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재의 축산 인사이트 6> 분뇨를 자원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 2

  • 등록 2025.12.10 10:44:39
크게보기

소외된 바이오가스, 에너지 우량주로 키워야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바이오가스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여러 제도적, 기술적 문제의 한계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만 놓여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제도의 미비를 보완하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며, 현장의 여건에 맞는 실행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해외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보이지 않는 차별, 바이오가스의 현실
바이오가스의 활용이 여전히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태양광·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제도에서 바이오가스의 가중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
REC는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일정 비율 이상의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의무이행 실적’을 증명하는 제도다. 이때 에너지원의 종류에 따라 가중치가 달리 부여되는데, 현재 바이오가스의 REC 가중치는 1.0 수준에 머물러 있어 경제성이 떨어진다. 결국 같은 전기를 생산해도 바이오가스로는 받는 ‘점수(REC)’가 적은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바이오가스 분야에 투자할 이유가 없고, 자연스럽게 태양광이나 풍력 쪽으로 투자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바이오가스의 생산 효율이 낮고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부여했지만, 이는 단기적 효율 논리에 갇힌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장치 산업과 비교하면 바이오가스 설비는 상대적으로 저비용 구조를 지니고 있다. 초기 설비 투자만 안정적으로 지원된다면,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정책적 지원과 인센티브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바이오가스는 ‘가능성의 에너지’로만 머물고 말 것이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대, 바이오가스의 가치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바이오가스는 기후위기 시대의 중요한 대체 에너지로 자리 잡을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만약 정부가 지금의 낮은 효율만을 이유로 정책적으로도 외면한다면, 바이오가스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해외 사례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독일은 세액 공제, 투자 지원, 전력 매전 단가 우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바이오가스 산업을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으로 키웠다. 현재 독일은 가축분뇨를 활용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1만 개 이상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전력뿐 아니라 도시가스, 버스 연료, 스팀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 나아가 2045년까지 ‘기후중립국가’ 전환을 실현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24년 발표한 ‘바이오경제 실행계획(Bioeconomy Action Plan)’을 통해 가축분뇨 기반 바이오가스와 비료 제품을 농업 보조금 체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제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가축분뇨 기반 바이오가스에 대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고,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수급계약) 및 RNG·수소 인증 체계 등 필요한 인증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바이오가스 산업은 아직 성장 초입에 있지만, 탄소시장이 확대될수록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금이 바로, 바이오가스를 ‘탄소 저감형 에너지 우량주’로 키울 전략적 전환점이다.

 

시장 개발,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
바이오가스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전력을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고부가가치 에너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발전이나 열원으로의 활용뿐 아니라, 고순도 메탄을 생산하는 RNG(업그레이딩 가스) 기술과 수소(그린·바이오수소) 생산으로 이어지는 차세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촉매를 활용해 메탄 순도를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 단계를 넘어, 도시가스·지역난방·수소 생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에너지 가치사슬(Value Chain)’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축분뇨를 단순히 ‘에너지화’의 재료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분뇨에서 질소와 인 같은 양분을 추출해 맞춤형 비료를 생산하거나, 고체 연료·바이오차(Biochar) 등 신소재로 전환하는 기술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는 분뇨를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상품화된 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현지 기업들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분뇨를 건조·탄화시켜 냄새와 병원균을 제거한 뒤, 바이오차나 고농축 유기질 비료 펠릿으로 가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직원이 10명 남짓한 한 중소기업은 가축 분뇨를 활용해 연간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환경 자원순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된다면, 이는 지역 산업을 넘어 교육 현장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분뇨 자원화가 단순한 처리 기술을 넘어, 미래 세대가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산업 모델로 자리 잡는 것이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분뇨 자원화는 더 이상 ‘폐기물 처리 산업’이 아니라, ‘가치 창출 산업’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당사의 허락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62. 6층 (우편번호:08793)
대표전화 : 02) 871-9561 /E-mail : jhleeadt@hanmail.net
Copyright ⓒ 2007 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