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덴마크서 열린 ‘49차 세계양봉대회’를 다녀와서

  • 등록 2025.11.11 10: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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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꿀벌과 인류의 새로운 약속

[축산신문 기자]

<특별 기고>

한상미 과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과·한국양봉학회장)

 

세계양봉대회(APIMONDIA)는 전 세계 양봉산업과 학문, 기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국제행사로, 단순한 농업을 넘어 인류의 식량안보, 생태보전, 환경윤리의 상징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매회 100여 개국 이상, 1만 명 이상의 과학자·양봉인·기업·정책전문가가 참여하고, 꿀벌과 양봉산업 전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산업 융합의 장으로 평가된다.

아피몬디아는 단순한 ‘학회의 이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구 생태속에서 인류와 꿀벌이 공존하는 법’을 모색하는글로벌 거버넌스 플랫폼이다.

각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꿀벌 복지, 질병관리, 꿀의 국제기준, 산업기술, 교육·정책 등 양봉의 모든 분야에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향후 2년간의 연구와 정책 방향을 조율한다.

따라서 아피몬디아 대회를 통해 최근 전 세계 양봉산업의 주요 이슈와 연구·동향 등을 1~4편의 시리즈로 나눠 연속 다루고자 한다.

 

1. 인류와 꿀벌의 공존을 논의하는 지구적 협력의 장
2.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세계적 연구·정책의 흐름
3. Apimondia 2025, 꿀의 진정성을 말하다.
4. 유럽의(덴마크) 벌통 앞에서 본 우리 양봉의 현재와 나아갈 길

 

2025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회
북유럽의 가치로 재해석된 ‘지속가능한 양봉’ 제49차 세계양봉대회는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의 벨라센터에서 개최됐다. 유럽 북부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지속가능한 양봉’과 ‘꿀벌의 복지’를 핵심주제로 삼았다.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양봉대회는 단순히 산업적 기술의 교류를 넘어, 기후변화와 환경위기 속에서 ‘인류와 꿀벌이 함께 살아남는 길’을 논의하는 지구적 공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는 양봉협회, 양봉농협 그리고 양봉학회, 업체에서 양봉농가와 연구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대회에는 120개국 1만여 명이 등록했고, 학술세션에서 1천편 이상의 구두·포스터 발표가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육종, 병해충, 화분매개, 양봉산물 분야에 학술발표가 있었다. 또한 41개국 139개 기업이 참가한 ApiExpo 전시회에서는 양봉기자재, 스마트양봉기술, 벌꿀가공설비, 봉독 및 프로폴리스 응용제품 등 전 세계 산업 트렌드가 총망라했다.

 

꿀벌의 복지와 기후변화 대응
올해 대회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양봉은 더이상 생산량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산업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생태복지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전환기에 있다는 점이다.

학술세션에서는 ‘정밀양봉’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으며, 꿀벌 복지개념이 새롭게 확립했다. 이는 꿀벌이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상태에서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화학약제에 의존하던 응애방제는 유기산(개미산·옥살산 등)을 활용한 친환경관리로 전환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응한 북극권 양봉, 도시양봉, 열대지역 무침벌(stingless bee)연구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됐다.
 

국제 기준으로 본 벌꿀의 새로운 정의

국제벌꿀위원회(IHC)는 이번 대회에서 ‘완숙꿀만을 벌꿀로 인정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확정했다. 이는 기존 농축꿀·혼합꿀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강력한 규제 방향으로, 유럽연합(EU)의 식품안전정책과 발맞춘 조치다.

또한 ‘Global HoneyTalks’ 세션에서는 가짜꿀(fraud honey)로 인한 시장 교란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특히 중국·인도·우크라이나 등 대규모 수출국의 저가 가공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꿀의 테루아(Terroir)’ 개념이 본격적으로 언급된 것이다. 지역의 식생과 기후, 토양, 밀원 환경에 따라 꿀의 향미와 기능성을 결정짓는다는 관점이다.

 

세계양봉대회가 던진 메시지
2025년 코펜하겐 세계양봉대회는 ‘지속가능한 양봉, 꿀벌과 인류의 공존’ 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학문·산업·정책의 언어로 풀어낸 자리였다. 이제 양봉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지구 생태의 건강을 지키는 과학이자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양봉의 윤리적 전환’, ‘품질 중심의 표준화’, ‘스마트양봉기술’의 세계화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APIMONDIA는 언제나 벌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그리는 회의였다. 2025년 덴마크 대회는 그중에서도 ‘과학과 자연이 만나는,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시작점’이었다. 이제 그 논의의 현장에서 우리가 얻은 통찰을 한국 양봉의 혁신으로 연결할 때이다.
<다음호 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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