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우리가 잊고 있는 우지(牛脂)의 환경적 가치

  • 등록 2025.12.10 10: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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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규 현 교수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최근 한 라면 회사가 1989년 ‘우지 파동’ 이후 36년 만에 우지(牛脂, beef tallow)를 활용한 프리미엄 라면을 재출시하며,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반 추억 반으로 먹어보고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단순히 ‘팜유(palm oil)로 튀기던 라면이 유지로 튀겼을 때 어떤 맛의 차이가 있을까?’라는 흥미로만 그친다면, 우지의 참된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사그라들 수 있어 걱정된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잊고 있는 우지의 환경적 가치에 대해 써보려 한다. 우지는 소를 도축하고 남은 지방 조직을 정제하여 얻는 동물성 기름으로, 소고기 생산의 ‘부산물’이다. 이 ‘버려질 수 있는 자원’을 식품 분야에서 재활용하는 것은,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와 순환바이오경제(Circular Bioeconomy) 관점에서 상당한 환경적 이점을 제공한다.
우선 ‘부산물’의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알아보자. 만약 이 우지를 잘 활용하지 않고 폐기물로 처리하면, 소가 우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에너지와 영양소들이 사라지게 되어 바로 낭비가 된다. 또한 폐기 과정에서 혐기성 분해 과정을 거친다면 온실가스인 메탄(CH₄)을 배출하게 되며 환경정화시설에서 에너지와 자원이 소모되어 추가적 오염과 낭비가 발생된다. 하지만 산업 자원/원료로 사용한다면 우지에 남아 있는 에너지와 영양소를 더 사용하게 되어 버려지는 것이 감소한다. 따라서 축산 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에서 자원의 낭비를 막고, 이미 투입된 자원(사료, 물, 토지 등)의 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지속 가능한 소비 및 생산 모델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시민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와 다를 바 없다. 전과정평가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원료채취-생산-사용-폐기’의 전과정(요람에서 무덤까지)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하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과학적 방법론이다.
온실가스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쇠고기 생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부분 소고기 등 주요 산물로만 계산된다. 축산신문 인터넷 기사 ‘한우는 어떻게 K-브랜드가 되었나(2025.11.05.)’에서 실제 먹을 수 있는 살코기 비율(정육률)은 36.4%에서 38.8%로 상승하였다고 한다.
즉, 한우 한 마리를 키울 때 발생한 온실가스의 양을 한우 전체 무게의 약 40%가 배출하는 것으로 계산(온실가스 배출량 / 정육률)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kg 당 배출량이 생체중 기준보다 2.5배가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부산물의 이용성을 높이고 그 사용량이 포함되어야만 실제 이용 산물 kg 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다. 라면을 튀기는데 사용하는 팜유를 우지로 대체할 경우 환경적 이점을 전과정평가 관점으로 간단히 비교해보자.
한국은 식용 및 산업용 유지를 위해 팜유를 대량으로 수입한다. 팜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 위험은 (축산의 사료생산의 문제점이라고 주로 거론되는 것과 같이) 광범위한 산림 벌채와 그로 인한 생물 다양성 손실, 토양 침식, 그리고 토양이용변화에 따른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이다.
팜유의 추출 및 가공은 물과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하며, 한국까지의 장거리 해상 운송 과정에서도 상당한 화석 연료 소비가 발생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한 우지는 이미 존재하는 축산 부산물로서 원료 생산 단계에서 이미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환경 부하가 적다.
전과정평가 방법에서 우지 활용은 주로 ‘폐기물 처리 회피 효과’나 ‘화석 연료 대체 효과’로 계산되므로 환경 이득이 발생한다. 따라서 국내 우지 이용은 팜유 수입 및 이용에 비해 낮은 탄소 발자국을 가질 수 있고, 순환 바이오경제의 원칙을 충족하고 해외의 환경 리스크 감소에 도움을 주는 등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지는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 등 에너지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항공 산업의 탈탄소화가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SAF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지를 저가 유지나 사료 첨가제로 사용하는 것보다 바이오 에너지로 사용한다면 축산 부산물의 경제적, 환경적 이익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우지는 고품질 비누, 퍼스널케어 제품, 산업용 윤활유 및 그리스 제조에 적합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비식용 분야로의 활용은 우지 산업이 식용 시장의 변동성에 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수요처 다변화는 지속 가능한 우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 국민들이 우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이 우지의 가치를 다시 알리고 산업을 활성화하며, 우지 이외의 부산물의 가치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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