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이식, 인류적 난제 앞에 선 한국의 도전

  • 등록 2025.10.22 14: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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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 강민구 부장

장기 부족은 국경을 넘어선 인류 공통의 난제다. 매년 수많은 환자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이종이식, 즉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논의됐지만, 최근 들어 임상에 실제로 다가서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해외는 이미 임상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2022년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해 세계적 이목을 끌었고, 유전자 가위(편집) 돼지의 신장이 환자 몸속에서 수개월간 정상 기능을 유지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계 최초로 돼지 신장 임상시험을 공식 승인하면서, 연구가 임상으로 본격 진입하는 흐름을 열었다.

중국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2025년 3월, 아시아 최초로 뇌사 환자에게 유전자 가위(편집) 돼지 신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했고, 같은 시기 시안성 공군 군의대학 시징병원 연구진은 돼지 간을 이식해 10일간 정상 기능을 유지했다. 이어 8월에는 광저우의과대학 허젠싱 교수팀이 돼지 폐를 사람에게 이식해 9일 동안 정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간·신장·폐 등 주요 장기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식 기록을 쌓아가며, 중국도 이종이식 임상 분야에서 새로운 선도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빠르게 뒤를 잇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009년부터 이종이식용 돼지를 개발해 현재까지 다섯 종의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했으며, 최근에는 돼지 유전자 3개를 제거하고 사람 유전자 7개를 삽입한 차세대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2022년에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해 115일 동안 생존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기록이다. 미국이 100일 생존 기록을 세우기까지 15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8년 만에 달성한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간 기업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옵티팜은 돼지 신장을 영장류에 이식해 6개월 이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임상 진입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타나는 만성 거부 반응, 혈액 응고 이상과 같은 생리적 장벽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돼지를 사육하는 ‘지정병원균 제어 시설(DPF)’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성과들은 결국, 얼마나 정밀한 유전자 가위와 안전한 관리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임을 보여준다.

임상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열렸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돼지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처음 승인했고, 2027년까지 세포·조직(피부, 각막, 췌도)과 고형 장기(신장, 심장, 간)에서 각각 1건 이상의 임상 신청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연구 성과를 제도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2~3년은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임상 단계에 진입했으며, 한국은 비임상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둔 만큼, 이제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임상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 장기 부족이라는 인류적 난제 앞에서, 이종이식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금의 도전이 그 길을 열어가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관리자 dhkswo53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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