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덴마크서 열린 ‘49차 세계양봉대회’를 다녀와서

  • 등록 2025.11.18 14: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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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양봉·기후대응·꿀벌복지로 지속가능성 열어야

[축산신문 기자]

 

한상미 과장(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과·한국양봉학회장) 

 

1. 인류와 꿀벌의 공존을 논의하는 지구적 협력의 장
2.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세계적 연구·정책의 흐름
3. Apimondia 2025, 꿀의 진정성을 말하다.
4. 유럽의(덴마크) 벌통 앞에서 본 우리 양봉의 현재와 나아갈 길

 

세계양봉대회(APIMONDIA의 올해 대회의 핵심 화두는 “The Mind of the Honeybee(꿀벌의 마음)”이었다. 이는 소·돼지 등 가축 분야에서 진행돼 온 동물복지 개념을 꿀벌로 확장하여, 양봉을 생태·윤리·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월동꿀벌 대량 피해, 기후변화에 따른 벌꿀 생산성 변동, 꿀벌응애 약제저항성, 등검은말벌 확산, 농가 고령화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정밀양봉, 경험에서 데이터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하게 부각된 흐름은 정밀양봉의 본격적 도입이다. 지금까지 꿀벌 사양관리는 농가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 벌통 내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기술적 기반이 부족해 연구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센서·AI·영상분석의 발달로 벌통의 미세한 환경 변화와 군집의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밀양봉 기술은 다음과 같은 기능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벌통 내부 온·습도·무게 변화 실시간 감지, 벌군집 붕괴·응애 급증 등 이상행동 조기 경보, 병해충 발생 예측모델 구축, 채밀 적정 시기 예측, 월동 최적 조건 설정 등이다.
특히 가장 큰 진전은 꿀벌응애 대응 방식의 전환이다. 덴마크·독일 등 주요국은 AI 기반 영상분석으로 응애 밀도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개미산·옥살산 등 유기산 중심의 친환경 관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화학제 중심의 기존 방제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예방 관리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piExpo에서도 IoT 벌통, 자동 채밀기, 자동 운반장치 등 다양한 정밀양봉 장비가 소개되었으나, 아직 대부분 초기 산업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한국은 이미 AI 응애 자동검출장치(BeeSion)와 ICT 벌통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국가적 양봉 표준화·품질관리 체계와 연계하여 ‘국가 스마트양봉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밀원과 생태까지 확장된 정책 관점
기후변화는 꿀벌 생태뿐 아니라 밀원·토지환경·농업생태계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단일작물 중심의 농업구조는 벌의 영양원을 단순화시키고, 도시화·산림 변화는 야생 밀원을 급격히 줄였다. 그 결과 꿀벌의 면역력은 저하되고, 이는 병해충 저항성 약화와 군집 붕괴로 이어진다. 코펜하겐 학술대회에서는 기후변화에 적응한 다양한 양봉모델이 소개되었다.
노르웨이 로포텐 등 북극권 고위도 지역의 극한기후 양봉, 아프리카·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는 무침꿀벌(stingless honeybee)의 산업적 활용 그리고 토지이용 변화가 벌의 생존·밀원 구조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특히 무침꿀벌은 고온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 기후변화 대응 유전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디지털 육종기술과 결합될 경우 새로운 산업적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되었다. 우리나라도 아까시나무 면적 급감, 도시·산림변화로 인한 밀원수 부족 등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밀원 관리정책, 기후대응 사양기술 개발, 꿀벌 생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의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꿀벌복지 생산성을 넘어 생태·윤리로
올해 대회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꿀벌복지의 공식화였다. 꿀벌복지는 벌이 단순히 생존하는 수준을 넘어 건강한 행동·생태적 안정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별로 꿀벌복지는 다음 요소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과밀 사육 방지와 적정 온·습도 유지, 균형 잡힌 영양 공급, 불필요한 약제 사용 최소화, 유전적 다양성 확보 등이다. 이러한 꿀벌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모델로는 양봉농가의 이원화 구조가 제시되었다. 전문 양봉농가와 취미·로컬 양봉농가의 기술과 정책의 차별화 전략이다. 전문 양봉농가는 대규모 벌꿀 생산·화분매개 중심, 스마트·로봇 기술 적극 도입하고, 품질관리·인증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 취미·로컬 양봉농가는 지역 밀원 기반 소규모 생산, 로컬푸드·교육·관광과 연계를 통해 생태계 부담을 줄이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우리나라 양봉농가 육성 정책 설계 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기의 시대, 한국 양봉을 위한 새로운 기회
2025년 세계양봉대회가 보여준 전 세계 양봉의 변화 방향은 명확했다. 양봉은 더 이상 생산 중심 산업이 아니라, 생태·품질·데이터가 이끄는 과학 기반 산업이다. 그 중심에는 꿀벌의 건강, 즉 꿀벌복지가 있다.
덴마크에서 확인한 글로벌 흐름은 위기가 아닌 도약의 좌표이며, 지금이 한국 양봉산업 재도약의 결정적 시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정밀양봉 기반의 국가 스마트양봉 전략 구축, 밀원·생태 중심의 기후대응 정책 강화, 꿀벌복지 기준 정립을 통해 세계 양봉 정책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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