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기자]

PEDV 위협에 맞서는 VLP 기반 백신 플랫폼의 가치발견
동물건강 관리에서 백신은 사백신, 생백신, 단백질 백신 등 전통적인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잦은 변이와 신속한 전파력을 특징으로 하는 고병원성 바이러스 앞에서 기존 기술 한계는 분명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국내 양돈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돼지유행성설사바이러스(PEDV)는 기존 백신으로는 완전한 방어가 어려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신속히 대응 가능한 백신 기술이 필요하며 차세대 백신 기술, 즉 VLP(Virus-Like Particle, 바이러스 유사입자) 기반 백신으로 전환이 필수적인 시점에 와 있다.
고병원성 PEDV와 기존 백신의 한계
PEDV가 위협적인 이유는 변이와 재조합을 반복하며 면역 회피 능력을 끊임없이 강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우세하게 검출되는 G2b 변종은 기존 백신주와 항원성이 크게 달라 교차 방어 능력이 현저히 낮다.
이는 백신에 포함된 스파이크 단백질이 바이러스 표면에서 변이되어 항원 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기존 백신은 이 변화된 구조를 효과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24년 국내 모돈의 PEDV 항체양성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현장 방역에 심각한 공백이 존재함을 시사하고 있다.
사백신의 경우 병원체를 사멸시켜 안전성이 높지만 항원성이 낮아 면역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력한 면역증강제 사용이 필수적이다.
생백신은 자연 감염과 유사한 높은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만, 약독화된 바이러스가 병원성을 회복하는 역전현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단백질 백신은 안전하지만 바이러스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온전히 모사하지 못해 항원 제시 효율이 떨어지며 변이주 등장 시 새로운 항원 단백질의 재조합 및 구조분석 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PEDV와 같은 신속 확산형, 변이성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구조적 특성을 정확히 재현하고, 신속한 생산 전환이 가능한 혁신적인 플랫폼이 요구된다.
VLP 플랫폼, 안전성과 면역원성의 극대화
VLP는 말 그대로 “바이러스처럼 생긴 입자”다. 핵심은 VLP가 실제 바이러스의 껍데기(외피)만을 똑같이 복제하고 내부의 유전 물질(핵산)을 완전히 제거한 비감염성 구조체라는 것이다.
바이러스 껍데기를 구성하는 단백질들을 레고블록이라고 비유해보자. 레고 블록의 설계도(유전자 서열)를 얻어서 효모나 대장균 같은 미생물 숙주에서 이 레고 블록을 대량 생산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 레고 블록들은 실제 바이러스가 스스로 조립하는 것과 같이 내부 유전 물질 없이도 자발적으로 구형의 3차원 입자로 재조립된다.
이 입자는 실제 바이러스와 동일한 형태, 크기, 그리고 표면의 항원 구조를 가지게 된다.
VLP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면역 체계는 이를 실제 바이러스(PEDV)와 형태가 100% 동일한 침입자로 오인하여 강력하게 대응한다. 핵산이 없기 때문에 질병을 유발하거나 증식하지는 않지만 면역 세포들에게 실제 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를 인식하고 파괴하는 훈련을 완벽하게 시킨다. 이 훈련을 통해 면역기억세포가 형성되고 고역가의 중화항체가 생성된다.
이후 실제 PEDV가 침입했을 때, 면역 체계는 이미 훈련된 기억을 바탕으로 즉각적이고 강력한 방어를 펼치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지 않거나 증상이 현저히 완화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VLP 백신, 구조적 면역원성 '압도적 면역효과'
VLP 백신이 면역 효과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이유는 바로 구조적 면역원성에 있다.
첫째, 반복적인 항원배열의 힘을 가진다. 수많은 항원 단백질이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입자 표면에 배열되어 있어 이 반복적인 패턴은 면역 세포 수용체에 동시 결합하여 신호 전달을 극대화하고 B세포를 강력하게 활성화시켜 고역가 항체를 빠르게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둘째, 자연 감염 모사를 통해서 T 세포 면역을 유도한다. VLP는 그 구조적 특성상 체내에서 자연 감염 경로와 유사하게 면역 세포에 흡수되어 세포성 면역까지 효과적으로 활성화시킨다. 이는 PEDV와 같이 복잡하고 세포 내에서 증식하는 바이러스 방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셋째, 안전성과 면역 증강의 결합이다. VLP는 핵산이 없어 안전하지만 그 자체의 입자 형태와 크기가 강력한 면역증강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강력한 화학적 보조제를 덜 사용하거나 면역 증강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안전성과 효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양돈 산업을 위한 필수 인프라
VLP 기반 백신 플랫폼은 PEDV와 같은 고병원성 변이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이다. 이 기술은 단백질의 정확한 3차원 구조를 재현함으로써 백신의 면역원성을 극대화하고 유전물질을 제거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며 재조합 기술을 통해 신속 대응 능력을 갖춘다.
VLP 기술은 단순히 PEDV 방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항원만 교체하면 아프리카돼지열명(ASFV),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V) 등 다른 주요 돼지 질병뿐만 아니라 인체 감염병 및 면역 치료 분야로의 확장성까지 겸비한 범용 면역 플랫폼이다.
미래의 양돈 산업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기술 기반의 선제적 면역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현장의 적극적인 수용과 협력적 투자가 절실하다.
VLP 백신 플랫폼은 이러한 지속 가능한 방역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우리 산업의 가장 강력한 면역 방패이자 미래를 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