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E-7-3 비자 신설로 전문 도축인력 확보…인력 공백 해결 기대
몽골의 숙련 인력·교육 기반 확인…현지, 자격조건 확대 요구 커
문화·언어 친숙도 높아 채용 시 현장 적응력·근속 안정성 강점
최근 막을 내린 넷플릭스 예능방송 ‘피지컬: 아시아’. 비록 우리나라에 우승을 내줬지만, 준우승한 몽골도 ‘힘세고, 강하다’라는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인력난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 도축장. “이러한 몽골인을 한번 써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몽골 현지에서도 ‘피지컬: 아시아’ 인기는 대단했다. 현지에서 만난 몽골인들은 굵직한 몽골인 모습을 전세계에 떨쳐냈다는 것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마디 곁들였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E-7-3, ‘외국인력’ ‘전문기술’ 두 토끼 모두 잡아
주지하다시피, 국내 도축장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특히 힘쓸 수 있는 젊은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도축장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현장 평균연령은 50대 후반을 훌쩍 넘긴다.
게다가 도축장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기술이 필요하다. 칼을 쓰는 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인력풀이 너무 좁다.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5년 후, 10년 후 지속가능 도축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게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냈다. 바로 E-7-3(일반기능인력) 도축원 비자다.
정부는 지난 9월 E-7-3 비자 직종에 ‘도축원’을 신설키로 했다. 연간 150명 규모다.
조만간 시범사업도 시행될 예정이다. 몽골, 필리핀, 베트남 등 3개국이 대상이다.
E-7-3 도축원 비자는 숙련 외국인근로자를 도축장에 채용할 수 있게 한다. E-7-3 도축원 비자를 받았다면, 그는 이미 도축전문가다. 바로 도축장에 투입할 수 있다.
국내 도축장에 딱 맞춤형이다. ‘외국인력’, ‘전문기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상대국 입장에서는 도축인력 해외진출을 이끌어낸다. 고용계약이 유지된다면 오래 근무도 가능하다. 꿈의 비자다.
이렇게 E-7-3 도축원 비자은 상호 윈윈이 된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회장 김명규)에서 E-7-3 도축원 비자 도입에 많은 공을 들였던 이유다.

몽골 교육부 미팅.
도축인력 넘치지만, 자격증은 많이 따지 않아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지난 11월 20~21일 몽골 울란바토르를 방문, 몽골 현지 도축인력 실태파악에 나섰다.
E-7-3 도축원 비자 자격조건은 ‘도축관련 교육기관 수료·자격증 취득 후 3년 이상 경력’이다.
도축이 평범한 일상인 몽골. 당연히 몽골에는 도축인력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자격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몽골에서는 도축을 잘한다고 해도, 교육기관을 수료하거나 자격증을 따로 따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몽골에는 도축 전문자격증이 있다.
하지만 역사가 짧다. 2000년부터 시행됐다. 자격증 수도 적다. 2020년 6명, 2022년 30명 등에 불과하다. 그 이후 자격증은 ‘3년 이상 경력’에 해당되지 않는다.
E-7-3 도축원 비자 자격조건을 채울 수 있는 다른 한축은 축산관련 전문대학이다.
몽골에는 30여개 축산관련 전문대학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전문대학을 ‘도축관련 교육기관’이라고 단정하기에는 교육 커리큘럼 등이 다소 애매하다. 향후 평가 등을 통해 면밀히 확인해 봐야 한다.
에르데네바트 몽골 교육부 정책전문가는 “몽골인 대다수는 도축에 익숙하다. 실력있는 도축전문가가 매우 많다. 다만, 수료·자격증이 없을 뿐이다. E-7-3 도축원 비자 자격조건을 완화·확대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에르덴직업기술전문학교 방문.
기술학교, 전문 도축기술 습득 '정부, 자격증 발급'
오히려 E-7-3 도축원 비자 자격조건에 더 가까운 쪽은 기술학교다.
에르덴직업기술전문학교는 축산분야를 중심으로 한 몽골 기술학교다.
소, 양, 염소 도축기술자를 양성한다. 요청할 경우, 돼지 도축기술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계류장, 타격총, 칼 소독기, 현수시설 등 도축장비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국제기준에 맞는 도축 매뉴얼을 수립해 놨다. 강사진 역량강화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에르덴직업기술전문학교에는 45일, 1년, 3년 등 여러 교육과정이 있다.
45일 교육과정은 보통 기업요청에 따라 개설된다.
1년 교육과정은 지난 2019년 시작돼 현재까지 150여명 졸업생을 배출했다.
3년 교육과정은 중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다. 고등과정이다.
교육과정을 마치면 수료증이 배부된다. 특히 일정 테스트 후 몽골 교육부, 노동부 산하기관에서 자격증을 발급한다.
오트곤쿠흐 에르덴직업전문기술학교장은 “실력향상에 매진한다. 교육생들에게는 평생교육이라고 가르친다. 또한 선진기술을 습득, 다시 몽골 산업에 접목시킬 것을 권장한다. E-7-3 도축원 비자를 활용해 한국 진출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몽골 국회 부의장 미팅.

