쳤다. 협의회는 회장 포함 9명 이내로 구성되며, 대한산란계협회 3명, 계란산업협회 3명, 가공업체 1명, 농협 1명, 학계 1명으로 꾸려졌다.

단, 협의회장은 대한산란계협회장이 맡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은 간사로서 회의 소집과 행정 지원만 담당하기로 했다.

이 협의회를 통해 계란 산지가격은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발표되고, 산란계협회는 회원 농가들에 동일한 가격 정보를 문자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일원화됐다.

협의회는 회의에서 가격 산정 기준과 수급·재고·판매량 등을 검토하고, 가격 발표 시기 및 방식 조정도 논의하게 된다.

대한산란계협회 측은 "그동안 협회가 자체적으로 수급 상황을 파악해 생산자에게 가격을 고시해왔지만, 협의회 운영을 통해 공정성과 공신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정부는 ‘명분’, 협회는 ‘실리’ 얻었다

이번 개편은 정부와 업계 모두에게 절충점이었다.

정부는 가격 결정 구조의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을 얻었고, 산란계협회는 협의회장을 맡아 회의 운영과 위원 구성 권한을 확보하며 실질적인 주도권을 유지했다.

사실상 축평원의 이름으로 시세가 발표되지만, 협회가 중심이 되어 회의를 운영하는 구조다.

이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권역별 산지가격 발표 시범사업이 현장에서 정착하지 못한 한계를 보완한 결과이기도 하다. 협회가 주도하되 정부가 공신력을 부여하는 절충형 모델인 셈.

대한산란계협회 안두영 회장은 “생산지 가격에 대한 정보 제공은 생산자 단체의 자율적 업무이며, 가격 결정 과정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생산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수형 kshabsolu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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