몽골 유목민 등록증.
유목민, 눈 감고도 도축 '등록증 자격조건 포함 주문'
E-7-3 도축원 비자 자격조건을 두고 ‘유목민 등록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목민 등록증은 몽골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유목민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지난 2013~2020년 진행됐다.
유목민 등록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꽤 까다롭다.
예를 들어 품질좋은 가축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가축으로부터 나오는 제품은 품질력이 높아야 한다.
유목민 등록증을 획득한 몽골인은 총 24만명. 충분한 인력풀이다.
다만 시험을 통한 능력검증은 아니기에 E-7-3 도축원 비자 자격요건에 충족하는지 여부는 좀더 검토해봐야 한다.
곰보자브 몽골생명과학대 교수는 “몽골 유목민에게 도축은 삶이다. 눈 감고도, 도축 일을 할 수 있다. 한국 절차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목적 즉 우수 도축인력을 유입시키려면, 마땅히 ‘유목민 등록증’을 E-7-3 도축원 비자 자격조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퓨레브도르지 몽골 국회 부의장은 “유목민은 1천개 기술을 갖고 있다. 도축은 그중 하나다. 그리고 핵심이다. 농업부, 노동부 등 몽골 정부에서 그 능력을 입증했다고 보면 된다. ‘유목민 등록증’ 가치를 제고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번 도축인력 교류 역시 한국 도축 노하우를 배우는 등 몽골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몽골 인력이 한국 도축장에 많이 진출하기를 바란다. 몽골 도축인력에 대해 임금, 근무환경 등 처우개선에 힘써주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Bewise 한국어학원.

IEG 송출회사.

에르덴훈스도축장.
한국 익숙, 한국어 잘하는 몽골인 '업무능률 향상 기대'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정부, 국회, 교육시설 외에도 몽골 내 한국어학원, 인력송출 회사, 도축장 등을 방문해 현황, 준비상황 등을 살폈다.
Bewise 한국어학원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소·돼지 부위별 한국어 등 도축관련 교육 커리큘럼도 시행된다.
IEG는 기계, 전기, 화학 분야 인력을 해외에 송출하고 있는 회사다. 이번에 도축 분야로 사업영토를 확장했다. 몽골 환자를 한국에 보내는 등 한국과 인연도 깊다.
에르덴훈스도축장은 양과 소를 도축하고 있다. 큰 규모는 아니라 도축실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몽골 관계자는 “많은 몽골인들은 한국어에 꽤 능숙하다. 예를 들어 한국어 포장지를 보고, 한국 제품을 잘 고를 줄 안다. 주위에는 한국 브랜드 편의점이 많다. 한국과 매우 친숙하다. 한국 도축장에서 몽골인력을 채용할 경우, 업무능률을 쑥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 회장

E-7-3 비자, 인력난 허덕 도축장에 '가뭄의 단비'
인력풀 확보 총력...체계적 모니터링 시스템 가동
“E-9(비전문취업) 비자와는 천지차이입니다.”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은 “E-7-3 도축원 비자 신설에 힘써 준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국 등 정부 관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9 비자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도축업무를 익혔다 싶으면 고국으로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도축장 입장에서는 제대로 써먹지 못한 채 교육비만 날려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이후에는 외국인근로자 유입이 더 줄었다. 도축장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단대책이 필요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E-7-3 도축원 비자는 다르다. 이미 도축전문가다. 따로 도축 일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다 가족과 같이 살 수 있는 근무환경, 지속 고용유지 등 메리트가 많다. 외국인근로자들의 국내 도축장 진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몽골 뿐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 등도 E-7-3 도축원 비자 대상국가다. 향후 인력풀 확보·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E-7-3 도축원 비자는 인력난에 허덕이는 도축장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저 멀리 보이는 오아시스다.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특히 이렇게 들어온 외국인근로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지속가능 도축산업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임금, 갑질, 복지 등 근무환경을 모니터링하는 홈페이지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새롭게 들어온 외국인근로자들이 국내 도축장에 조기정착하고,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처우개선 등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김 회장은 “이제 인력난 해소 첫걸음을 뗐다. 도축장은 앞으로도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공급해 국내 축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민건강 증진, 식량안보 확보 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